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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변호사(50·법무법인 부산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20년 지기다. 같은 법무법인 소속이었던 두 사람은 단순 '동업자'가 아닌 뜻을 같이 하는 동지로서 인연을 맺어왔다.

문 변호사는 노 당선자가 대선 이후 '넥타이를 풀고' 만나 속마음을 털어놓았던 몇 안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 13일 저녁 3시간에 걸친 저녁식사 자리를 만든 것도 노 당선자였다. 이런 두 사람의 관계 때문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 문 변호사가 나름의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문 변호사의 거취를 두고 <한겨레>가 17일자에 "공직 인선과정에서의 후보자 도덕성 검증과 사정 업무 등을 담당할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내정됐다"고 보도한 데 이어 "청와대 민정수석 역할 거론"(중앙일보), "새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에 유력하다"(MBN)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편집자주)


ⓒ 오마이뉴스 권우성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입니다."

지난해 11월초 부산을 방문했던 당시 노무현 후보는 지인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문재인 변호사를 이렇게 소개했다.

문 변호사는 1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노 당선자로부터 새 정부에서 함께 일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내 스스로) 많이 생각했다. '내게 적합한 일이라면…' 맡을 수도 있겠다"며 "(새 정부가) 나를 필요로 하는 게 있다면 개혁쪽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해 노무현 정부 초기에 나름의 역할을 맡을 것임을 시사했다.

문 변호사는 최근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른 '노무현 정부의 첫 내각 구성'에 대해서 "아마도 개혁적인 컬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겠느냐"며 "(밖에서 보기에는 지금 언론에 거론이 안된) 뜻밖의 인물이 기용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노 당선자쪽에서도 주변 사람들만 대상으로 해서는 인재풀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그런 한계를 과감히 뛰어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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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행보로 화제가 되고 있는 '노무현 스타일'에 대해서 그는 "(당선자 신분으로 대중사우나를 찾는 등의) 행보가 즉흥적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노 당선자는 주도면밀한 사람"이라며 "노 당선자는 (먼저 일에 대해) 계획과 구상을 하고, 그러한 내용을 사람들과 만나 다듬으면서 긴 시간을 걸쳐 치밀하게 준비하는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5일 오후 광화문 근처에서 문 변호사와 만났다. 그는 인터뷰 요청에 "지금은 인터뷰를 하기에 적절치 않다"며 한사코 사양했다. 거듭된 요청 끝에 문 변호사는 "그럼 차나 한 잔 하자"며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다음은 문 변호사와 나눈 이야기다.

- 노무현 당선자가 후보 시절 부산을 방문해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나는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다"라고 말했던 게 인상적이었다.
"(웃으며) 그게 사람 발목을 잡는 말씀이다. (지난 대선 때) 부산 선대본부장 등을 맡아서 활동했기 때문에 격려해주는 말씀이었다고 본다."

- 지난 13일 노무현 당선자와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고 들었는데.
"사직공원 근처의 한정식 집에서 만나 밥 먹고 선거 무용담 등 두서없이 얘기를 나눴다. 특별한 의미를 두고 만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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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 노 당선자로부터 언제 저녁식사를 하자고 연락이 왔나.
"만나기 일주일 전쯤 빨리 만나자는 연락이 왔는데, 다른 일정이 있어서 그 날(13일) 만나게 된 것이다."

- 대선 전과 대선 후의 부산 분위기가 달라졌나.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이후 부산 분위기는 어떤가.
"떨떠름해 한다. 대선후보들은 다들 그만한 자격을 갖춘 훌륭한 분들인데, 상대편이 되면 나라가 망할 듯이 바라보는 게 안타까웠다. 선거 전후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 아니다."

- 아직도 세대 간 대결 등 앙금이 가라앉지 않았다는 것인가.
"그렇게 보인다."

- (13일 저녁식사 자리에서) 노 당선자가 새 정부에서 함께 일을 하자고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나.
"(내 스스로) 많이 생각했다. '내게 적합한 일이라면…' 맡을 수도 있겠다. (어떤 식으로든)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다."

- 새 정부가 관심을 두는 개혁 과제는 정치·사회·경제·언론·검찰 등 여러 분야다. 그 가운데 문 변호사에게 적합한 일이 정치나 사회 분야는 아닐 듯 한데, 만약 새 정부에서 일을 한다면 권력기구 개혁에 관한 분야이지 않겠느냐.
"그런 쪽으로 보는 게 상식이겠지. 새 정부의 관심사도 그렇고 나의 관심사도 '개혁'이다. 나는 경제나 정치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정치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새 정부가) 나를 필요로 하는 게 있다면 개혁쪽이지 않을까 싶다. 안정을 바라는 사람들도 많고, 그렇다고 개혁을 피해가서도 안된다. 어렵지만, 이 둘을 잘 조화롭게 이끌어가야 한다고 본다.

노 당선자의 개혁 의지가 강하다. 그렇다고 (개혁) 과제를 당선자 혼자에게 모두 맡길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내가) 의논 대상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상식적인 방향에서 판단하면 된다."

- 노무현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가 제대로 안착할 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노 당선자의 의지가 강하다. 그러나 혹시 (외부 조건 등에 의해) 흔들릴 수도 있으니, 나 같은 사람이 붙잡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개혁의 방향도 중요하지만, 주도면밀하게 해나가야 한다. (상대편에 있는) 이해관계자들도 설득하면서 해나가야 한다."

- 노 당선자의 '개혁 공약'이 다 지켜질 것인지도 관심사인데.
"후보시절 초기에 했던 공약은 깊은 고민과 오랜 검토 끝에 나온 것이다. 그렇게 준비된 공약은 철저히 약속을 지킬 것이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최근 노무현 정부의 첫 국무총리나 장관 인선이 최대의 관심사다. 혹시 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나.
"나는 온갖 것을 참견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내가 낫겠다고 하는 것만 말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국무총리 인선은 궁금해서 운을 뗀 적이 있다. '총리 인선을 일찍 끝내고, 취임 전에 당선자와 대화를 많이 나눴으면 한다'고 말했다. 과거 정권에서는 사회적인 평판만 갖고 인선을 해서 심할 경우 (입각 대상자가) 자동차 안에서 뉴스를 듣고 알았다는 적도 있지 않았나. 그러면 안된다. 사전에 서로 대화를 나누고, 코드를 맞춰봐야 한다.

어쨌든 국무총리에 관해 (빨리 인선을 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하자) 직접적인 언급을 안 하더라.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미 총리감에 대해 결심을 굳혔거나, 그건 당신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인 것 같았다(웃음)."

- 노 당선자께서 총리나 장관 등을 인선하는 기준이 안정·균형·개혁·청렴성 등을 꼽는 것 같다. 이 네 가지를 두루 갖춘 인물을 뽑기가 어려울 텐데. 무엇에 더 중점을 둘 것이라고 보는가.
"아마도 개혁적인 컬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겠는가. 나는 그렇게 본다. (밖에서 보기에는 지금 언론에 거론이 안된) 뜻밖의 인물이 기용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노 당선자쪽에서도 주변 사람들만 대상으로 해서는 인재풀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런 점을 과감히 뛰어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케네디는 최고 명문가였고 엘리트였다. 그래서 내각도 그런 사람들을 썼는데, 결국 불안하고 실패한 정권이 됐다. 그러나 보통학교를 나온 배우 출신 레이건을 봐라. 그는 폭 넓게 사람을 써서 안정적인 정권이 되지 않았는가. 어찌보면 대통령과 장관이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정책에 관한 원칙을 약속하고 계약하는 개념이 돼야 할 것이다."

- 최근 당선자 신분으로 대중사우나에 가거나 자택에서 기자의 전화를 직접 받는 등 격의 없는 '노무현 스타일'이 화제가 되고 있다.
"내가 아는 노무현 당선자는 권위를 내세운다거나, (사람들을 우루루) 끌고 다닌다거나, (남들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떠받들어지는 지는 것에 대해서 생리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대중사우나에 가는 것 등이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전혀 그렇지 않다.

노 당선자는 현재 경호 시스템에 대해서도 무겁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지금의 경호는 박정희나 전두환·노태우 정권 때의 경호 방식 아니냐. 지금은 남북관계가 열리고 시대가 자유로워지지 않았느냐. YS나 DJ정권 때도 그런 경호 방식을 바꾸겠다고 해놓고 (대통령의 신변 안전을 이유로) 바꾸지 못했다. 아마도 그런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겠다고 본능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 당선자의 스타일이 즉흥적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주도면밀한 사람이다. 설익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그는 (먼저 일에 대해) 계획과 구상을 하고, 그러한 내용을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등 대화를 나누면서 가다듬어 나간다. 꽤 긴 시간에 걸쳐 치밀하게 준비하는 스타일이다. (변호사로서) 법률 실무를 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구체적인 실무적 아이디어가 뒷받침된 일이 아니면 (쓸모있는 구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 문재인 변호사와 노무현 당선자는 '20년 지기'이면서도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는 얘기가 있던데, 사실인가.
"맞다.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다. (웃으며) 내가 (노 당선자) 생각을 잘 맞춘다. 사람들은 (노 당선자와 내가 친하니까) 대선 때도 늘 통화를 한 줄 아는데, 사실 직접 통화한 적이 별로 없다. (노 당선자 생각이 이렇겠구나라고) 짐작해서 행동하면 (노 당선자 생각과) 거의 맞는다. (서로의 코드가) 틀려본 기억이 별로 없다. (노 당선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느껴진다."

- 지난해 대선 때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와의 후보단일화를 고민할 때 문 변호사께서 조언을 하지 않았나.
"거의 안했다. 부산 유세 때 내려오니까, 만나서 한두 마디 대화를 나눠보면 생각을 알 수 있다. 그렇게 간단히 이야기한 정도다. 후보단일화 논의 때 부산 선대위에서도 대다수가 정 대표쪽의 요구조건을 모두 받아들여서라도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내게 그런 뜻을 전달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당시 노 후보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나중에 보니 노 당선자나 나나 생각이 비슷했다."

- 나중에 당시 노 후보가 국민통합21쪽의 요구조건을 다 받아들이지 않았나.
"그렇지 않다. 가장 중요한 (지분에 대한) 문서화 요구를 거부하지 않았나. '실패한 후보가 될 지언정 실패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과거 YS가 민정계와 손잡고, 권력 분점을 약속하면서 정권 내내 발목이 잡혔고, DJ정권도 DJP연합으로 발목이 잡혔다. 그것을 뻔히 알면서…. (노 당선자는) 정몽준씨하고는 코드도 전혀 다르다."

- 투표 하루 전 날 밤 '정몽준 폭탄'이 터지면서 결국 공조가 무산됐는데.
"우리나라의 큰 복이라고 생각했다(웃음)."

▲ 지난해 11월 2일 부산 선대위 발대식에서 만나 반갑게 악수하는 당시 노무현 후보와 문재인 변호사.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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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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