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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새해아침이 밝았는데 미처 부모님께 새해 인사도 드리지 못해 오랜만에 고향길을 찾아 나섯습니다.

▲ 눈쌓인 시골동네 풍경
ⓒ 전영철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금요일 오후부터 내리던 눈은 5-6년만에 가장 많이 내린 눈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산비탈 눈비탈에선 제일 강자라 여기는 강원도 사람으로 산지도 어언 7년째라 스노우 타이어에 완전 준비를 하고 떠났습니다.

최종 목적지는 전라북도 임실, 섬진강때문에 다우지역으로 구분되는 가끔씩 폭설이 쏟아지는 지역입니다. 논산 부근에 이르자 차들이 꼼짝조차 하지 못합니다. 눈에 익숙지 못한 남부지방 사람들이기 때문에 적응이 덜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전주인터체인지를 벗어나 전주 시내를 통과할 즈음엔 시내가 완전히 눈밭으로 변한 느낌입니다.

▲ 눈이 내리는 섬진강과 돌다리
ⓒ 전영철
전주를 벗어나 전주-남원간 국도로 접어들었는데 웬걸 눈이 앞 유리창으로 쏟아집니다. 핸드폰이 울립니다. 올 생각하지 말고 아예 근처 여관에서 자고 오라는 부모님 말씀입니다. 그래 부랴부랴 임실경찰서에 전화를 했습니다. 상황실을 지키고 있는 친절한 순경이 조심조심 해서 가면 고갯길은 모래와 염화칼슘을 많이 뿌렸으니 갈 수도 있을 거라 그럽니다. 차는 아예 보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길을 재촉해서 떠났습니다.

이윽고 고향집입니다. 발목까지 들어찬 눈길을 헤치고 고향집에 다다른 시간은 저녁 12시 꼬박 열시간만에 집에 도착한 것입니다.

토요일에도 눈은 줄기차게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집에만 있으면 답답해 전주까지 나간 것은 좋았는데, 이내 돌아오는 길은 다시금 눈과의 전쟁입니다.

▲ 눈쌓인 산과 눈바람
ⓒ 전영철
일요일 오전 그 동안 교통통제가 되었던 길을 보니 불과 한두시간 전에 제설차량이 눈을 치우고 간 흔적이 보이는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이 길은 전북 임실 강진에서 태인까지의 국도로 호남고속도로로 진입하기에 가장 빠른 길이며 섬진강댐을 끼고 달리기에 경치는 제법 아름다운 길입니다.

눈은 그치고 눈 쌓인 산과 들의 풍경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조심조심 가다가 경치가 좋은 곳에서 사진 한장 찍고 또 길을 재촉하고... 이렇게 설국에서 우리는 빠져나오고 있었습니다.

호남고속도로에 오르자 눈은 하나도 길에서 보이지조차 않습니다. 전주를 지나 대전에 이르자 간간이 쌓인 눈이 보일 뿐입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도 꽤 넓은 모양입니다.

▲ 섬진강 상류 옥정호의 눈오는 날의 풍경
ⓒ 전영철
고향에 있으면서 동네 마을회관에 다녀오신 어머니나 아버지께서 전하시는 말씀은 누구 누구네 집 비닐하우스가 눈에 무너져내렸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도시인들에겐 추억과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올 눈이지만 시골사람들에겐 정말 웬수같은 눈이었습니다.

하지만 고향을 그릴 분들을 위해 잠시 차를 세우고 찍었던 사진 몇 장을 올립니다.

▲ 눈쌓인 길
ⓒ 전영철

덧붙이는 글 | 사진에 나오는 지역은 전북 임실군 덕치면, 정읍군 산내면 지역입니다. 호수와 강줄기는 섬진강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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