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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 물줄기가 잠시 쉬어가고 경기도 가평과 강원도 춘천시가 경계를 이루는 곳, 그곳에 TV드라마 <겨울연가>에 나왔던 섬 '남이섬'이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대학생활을 하였던 기성세대들에게는 MT장소로 기억되는 곳, 그러나 지금의 10대와 20대에게는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먼저 떠오른 곳 남이섬.... 그 섬을 찾아갔다.

동화같은 드라마 극본에 카메라맨의 영상미가 첨가되면 말 그대로 드라마는 드라가가 아닌 동화속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 들이고 사람들은 제각기 드라마의 현장을 찾아 자기가 드라마의 주인공인양 그곳을 찾아가 증명사진을 찍어야 직성이 풀리고 만다.

하지만 그러한 현상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드라마가 끝나고 1년이나 2년이 지나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다시금 조용하고 한적한 곳으로 바뀌고 만다.

그러나 예외적인 곳이 있다면 모래시계의 정동진이리라. 정동진은 거기에 카페와 콘도형 리조트가 생기고 말 그대로 한적한 모래시계의 서글픈 장면의 시골역이 아닌 서울의 어느 한 부분을 그대로 옮겨 놓은 착각을 하게끔 만들고 만다.

그럼 얼마 전에 드라마의 막이 내린 남이섬은 어떤 모습일까? 학과 모꼬지(MT)가는 학생들을 따라 남이섬으로 향했다.

평일 오후인데도 주차장을 가득 메운 차량들은 가히 드라마의 영향력을 느끼게끔 해주고 있다. 4000원의 주차료를 지불하고 4000원의 승선료와 입장료를 내고 배에 올랐다.

남이섬을 규정짓는 가장 알맞은 형용사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연인의 섬이라고 해야 할까 보다. 수많은 연인들이 손에 손을 잡고 산책을 즐기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벤치에 앉아 사랑을 속삭이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숙소에 베낭을 풀고 나서 홀로이 섬 주변을 걸었다. 이런데에 오면 누군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야 정상이라나? 아니면 가슴 속에 묻어둔 비밀하나 있어야 멋있는 로맨티스트라나, 좌우지간 왠지 가슴이 허해지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심정이리라.

수많은 사람들이 이 섬에서 자신의 젊은 날의 고뇌를 삭이고 또는 가슴 속에 묻어두고 떠났으리라.

강을 바라보니 물빛이 파랗다. 벤치위에는 누군가 적어 놓은 낙서가 가득하다. 슬쩍 엿보는 것도 새로운 맛이 있을 것 같다.

헤어지지 말자고 다짐하는 연인의 속삭임, 사랑의 아픔을 표현한 글귀 등등... 그렇게 남이섬은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겨울연가에서 멋있는 포옹장면을 연출해 내었던 나무터널엔 이제 봄기운이 피어오르고 있다.

겨울연가와 같은 동화는 남이섬엔 없었다. 다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탈출의 설레임과 동화속의 주인공이 되고픈 연인들의 모습만이 보일 뿐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섬을 관리하는 분들이 좀더 저렴하고 편안하게 이용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2년 4월 잔디밭 사용료 1일당 10만원, 바베큐 불판 1개당 5만원 이것은 누가봐도 바가지이지 결코 합당한 요금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것이 우리의 관광지나 유원지 문화의 현주소라면 안타까울 뿐이다.

봄이 오고 있다. 갯버들에도 잔디밭에도 풀빛이 피어오르고 있다. 아직도 겨울연가의 주인공을 꿈꾸는 수많은 연인들은 남이섬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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