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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동창회보 4월호에 실린 이원복 교수의 만평.
400만부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 만화 '먼나라 이웃나라'로 유명한 만화가 이원복(56, 덕성여대 산업미술학) 교수가 그린 만평이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미 김상택 화백이 지난 3월 13일자 <중앙일보>에서 '김근태 민주당 고문의 사퇴 이유가 경기고 출신임에도 부산상고 출신인 노무현에게 지고, 그것도 꼴찌를 해 경기고 동문들로부터 사퇴압박을 받았다'는 만평을 그려 거센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서울대 동창회보' 4월호에 서울대 마크가 찍힌 운동복 차림의 이회창 한나라당 경선후보가 장대를 잡고 '商高'(상고)라는 장애물을 넘으려고 하는 만평을 그렸다. 만평의 왼쪽 상단에 그려진 기록판에는 '1차 ×'와 '2차'라고 적혀 있다. 이는 이 후보가 '장애물넘기' 1차 시도에 실패하고 2차 시도에 도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1차 ×'는 당연히 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에게 패배한 것을 말하고 있으며, '2차'는 올 대선을 가리킨다.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 후보 앞에 놓인 '장애물'이 '상고'라는 데 있다. 이것은 곧 '목포상고' 출신의 김대중 후보(97년)와 '부산상고' 출신의 노무현 후보(2002년)를 염두에 둔 것이 자명해 보인다.

즉 서울대 출신의 이 후보가 지난 97년 대선에서 목포상고 출신의 김대중 후보에게 패배했는데 올 대선에서도 부산상고 출신의 노 후보와 대결을 해야 함을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대선에서의 대결구도를 표현한 것이 아니다. 즉 서울대 출신 후보가 두 차례나(?) 걸쳐 상고 출신의 후보와 싸워야 함을 보여주면서 은근히 '서울대 출신이 상고 출신 하나 못 넘어서야' 하는 뉘앙스를 물씬 풍기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 만평을 그린 이 교수는 한국사회 최고 엘리트 코스인 경기고-서울대('KS') 출신이라는 점이다. 즉 이회창 후보의 고교·대학교 동문 후배인 셈이다.

이 교수는 66년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이후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상업미술(디자인)과 서양미술사를 전공하고 86년부터 현재까지 덕성여대 산업미술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는 한국만화학회와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를 창립하는 데 산파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만화작품집으로는 75년 '사랑의 학교'를 시작으로 '먼나라 이웃나라'(87년), '학습만화 세계사'(88년), '만화로 보는 자본주의·공산주의'(90년), '현대문명진단'(93년), '국제화시대의 세계경제'(94년), '이원복의 진짜 유럽이야기'(98년) 등을 펴냈다. 그리고 지난 96년부터는 <주간조선>에 만화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주로 학습만화나 교양만화를 그려온 그는 '만화로 보는 자본주의·공산주의'(90년), '공산이데올로기 시리즈'(90년) 등 자본주의(시장경제)의 우위성을 강조하는 사상교양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유쾌한 상대주의자'를 자처하고 있는 그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보수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적이 있다.

"요새 이야긴데 이문열씨 책의 모의장례식 같은 것, 어이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분서갱유라고 해야 하나. 예컨대 홍위병이라는 표현이 그르다고 생각되면 논리로 그렇지 않음을 밝히는 게 순리인 법이다. 작가에 대한 내 개인의 기호를 떠나서 그런 종류의 일은 홍위병보다 악질적인 문화테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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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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