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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여행 시 "팁"에 관련된 이야기

다음 대화를 먼저 보자. 몇몇 단어는 그 뜻을 영영사전의 내용으로 주기를 달았다.

Kim : That was a good meal.
Isa : Yes, the waiter was excellent also.
Kim : Now we have to decide how much to tip him. I always have trouble figuring the tip.
Isa : It's easy. Tip $1.50 for every ten dollars of the bill.
Kim : Our bill is $25, so how much is the tip?
Isa : Twenty-five dollars is two tens plus one half of ten, so it's two times $1.50 plus one half of $1.50. That's $3.75.

meal - Food you eat, especially breakfast, lunch, or dinner.
tip - Money you give to someone for good service.
bill - Written list of the amount of money you owe.

외국 여행을 하면서 식당에 들려 밥을 먹을 때, 식당은 먹는 즐거움이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주문이라는 고통스런 과정으로 인해 묘한 긴장이 감도는 곳이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그것은 미국인은 이해하지 못할 한국인만의 고민일 것이다.

내 돈 주고 밥을 사 먹는 것인데도 밥 먹기 전부터 주눅이 들기 일쑤다. 주문부터 심상치가 않고 먹을 것을 고를 때도 그게 어떤 모양을 하고 눈 앞에 나타날지 예측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밥 먹을 때 제일 속 편한 것이 그래도 맥도널드 같은 햄버거 집에 들리는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도 입을 딱 다물게 하는 것은 아니다. 입 딱 다물고 멀뚱멀뚱하게 있으면 뭘 마실 거냐? 컵은 어떤 사이즈를 원하느냐? 햄버거에 양파는 넣길 원하느냐? 등을 묻는다.

그걸 처음 당하는 사람은 뭔 소린지 잘 몰라 당황하게 되고 속으로 '적당히 주지. 쓸데없이 묻긴 뭘 물어 바보 같은 놈.' 바보는 자기인 줄 알지만 황당한 생각에 그런 생각이 절로 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주문하면서 "Medium size Coke and with onion, please"라고 해두는 것이 속 편한 일인지도 모른다. 뭘 마시겠냐고 묻는데 "콜라"라고 하면 무식한 녀석들이 알아듣질 못한다. "코크"라고 해야 한다. "콜라"라고 해도 단번에 알아듣는 멍청한(?) 놈을 보았지만 대개의 경우 맹총한 눈을 하고 다시 정확히 말해주길 원한다.

"콜라"라고 했는데 못 알아듣자 난감해하면서 건강 생각하여 "밀크"라고 우유를 선택하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햄버거 먹으면서 우유를 먹는 것은 이유식을 뗀 아주 어린 애들이나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정도 상황이 되면 제 못난 것 생각 못하고 미국 와서 인종차별 받는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식당에서 진땀나는 주문 과정이 끝나고 주문한 요리가 나오면 서로의 요리를 쳐다보며 성공이니, 실패니 희희덕거리며 음식을 즐기게 된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생선이 재료인 요리를 주문했는데 생선살이 온통 흐물흐물하고 소스도 비위에 안 맞아 완전 실패를 한 사람은 옆 사람에게 소고기 한 점을 얻어 자기 요리는 손도 못 대고 불쌍하게 한 점 건네받은 소고기를 입에 털어넣는 처량함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런 즐겁고도 괴로운(?) 식사가 끝나면 이번엔 생글생글 웃는 종업원이 다가와 디저트를 할 것이냐고 묻는다. 멋모르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이나 케잌을 주문하면 아주 난감한 일을 당하기 십상이다. 디저트로 나오는 아이스크림이나 케잌의 양이 한국 사람에게는 한 끼 식사에 버금갈 만큼 양이 엄청나기 때문이고, 또 그 가격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디저트를 공짜라고 생각하면 천만의 말씀이다. 이걸 아는 한국인들은 디저트에 모두 고개를 살레살레 흔들지만 미국의 이런 식당 문화는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에 누구나 한 번쯤은 그 무리한(?) 디저트 때문에 몸 버리고(과식 후 설사) 돈 버리는 실패를 겪지 않을 수 없다는 전설이 있다. 미국 식당에서는 커피와 물 그리고 주문 전에 바구니에 담겨 나오는 마늘빵만이 공짜라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마지막의 그 디저트까지 끝나고 나면 불러진 배로 인하여 몸을 한껏 뒤로 제끼고 앉게 되는데, 미국인들은 그렇게 많이 먹고도 별로 배불러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그저 정신없이 입을 놀리며 뭐 그리 할 이야기가 많은지 쉴 새없이 이야기를 하지만 덩치도 작고 위도 작은 한국인은 몸을 뒤로 한껏 제끼고 불러진 배를 주체하느라 얼굴을 보면 표정이 제 정신이 아니다.

그저 그렇게 멍청하게 멀뚱멀뚱 앉아 있으면 여전히 생글거리는 종업원이 다시 다가와 뭐 더 필요한 것이 없냐고 묻는다. 아무 것도 없다고 하면 센스도 없고, 무식이 탄로날 일이다. 볼 일 다 보았으면 계산서를 요구할 일이다.

계산서의 금액을 보면 눈이 휘둥그래지고 혀가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음식값에 세금이 붙어 있어 금액이 부풀어져 있는데 그게 다가 아니다. 세금보다 더 무서운 팁을 덤으로 더 붙여줘야 한다. 그 팁을 어느 정도 붙여줘야 될지 몰라 난감해하는 것이 한국인이다.

계산기를 꺼내 그걸 두드리고 있는 것도 실제로 보았다. 머리 속 계산기를 돌려 우아한 동작으로 영수증에 정확하게 팁을 적어넣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가? 위의 영어는 그리하는 비법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식당에서 팁은 15%를 준다. 밥값이 10불이면 1불 50센트를 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25불 같은 좀 계산이 어려운 가격에 대해서는 어쩔 것인가? 10불이 1불 50센트이니 20불이면 3불이고 5불에 대한 것은 75센트니 3불 75센트를 주면 된다는 것이다. 이것도 어려운가? 그게 싫으면 저녁도 맥도널드에 가면 될 일이다.

이게 남 얘기가 아니다. 내가 그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난 혼자 외국 여행을(출장) 한 경우가 많아 혼자 식당에 들어가기 싫어 저녁 식사도 패스트푸드점에 들려 해결하곤 했다. 참 처량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그 처량함을 출장비를 아낀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했다. 그러면서 주로 찾는 것이 맥도널드다. 그게 흔해서 찾기 쉽기 때문이었지만 "인앤아웃(In-N-Out)"이 있으면 꼭 인앤아웃에 들렸다. 맥도널드 것보다 빵과 고기가 모두 fresh하고 후렌치프라이 감자맛이 좋았기 때문이다.

특히 인앤아웃이 좋은 것은 햄버거를 먹고나도 양파의 그 기분좋은 향이 코 안에 부드럽게 맴도는 것이다. 맥도널드를 먹으면 속이 더부룩 했지만, 인앤아웃을 먹으면 김치 생각으로 떠오르는 향수와 금단 현상을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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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현대자동차 연구소 엔지니어로, 캐나다에서 GM 그랜드 마스터 테크니션으로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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