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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춤을 잘 추는 아이를 가수를 시키려 하는지

"요즘 신인가수들이 나오면 몇 개월 동안 합숙을 했다고 하는데, 가수는 합숙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혼자 열심히 노래 연습하면 되는 거지요, 합숙을 하는 이유는 안무를 맞추려 하기 때문인데, 가수는 안무가 아니라 노래연습을 해야 합니다."

예전에 KBS의 파워인터뷰에 출연했던 한 가수가 프로그램 끝에 한 말이다. 물론 이 가수는 방송에 출연하면 항상 라이브를 하는 가수이다. 또 H신문사의 문화 담당 기자는 댄스 신동으로 불리는 "구슬기"를 가수를 시킨다는 기사를 보고 '왜 춤을 잘 추는 아이를 가수를 시키려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칼럼에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노래는 적당히 스튜디오에서 여러 가지 기계들을 사용해서 만든 뒤 방송이나 공연에서 립싱크를 하고 그 대신 낮은 음악성을 만회하기 위해 춤을 화려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각종 오락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해 본연의 직업인 가수보다 다른 것으로 유명해지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요계의 병폐를 지적하는 음악평론가나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가요계 내부에서는 이러한 소리를 듣기가 쉽지 않았다. 현직에 가수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동료를 내놓고 비판하기란 힘들기 때문이다.

이은미 씨, 립싱크에 대해 직격탄

그런데 얼마 전 '가수들의 노비문서 파문'으로 MBC에 출연거부 사태를 일으키게 했던 <시사매거진 2580>에서 인기 가수인 이은미 씨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가요계의 문제점 중 하나인 립싱크를 비판해 눈길을 끈다.

기존에 립싱크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당사자인 가수들에게서 의견을 듣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고, 현역 가수를 섭외했다 하더라도 대부분 언더그라운드 출신들이었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은미 씨가 립싱크에 대해 직접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것은 상당히 큰 방향을 일으킬 수 있다.

<제발 노래하라(9/15방영)>라는 제목으로 지난 9월 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던 이은미 씨의 콘서트에서 맨발로 노래부르는 이은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2580은 시작한다. 1년에 200회의 공연 횟수가 보여주듯이 이은미 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여가수 중 한 명이다.

이은미 씨는 2580에서 "가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춤 때문에 노래를 포기하는 것은 이해가 할 수 없다"라는 말로 립싱크를 하는 가수들이 변명처럼 이야기하는 "춤을 보여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노래를 포기한다"라는 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가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 우선이 되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후배 가수들에게 방송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은미 씨는 하지만 "방송에서 번지점프를 하기 싫어도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지도 몰라 어쩔 수 없이 뛰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라면서 가수가 방송의 시스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오락프로그램에 나오는 현실도 지적하면서 가수가 노래만 부를 수 있는 방송환경이 되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이 날 방송은 시간의 제약으로 립싱크의 문제점과 각종 오락프로그램에 나올 수밖에 없는 가수들의 고충을 깊이 있게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인기가수인 이은미 씨가 립싱크에 대한 문제점을 방송을 통해 지적한 것만으로도 이날의 방송은 가요계에 자극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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