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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 프로그램안의 불우이웃 돕기 프로그램의 모습

장면1)
어느 유명한 가수가 눈을 가린 뒤 진행자와 몇 시간 뒤 콘서트가 열린 장소에 도착한다. 그뒤 한 시간의 홍보 후에 일정한 인원이상이 모이면 콘서트를 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리고 콘서트가 열리면 1인당 100원의 기금이 적립되고, 그돈은 불우이웃돕기에 쓰인다는 자막이 보인다.

그러나 가수들이 콘서트를 홍보하면서 외치는 소리 중에는 "불우이웃을 돕기위해 콘서트가 꼭 성공해야 한다."라는 말은 없다. 단지 몇 명 이상와야 콘서트를 열 수 있으니, 친구나 가족과 함께 콘서트 장소로 오라는 홍보만을 한다. 방송 중 역시 어디에서도 그 전(前)주에 콘서트를 성공해 적립된 돈이 쓰인 출처를 밝히는 자막을 찾기가 어렵다.

이 방송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불우이웃 돕기 프로그램인지 가수들의 컴백무대인지 구분이 안가고 있지만 말이다.


장면2)
유명 가수가 대학 체육관에서 콘서트를 연다. 이 콘서트는 일인당 일 만원의 입장료를 받는데, 그 입장료는 집이 없는 가족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공사비로 쓰인다고 한다.

방송에서는 카메라도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좁은 집에서 사는 가족들을 보여주면서 하루라도 빨리 집을 지어주어야 한다고 계속 프로그램 진행자와 자막은 강조를 한다. 그 주 출연 가수 역시 이들의 열약한 주거 환경을 보고 바쁜 스케줄을 잘라 콘서트를 준비한다. 콘서트 당일에는 한 야구 선수가 나와 군고구마까지 팔면서 이 콘서트를 돕는다. 콘서트는 성공적으로 끝나고 다음주에는 다른 가수가 똑같은 방식으로 콘서트를 한다.

그러나 이 방송은 방송 개편 때,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라져 버렸다. 시청자들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 "단지 일회성 불우이웃돕기 프로그램"으로 제작됐다는 프로그램 설명은 아무데서도 찾을 수 없는데 갑자기 폐지가 된 것이다.


장면3)
한 그룹이 나와 여느 오락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게임을 하고 있다. 몇 단계가 있는데, 최종 단계까지 가면, 몇 백만원의 상금이 주어지고 그것으로 불우이웃돕기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나온 그룹은 아쉽게도 마지막 단계에서 실패를 하고 그 불우이웃돕기 성금은 그냥 날아간다.

실패한 그룹 멤버들이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불우이웃을 못 도와주게 돼서 우는 것인지, 아니면 게임에 실패해서 우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진행자가 전(前)자라고 하니 그런가보다 한다. 그러나 한가지 의문점 어차피 방송 제작비로 조성되어있는 돈이라면 설사 출연자가 실패했더라도 도와주면 안돼는 것일까 한다.

이 프로그램 역시 아무 소리 없이 폐지된지 오래다.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면 언제 없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언제 사라지는지 모르는 불우이웃 돕기 프로그램

앞의 세 장면이 어떤 프로그램을 설명한 것인지 아마 대부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방송 개편 때 마다 1∼2편씩 불우이웃돕기 프로그램이라고 만들어지지만, 시청하기 힘든 일요일 밤 늦게한다. 아니면 오락프로그램의 한 꼭지로 만들어 시청자들이 "단순히 오락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양해 달라"는 요구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인지 모르겠지만, 만들어지지만 위의 2가지 장면 처럼 어느 순간 폐지돼 버린다.

이런 프로그램이 사라져 버리는 이유는 네 가지 정도가 있을 것이다. 우선 정부의 압력일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방송에서 거지가 나오면 안될 때가 있었다고 한다. 비합법적으로 정권을 잡았기에 마치 자신들이 정권을 잡아 잘 살게 되었다고 선전하려고 뉴스에서 조차 생활고로 인해 자살한 가정의 기사를 막던 때를 생각 해 본다면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 분위기에서는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두 번째 이유는 이제는 더 이상 우리 주위에서 불우한 이웃을 찾기 힘들어져 제작상의 섭외의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제2의 도시라 하는 곳에서 아직도 몇십만의 학생들이 점심을 굶는다는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 이것 또한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시청률이 낮기 때문이거나, 제작 시간이 길어 제작의 어려움 때문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 국민 감정상 아무리 재미를 위해 보는 오락프로그램이지만, 프로그램 중 불우이웃돕기 내용의 꼭지가 나온다고 갑자기 채널을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들 프로그램 진행은 우리에게 친숙한 연예인들이 하는데, 방송도중 그들이 불우한 이웃을 찾아가 그들의 처참한 삶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의 팬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시청률이 떨어질 거라는 가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마도 프로그램 특성상 계속해서 불우이웃 가정에 카메라가 가 있어야 하고, 우리 나라 연예인의 시스템상 한 방송만 오랜 시간을 쓸 수 없는 제작 여건으로 인해 프로그램 제작의 어려움으로 인해 폐지된다고 생각된다.

#3년 넘게 진행하고 있는 불우이웃 돕기 프로그램 <사랑의 리퀘스트>

이처럼 기존의 불우이웃돕기 프로그램 여러 가지 방송 한계로 폐지되는 방송 상황에서 오늘(7/14)로써 179회로 3년이 넘게 방송되고있는 불우이웃돕기 프로그램이 있어 눈길을 끈다.

KBS의 <사랑의 리퀘스트(진행:성세정, 황현정 토 19:10∼20:00)>가 그 방송이다. ARS를 이용해 한 통화당 1,000원의 정립금이 쌓이는데, 이 돈으로 사회 복지단체나, 개인이 추천한 불우이웃을 이천만원 한도에서 상황에 맞게 지원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매회 마다 평균적으로 1억원의 성금이 모이고 있다.

이번주(14일 방송분)에는 울산 선암동에 사는 소녀가장 박희연(13), 파킨스 병을 앓고 있는 안미화(40)씨 그리고 장애인 그룹 홈(몇 명의 장애인들이 사회복지 시설이 아닌 개인 집에서 모여서 서로 의지하면서 살고 있는 가정을 말한다)을 이루고 살고 있는 정연창 씨를 찾아갔다.

#라면 한 개로 할머니와 둘이 끼니 때워

먼저 울산에 사는 박희연 양은 사춘기에다가 학교에서 하키선수를 하고 있어 고(高)영양이 필요한데도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30만원으로 생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 방값으로 13만원을 내면 남은 돈으로 라면을 사서 끼니를 때우는데, 이것마저도 라면을 하나만 끓여 할머니와 나눠서 먹고 있다. 할머니가 시간 틈틈이 빈병을 모으지만, 워낙에 연로하셔서 생계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날 박희연 양에게 생활 보조비로 1500만원의 지원금이 나갔다.

안미화씨는 연로한 어머니와 조카 안아름(10)와 살고 있는데, 서른 살에 파킨스병에 걸려 하던 재봉사 일을 관두고 치료를 받고 있으나, 2500만원이 넘는 수술비 때문에 수술을 못하고 약으로 버티고 있다. 그러나 약을 오래 쓴 탓에 점점 내성이 생겨 약효가 떨어지고 있다. 예순이 넘은 어머니는 안미화씨를 수술시키려고 공공근로에 한 달에 4번 나가 15만원 정도를 벌고 있으나, 생활비로 쓰고나면 저축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안미화 씨에게는 2000만원의 수술 지원금이 나갔고, 한 대학 학장이 자신의 대학병원에서 수술할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확답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각각의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장애인 그룹 홈"의 정연창씨와 그와 함께 지내는 장애인들을 찾아갔다. 그 동네 이발관 사장이 그들에게 집을 제공해 주었으나, 집이 낡아 급히 보수가 필요하기에 2000만원의 집 개조비용을 지원해줬다.

이 집을 지원해준 이발관 사장은 자신의 사업이 잘 안돼서 집을 못고쳐주는 것이 미안해하고 있다고 이들을 찾아갔던 탤런트가 설명해준다.

#성금 내역 방송을 통해 공개되 투명성 확보

이날 역시 방송 종료때까지 9000여 만원이 넘는 성금이 모였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저녁 9시까지 성금을 받기에 이날도 1억이 넘었을 것이다. 방송 시간이 가족들이 모여서 시청할 수 있는 시간대이기에 기존 비슷한 방송의 성금보다 더 많이 모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 모였던 성금의 내역은 "후원금 운영위원회"에서 일정 시기마다 감사를 실시하고 그 감사 내역을 방송을 통해 공개하고 있어 후원금의 집행을 투명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의 아쉬운 점은 현재 우리 나라의 사회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대해서는 원칙적인 부분만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랑의...>에 나오는 가정들은 자체적으로 생계를 이끌어갈 능력이 없는 가정이 대부분임에도 국가의 제도 미비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제도적 문제 해결없이 매번 시청자들의 눈물샘만을 자극해 이들을 도와주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프로그램에 나오지 못한 가정들에게는 혜택이 못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불우이웃돕기 제도적 접근 부족 아쉬워

아마 어떤 독자들은 그런 문제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해야할 일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사·고발프로그램은 다루는 범위가 너무 넓고, 계속적인 문제제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매주 하는 <사랑의...>에서 5분정도로 꼭지를 만들어서 현재 우리나라 사회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계속해서 지적한다면 정부나 관계 부처에서 지금보다 좀더 나은 제도로 바꾸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는 말을 떠올리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 사회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고, 모든 것이 왕 중심이나 몇몇 봉건귀족들만을 위한 사회였을 때나 통하는 속담일 것이다. 풍족할 정도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의식주 해결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 현대국가의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나라의 사회 복지제도는 거의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정부의 최소한의 제도적 보완이 없기에 <사랑의..>와 같은 프로그램이 더 많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가족과 함께 시청하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길

단지 오락프로그램의 일부로 가난한 이웃을 이용해 시청률을 유지하려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 방송 현실에서 3년 넘게 꾸준히 <사랑의...>를 제작할 수 있는 것을 볼 때 KBS에 시청료를 내는 것이 조금은 덜 아까운 생각이 들게 한다.

언제가 혹시 <사랑의...>이 시청률이나, 다른 이유로 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이 프로그램이 시청률에 의해 사라진다면, 그것은 공영방송으로써의 최소한의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다른 방송에서도 볼 수 있으면 한다. 다음주에는 가족과 함께 <사랑의...>를 보면서 다시 한번 가족들의 소중함을 느끼고, 전화기를 들고 한번 700-0600을 눌러보는 것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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