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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에게도 말 못하는 거식증과 폭식증 문제 다뤄

다이어트 관련 프로그램은 내용상 크게 2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포도다이어트, 강냉이 다이어트, 바나나 다이어트등 식이요법이나 걷기, 에어로빅 등으로 하는 운동다이어트등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을 알려주는 "다이어트 정보 프로그램"과 다이어트로 인해 나타나는 개인 및 사회적 문제를 지적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다이어트를 다루면 대부분 다이어트 효능에 대한 사실여부와 부작용, 과거와 현재의 미(美)기준 변천(미스코리아 변천사)에 대한 이야기, 각종 취업시 외모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이어트의 폐해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결론은 대부분 사회의 왜곡된 미의 기준과 서양기준에 의한 기형적인 외모관에 대한 비판으로 끝을 맺는다.

그런데, 7일 방송되었던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진행:문성근 토 10:55∼)>에서는 다이어트의 폐해를 이야기 할 때 단지 주변이야기로 흘려버렸던 "거식증"과 "폭식증"을 심층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킬로그램(㎏)으로부터의 자유-굴레에 갇힌 여자의 몸>이라는 제목으로 사회의 선입견으로 인해 자신들의 식이장애(거식증·폭식증)를 가족들에게조차 말 못하는 사람들을 들여다보고 그들을 통해 다이어트의 폐해를 이야기 하고있다.

43㎏인 모델 심한 식이장애로 사망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폭식증"이라 하면 보통사람의 몇 배를 먹어 비만인 사람들로 "거식증"의 반대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폭식증은 많이 먹기는 하지만, 먹은 뒤 바로 음식물을 토해내는 경우도 대부분으로 거식증과 비슷한 증상이라고 한다.

이날 인터뷰를 한 폭식증 환자들의 몸을 보면 정상 체중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폭식증에 걸린 80%이상의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여러 번 시도한 사람들로 다이어트의 실패에 대한 반발로 폭식증에 걸린다고 한다.

<그것이...>는 8년동안 폭식증으로 고생하고있는 한 여성의 편지로 시작되고 있다. 이 여성은 "남과 함께 모여 밥을 먹고 싶은 것이 소원이다."라는 말을 한다. 정신과 전문의는 식이장애가 일어나는 이유는 경제적 풍요에 의한 병이 아닌 사회가 개인화 되가면서 가족간 대화의 단절로 오는 외로움을 살을 빼는 것으로 대신 위로 받으려는 경향이 강해서 나타나는 질병이라 한다.

특히 식이장애가 생기면 먹는 음식을 토하기 때문에 위나 식도에 무리가 오고 그로 인한 체력의 저하가 나타나고 심한 경우 결핵으로 진행이 되 생명이 위험하다고 한다. 식이장애가 지속될 경우 5년 후에는 정상의 여성보다 뼈의 칼슘부분이 30%적고, 그 후 5년이 더 지나면 50%이상이 줄어들어 심각한 골다공증에 걸리는 부작용이 일어난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식이장애가 걸린 한 여성이 심장마비로 죽는 사건이 일어났었다. 이 여성은 모델로도 활동하고있었는데, 당시 43㎏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여성은 43㎏에서 1g이라도 찌면 아무것도 안 먹는 심한 식이장애가 있었고 그로 인해 사망에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식이장애 음식투정으로 치부

<그것이...>는 식이장애에 걸린 사람들이 집단치료를 하는 곳을 함께 따라갔다. 식이장애에 걸린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식이장애에 걸린 것을 가족들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면 식이장애를 단순히 음식 투정정도로만 치부하거나, 사회적으로도 정신과 치료라하면 이상하게 보는 사회 풍속도 큰 이유라고 한다.

식이장애 캠프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식이장애 사실을 인정하고 있기에 치료효과가 높다고 한다. 식이장애로 원만한 대인관계가 형성되기 힘든 이들은 여기서 자기와 똑같은 처치의 사람들을 만나 서로 의지하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조금씩 치료해나간다.

초등학교 때나 많이 했었을 놀이를 할 때 이들의 모습에서는 오랜만의 자유를 보는 것 같았다. 또 여기서 이들은 자신들의 소원인 다른 사람들과의 식사를 함께 한다. 물론 절반 이상이 식사도중 화장실로 가거나, 구토를 했지만, 끝까지 남은 이들에게서는 식이장애를 치료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모델 체형을 가진 여성은 전체 인구의 0.01%뿐

70년대 미스코리아의 평균 신장과 몸무게는 166㎝, 51㎏이었는데, 90년대 평균 신장과 몸무게는 173㎝, 50㎏으로 키는 늘었는데, 몸무게는 도리어 줄어드는 비정상적인 미의 기준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 한국 여성들 80%가 바라는 몸무게는 48㎏이라 한다. 이 몸무게는 평균 몸무게보다도 6㎏더 적은 것이라 한다. 올해 수퍼모델 평균키와 몸무게가 176㎝에 53㎏이라 한다. 우리 나라 여성들은 대부분 수퍼모델들 보다도 더 마른 몸무게를 가지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한 의사는 모델들이 가지고 있는 키나 몸무게는 여성의 전체인구 중 0.01%에 지나지 않는 아주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데, 우리여성의 80%는 그 0.01%의 몸매에 가까워지려고 다이어트를 한다는 것이다.
과연 무엇이 이 80% 대다수의 여성들을 0.01%의 여성의 몸이 되도록 강요하는 것일까?

우리는 그 대답을 이미 다 알고 있다. 회사 취업시 지원자의 경력보다는 외모에 의해 평가가 더 높은 점수를 받는 현실과 방송이나 신문에서 암묵적으로 여성의 살빼기를 강요하는 사회분위기때문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저런 뚱뚱이도 여자냐?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편견뿐 아니라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를 포함해 대다수의 남성들이 일상 생활 중 무심코 던진 여성의 신체에 대한 왜곡된 언어사용으로 인해 입은 정신적 충격으로 다이어트를 결심한 여성들이 많다는 것을 식이장애 캠프의 역할극(심리치료의 하나로 상대방이 되어 그 상대방의 아픔이나 감정을 직접 느껴 치료하데 도움이 되도록 하는 연극)에서 알 수 있다.

대학 1학년때 화장품 가게에서 나오면서 지나가던 남학생들이 "제도 여자냐?"라는 말에 충격을 받고 다이어트를 하다가 식이장애에 걸린 여성의 이야기에서 대다수의 남성들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던지는 말 한마디가 여성들에게 얼마나 큰 아픔을 주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치료를 받으러 오는 여성들의 비율을 생각해 본다면, 전체인구의 약 5%에 해당하는 사람(대부분 여성)들이 식이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그것이...>는 이 식이장애 환자들의 문제를 단순히 개인적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한다. 개인의 인내심이나 식성의 차이보다는 사회적으로 외모만 중시하는 풍조에 의해 나타난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인한 병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끝을 맺는다.

이날 방송을 보고 많은 시청자들은 다이어트로 인해 생기는 거식증과 폭식증이 가지는 무서운 결과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수많은 남성들이 무심코 던지는 한 마디가 여성에게 어떠한 폭력으로 다가가는지 알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고발프로그램의 한계는 "그런 문제점을 안다, 그러나 현실은 그래도 여전히 외모가 우선 순위인데, 어떻게 하느냐고?"라는 반문에 원론적인 답은 해줄지언정 현실적인 답은 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외모 평가 이유 여성의 취업문이 좁아서

여성이 취업시 외모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외모에 덜 치중하는 것일까. 혹시 그것은 여성들에 비해 남성들의 취업문이 넓고 안정되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만일 여성들의 취업문이나 사회진출의 문이 지금보다는 넓어진다면, 단순히 외모에 의해 한 여성의 모든 것이 평가되는 사회현상은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이런 문제 해결 접근이 근본적인 여성성에 대한 왜곡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지금보다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가 늘어난다면, 외모가 아닌 능력으로 평가되는 사회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이날의 방송을 많은 여성들이 지켜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방송중에도 나왔지만, 많은 여성들이 식이장애를 겪고 있는데도 주위의 시선 때문에 치료를 못 받는다고 한다.

이제 시야를 조금 좁혀서 식이장애가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이 걸리는 병이 아니라 내 자식이 내 동생이 걸릴 수 있다는 전제하에 가족간에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아픔을 알고 그것을 시의 적절하게 해결 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는 방송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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