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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겨레신문 만평에 경제가 호황일 때는 "경기가 호황인데, 무슨 파업이냐, 조금만 참아라"면서 노동자들의 파업에 반대하고, 경제가 나빠지자, "경제가 불황인데, 무슨 파업이냐, 지금은 국민 모두가 경제를 살리는데 앞장서야 하기에 파업을 하면 안 된다"라고 정부와 기업주 그리고 언론이 노동자들의 파업을 막자, 파업 중이던 노동자는 "그러면 도대체 언제 파업을 해야 하나?"라고 고민하는 모습을 담은 만평이 실린 것을 본 기억이 난다.

파업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의 최후의 방법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법적으로도 파업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의 행정지도 명령이나, 직권 중재 등으로 파업권이 제한받는 것이 현실이다. 설사 행정지도나, 직권 중재를 피해 파업에 돌입한다 해도, 언론에게 '경제사정·시민불편'을 이유로 파업을 중단하라고 강요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민 불편만 강조하는 보도 형태

지난 6월 12일부터 "비정규직 철폐와 생존권 사수"를 외치면서 민주노총이 연대 파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의 민주노총의 연대 파업 역시 비정규직 철폐나 생존권 사수라는 명분에 대한 기사는 거의 찾아 볼 수 없고, 경제불안 가중·시민불편만을 부각시켜 연대 파업을 끝낼 것을 언론에서는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언론의 보도 형태를 MBC <미디어 비평(연출:최용익 토 9:50∼ )>에서 '가뭄과 파업?'이라는 제목으로 이번 민주노총의 연대 파업을 바라보는 언론의 모습을 분석했다.

'붉은 머리띠를 풀어라(중앙,6/14)', '항공·병원노조 잇딴 파업, 온 나라가 흔들린다.(조선,6/14)', '정부 불법 파업 손놨나(동아,6/14)' 이것은 우리 나라 신문의 70%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는 "빅3 신문"이 노동자 파업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붉은 머리띠'는 노동자의 파업에 이념 공세를 펴기 위한 제목 설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동아일보의 경우는 직접적으로 정부의 공권력 투입을 요구하는 제목을 뽑고 있다. 미디어 비평은 신문뿐 아니라 방송의 노동자 시각까지도 보여준다.

파업이 시작한 12일 KBS9시 뉴스는 '경제부터 살려야'라는 제목으로 파업의 시기를 문제 삼았고, MBC 역시 같은 날 뉴스데스크에서 "땅은 마르고 하늘은 막히고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였습니다"라고 아나운서가 말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 두 방송사가 파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한지 보여주고 있다.

가뭄과 파업은 생존권의 문제

특히 올해는 기상청 창설이후 최악의 가뭄으로 전국이 "가뭄 비상체제"에 들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각 언론들은 최악의 가뭄인데 무슨 파업이냐며, 파업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미디어 비평에서는 12일 민주노총의 연대 파업 집회장에서 전농의 정광훈 의장이 나와 "만약에 민주노총이 파업을 제대로 해서 비가 온다면 (정부를) 봐줄 것이고, 민주노총을 탄압하고 학살할 때는 농민도 바로 (정부를)치겠습니다"라는 연대사 장면을 보여 주고 있다.

전농의장의 이 연대사는 몇몇 진보적 매체를 통해서만 보도되었을 뿐 중앙 방송을 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 가뭄으로 농민의 생존권까지 위협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나 파업 역시 사회적으로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가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해 하는 것임을 생각한다면, 냉정하게 말해 파업과 가뭄은 아무런 연관 관계가 없다. 파업 역시 노동자의 생존권 문제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에서는 12일 레미콘 노동자들과 가뭄 지역에 레미콘으로 물을 지원해줬다고 한다. 그러나 이 역시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은 묵살했다.


파업 주요 쟁점보다 표피적 내용 다뤄

이번 총파업은 사상 처음으로 대한항공의 조종사노조와 아시아나 항공 노조의 동시 파업과 병원노조의 파업으로 파급력이 컸다.

대한항공의 조종사 노조의 경우는 임금 협상도 함께 진행되고 있지만, 그보다도 안전운항을 요구 조건으로 내걸었고, 병원 노조 역시 비정규직 증가로 의료서비스 질적 저하와 병원 시스템 개혁으로 의사들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파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고소득 직종 파업 자제해야(동아)', '조종사들 왜 이러나(조선)', '병원 파업 시민 큰 불편(중앙)'등으로 파업을 주요 이슈에 대한 설명 없이 표피적 현상만 나열하고 있어 파업을 왜곡 보도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초상집에서 굿판 벌이는 격, 당신들은 달나라에서 왔소. 파업 시민 성토쇄도(세계일보,6/13)', '항공사의 파업으로 반도체 업체의 어려움(MBC 뉴스데스크, 6/14)', '경제 회복에 찬물(SBS 8시뉴스)'등 파업으로 인해 야기된 부정적인 기사만을 의도적으로 쓰고 있어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날 <미디어 비평>은 단지 신문뿐 아니라 방송 특히 자사의 간판 뉴스인 <뉴스데스크>의 보도 형태도 형식적이 아닌 직설적으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미디어 비평>이 첫 방송된 후 몇몇 신문에서 "자기의 반성 없이 남의 문제점만 꼬집는 프로그램"이라며 딴죽을 건 것이 억지였음이 드러났다.

파업에 대한 보도 형태 세부적으로 분석 독보여

특히 이날 <미디어 비평>은 '언론이 파업을 바라보는 시각', '파업의 내용은 없이 현상만 보도하는 형태', '파업의 내용을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보도 형태', '시민들의 불편을 강조해 파업을 방해하는 보도 모습'등으로 파업에 대한 보도 형태를 세부적으로 나누어 어떤 식으로 언론이 파업을 무력화시키고 있는지, 논리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언론 보도 형태의 문제점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첫 회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점점 잘 맞는 톱니바퀴처럼 프로그램의 흐름이 매끄러워지고 있는 것을 느낄 것이다. 또 매주 문제 제기의 내용도 시기상 적절하게 정하고 있어 자칫 아카데믹하게 흐를 수 있는 방송 내용을 시청자들이 부담 없이 볼 수 있게 만들고 있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라 생각된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6% 정도라 한다. 프로그램의 성격상 토요일 황금시간대에 방송되는 것치고는 높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첫 회 때 나왔던 호주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처럼 장수하기 위해서는 좀 더 높은 시청률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MBC뿐 아니라 다른 공중파 방송에서도 만들어져 신문과 방송의 상호 비판으로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첫회 보다는 내용의 짜임새가 좋아 진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자막 처리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는 것같다. 혹시 그 이유가 해야할 말(언론의 잘못된 보도 형태)이 너무 많아 한정된 시간에 다 이야기 하려다 보니 어쩔수 없는게 아닌가 한다.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이 소재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그런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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