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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침 5시에 휴대전화에 입력한 알람 기능이 작동을 하여 잠을 깼습니다. 아내가 먼저 일어나 "나가자"고 했습니다. 간단히 세수만 하고 반바지 차림으로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파트 주변을 따라 조깅을 시작하는데 아주 좋지 않은 냄새가 났습니다. 그 냄새는 아파트 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었습니다.

뭔가 보았더만 아파트 옆에 있는 밭에서 나이가 많이 든 아주머니가 무언가를 태우고 있었습니다. 냄새로 보아 고무와 비닐 같은 것을 태우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파트를 한 바퀴 돈 다음, 냄새 때문에 견디기가 힘들어 뛰는 것을 그만두고 그냥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정말 의식이 없어 그러잖아도 가물어 먼지가 많고 공기도 안 좋은데 사람들이 공기를 더 안좋게 만들고 있어. 그 사람들 그러지말라고 이야기를 해? 말어?" 그러자 아내가 반문을 했습니다. "거기 사람 있었어? 그럼 가서 이야기하자."

밭 쪽으로 갔더니 아주머니 둘이 텃밭을 일구고 있었는데 쓰레기를 모아 짚더미와 함께 태우고 있었습니다. 쓰레기 봉투에 버려야 할 것들을 공기를 오염시키면서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산 주변에서는 불을 놓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쓰레기는 아무 곳에서나 소각을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였지만 역한 냄새가 표정을 찡그리며 불 놓은 곳을 힐끈 쳐다볼 뿐 뭘 어떻게 하려는 생각들을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아주머니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농사를 위해 논둑에 불을 놓거나 밤에 모기불을 놓는 것처럼 뭐 농부가 하는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 표정들이 내게는 너무 무심해 보였습니다.

자기 이익과 관련된 것이면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기를 쓰고 대드는 일은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자기의 이해관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면 불법 행위나 남을 불편하게 하는 혐오 행위에 대해 너무 방관하는 행동도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몇 해 전에 미국에 사는 처형집에 들렸을 때 그곳에서 낚시를 하면서 겪은 경험담을 이야기해주는 것을 들은 일이 생각납니다. 미국은 라이센스를 구입해야 낚시를 할 수 있고 낚시를 하더라도 맘껏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잡을 수 있는 고기의 수량이 제한이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형님댁이 고기를 한계 수량보다 더 많이 잡았는데 미국 사람이 지나가면서 "많이 잡았군요"라고 하더랍니다. 그래 놓고는 바로 신고를 하여 경찰이 출동하여 제지를 받고 벌금을 물었다고 합니다.

그런 일을 한국 사람 시각에서는 열이면 아홉이 각박하다고 하고 인간답지 못하다고 하며 비난할 것입니다. 미국 사람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국민들 스스로가 자신들을 지키는 민주시민의 올바른 고발 정신이라고 생각하는 반면에, 한국 사람들은 불법이나 남을 불편하게 하는 행위를 보고도 사소한 것으로 여기고 그냥 지나칩니다. 그것은 자신도 그럴 수 있다는 식의 잠재적 사고를 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환경이나 다른 사람의 편의를 해치는 일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고, 긴 안목으로 볼 때 모두는 물론이고 자신에게도 해가 되는 일이고 그 누구로부터도 환영 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반드시 고쳐야 할 문화이고 정신 상태입니다.

비닐 봉지 같은 쓰레기를 모아 태우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아내가 다가가 쓰레기를 쓰레기 봉투에 모아 버리지 않고 태우는 바람에 아파트 전체가 나쁜 공기에 휩싸이고 아침 운동도 할 수가 없을 지경이니 태우는 일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쓰레기에 불이 잘 안붙었는지 마른 풀과 같이 섞어 태우는 바람에 하얀 연기가 주변을 온통 뒤덮었고, 거기에 비닐과 고무 같은 화학제품이 타는 냄새가 같이 합쳐져 아주 견디기 힘든 냄새가 퍼지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바람이 산쪽에서 아파트 쪽으로 불어 아파트 전역으로 나쁜 냄새가 퍼지고 있었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자기가 좋지 않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도 그러면 안되는 걸 알지만 텃밭 일구면서 땅 주인이 주변을 너무 더럽히지 말라고 하여."

이야기를 끝내고 돌아서 나오는 아내의 뒤통수에 대고 그 아주머니는 큰소리로 들으라는 듯 이런 말을 했습니다.

"땅 주인이 이래라 그래서 그러면, 또 다른 게 와서 태우지 말라 그러니 내 참 더러워서."

나이 들어 남에게 잔소리 같은 것을 들으니 화도 날 만한 일이지만 사람들이 나이 들어 나이값을 참 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고보니 그 아주머니도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었습니다. 쓰레기 봉투를 사용하면 될 일을 사소한 자신의 이기심 때문에 아파트 주민 전체를 괴롭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의식 없음에 대해 참으로 크게 한탄스러움을 느낀 아침이었습니다.

"경찰에 신고하면 와줄까?" 경찰을 나쁘게 매도할 의도는 아니지만 경찰이 그런 사소한 신고에 흔쾌히 응해 신속히 출동해주고 또 와서는 적합한 법을 수행해줄지도 의문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이 우리나라 경찰을 믿고 정당한 고발 정신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119소방대원의 활동에 대한 것처럼 TV같은 매체를 통해 홍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119소방대원에 대해 우리가 잘 인지를 하게 된 것도 라디오와 TV를 통해 근간에 지속적으로 보고 들었기 때문에 그리 될 수 있었던 것이었으니까요. 옛날에는 불만 끄는 사람들인 줄 알았고. 보통 사람들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로만 여기지 않았습니까?

근본적으로는 국민의 의식이 바로 서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더 현실적인 보완책은 법집행을 엄정하게 한다는 경찰의 위상 정립과 고발에 대한 올바른 문화를 정부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계도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국민들이 법을 잘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문화가 정립되고, 국민 스스로가 앞장 서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는 풍토가 자리잡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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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현대자동차 연구소 엔지니어로, 캐나다에서 GM 그랜드 마스터 테크니션으로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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