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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자 조선일보 가판의 31면의 기획기사 <낭비되는 젊음 - 청년백수들> 두 번째 기사는 '유한계급형 귀족백수'에 관한 내용이다.

이들은 낮에는 명품점에서, 밤에는 룸살롱에서 밤낮없이 돈을 펑펑 써댄다.

강남구에 살고 있는 김모(29) 씨는 94년 대학 졸업 후 7년째 놀고 있다. 그가 매일 밤 찾는 곳은 청담동의 한 나이트 클럽. 외국산 양주를 마시며 2시간 정도 시간을 보낸 뒤 후배들과 압구정동 한 호텔의 지하 룸살롱에 가서 해가 떠오를 때까지 술을 마신다. 5년 째 단골인 김모 씨에게 업소측은 술값의 반만 받고 있다. 김씨는 오전 6시쯤 인근 호텔의 사우나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씨의 한달 용돈은 부모가 주는 200만원, 그렇게 쓰고도 모자라는 돈은 집에서 메워준다. 그는 또 모 대학의 연극영화과 교수에게 한 달에 100만원 씩을 주고 고액의 연기과외도 받는다. 마냥 놀고 있다는 소리는 듣기 싫어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 과외를 받는 것.

'명품 소비에서 정체성을 찾는다'라는 뜻의 'L 제너레이션(Luxury Generation)은 유행에 뒤지지 않기 위해 압구정동과 청담동 일대 백화점 명품관을 매주 1번씩은 순회한다고 한다.

돈이 없어 놀고 있는 빈곤백수와는 차원이 다른 이들은 귀족백수라 불린다.

요즈음 청담동 일대에서는 귀족풍의 패션이 유행이다. 대낮의 청담동. 루이 뷔똥의 가방을 들고 페라가모나 발리의 구두를 신고 미국 뉴욕이나 일본, 이태리 등지에서 유학을 다녀 온 디자이너들의 숍에서 구입한 플리츠스커트에 아르마니와 프라다 풍의 재킷을 걸친 여성들이 머리에는 최근 유행하는 헤어핀을 일제히 꽂고, 에르메스나 에뜨로의 스카프를 두르고 다닌다.

한 상품 당 평균 백만 원 정도를 호가하는 제품들로 온 몸을 치장한 젊은 귀족들은 명품과 트렌드 속에서 정체성을 찾으며 이렇게 외치고 있다. "좋은 가정에 태어나 부모 돈으로 놀고먹는 것이 뭐가 나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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