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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노보텔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8시쯤이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호텔에서 체크인이 가능한 시각은 빨라봐야 12시이다. 그렇다면, 체크인을 하기위해 4시간 정도 시간이 남는 셈이었다.

체크인을 하기 위해 얘기하니까, 역시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방을 사용하는 사람이 아직 나가지 않았고, 방청소를 해야하기 때문에
빨라봐야 11시는 되어야 체크인이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할수없이 호텔의 로비에서 쉬기로 했다. 짐이 많기 때문에 짐을 들고 돌아다닐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일단 집에 전화했다. 한참을 쉬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았는데, 호텔에서 짐을 맡아준다는 사실이었다(돈을 내야하는 것은 아니었다. 무료로 짐을 맡아준다)

여기서 잠시...
호주는 미국과 달리 팁을 받지 않는다. 팁을 받는 것을 정부에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 이는 미국의 호텔과 호주의 호텔의 제도차에 원인이 있는데, 미국의 경우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기본급여가 매우 낮다고 한다.

따라서 그들은 팁을 받아야만 자신의 급여를 어느 정도 보장받게 된다. 그런데 호주의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상당한 수준의 급여를 보장받고 있다. 따라서 팁을 받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사족이지만, 우리나라의 호텔은 매우 문제가 많다.

몇년전에 어느 호텔의 직원들이 파업을 한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호텔에서 공식적으로 이용료에 부과해서 받는 봉사료를 직원들에게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착취한다고 해야 하나?). 우리나라 호텔은 봉사료와 세금을 이용요금에 포함해서 받고 있는데, 봉사료를 직원에게 주지 않는다면 요금만 더 받는 셈이 되니까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어쨌든 호주 호텔의 직원들은 팁을 주지 않아도 매우 친절하다. 짐을 맡아준 것도 사실 호텔의 직원이 맡아주겠다고 말해서 알게된 것으로 기억한다.

짐을 맡기고 잠시 외출을 했다가 11시경에 체크인을 했다(물론 방값은 전화로 예약한 대로 지불했다. 전화로 예약했기 때문에 호텔에서는 영수증 등 필요한 서류를 이미 준비해 두고 있었다. 보여주는 영수증의 숫자대로 지불하면 되니까 별로 문제될 것은 없었다).

기분좋게 방 열쇠를 받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처음에 계약한 것은 분명히 ocean view(바다를 향하고 있는 방)였는데, 방이 바다를 향하고 있지 않은 것이었다. 베란다에 나가서 보니까, 옆방은 거실과 베란다가 바다를 향하고 있는데, 우리가 들어간 방은 바다가 아닌 시내를 향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럴수가! 바다쪽을 향한 방으로 한다고 해서 방값을 더 지불했는데 바다를 향하지 않은 방으로 배정받은 것이다.

오랜 시간을 비행했기 때문에 무척이나 피곤해서 당장 침대에 누워서 자고 싶었다. 게다가 계약한 것과 달리 ocean view가 아닌 방을 받았으니 ocean view인 방으로 바꿔달라고 말하려면 고난이도의 회화를 해야 하는데 그것도 부담스러웠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어찌되든 가서 항의하기로 했다.

무엇보다도 돈을 더 내고, city view인 방에서 잔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었고, 한국에서 온 여행객이 부당하게 방배정을 했더니 괜찮더라는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카운터에 내려가서 나름대로의 영어실력을 발휘하여 항의했다.

처음에 직원이 한 말은 "그 방에서도 바다가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방을 ocean view로 본다"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그 말이 맞다면, 처음에 계약할 때 오션뷰로 할 것인지 시티뷰로 할 것인지를 정할 필요가 없는 거였다. 왜냐하면, 호텔이 바다가에 있기 때문에 어느방에서도 바다는 보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배정받은 방도 바다가 전혀 안보이는 것이 아니라 주방의 창문을 통해서 바다가 보였다. 진정한 오션뷰라면 거실에 앉아서 바다를 볼 수 있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오션뷰의 방값을 지불했으므로 당연히 오션뷰의 방으로 해야한다는 얘기를 계속했고, 결국 바꿔주기로 했다.

2시간 정도 기다린 끝에 진정한 오션뷰로 이동했는데, 그 방에 들어가보고는 다시 한번 놀랐다. 왜냐하면 오션뷰인 방과 시티뷰인 방은 방의 향한 방향만 다른 것이 아니고 방안의 인테리어에도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방값을 더 지불한 만큼 다르게 해놓은 것 같았다.

차이를 설명해 보자면, 일단 방의 크기가 조금 더 크고 인테리어가 더 깔끔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시티뷰인 방에는 유선전화기였는데 오션뷰의 방에는 무선전화기가 있었다. 또, 시티뷰인 방에 없던 오디오가 있었다. 크게 차이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랐으므로 만족할만 했다.

역시~ 영어로 설명하는 것이 좀 어려웠지만, 항의해서 방을 바꾸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사를 통해서 여행을 가는 경우에 가이드의 횡포가 심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단독으로 여행을 가더라도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잘 얘기하면 나은 상황으로 바꿀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불만을 얘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이드와 동행하는 경우 항의해서 나아지는 것은 거의 없다고들 하지만...

덧붙이는 글 | 호주로 9박 10일의 신혼여행을 갔다와서, 의욕적으로 연재를 시작했으나 여러가지 바쁜 일이 계속되어 연재를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이제 새로운 기분으로 연재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지는 여행기를 재미있게 읽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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