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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 출입기자회원 외에는 출입을 금합니다. 신안군출입기자단 일동."

대통령 출신지이기도 한 전남 신안군청의 기자실 출입문에는 이처럼 오싹할 정도로 대문짝만한 게시물과 함께 마치 극비문서를 다루는 정보기관을 연상할 만큼 빨간 줄이 그어져 있다.

일부 언론사 기자들이 마치 전세내다시피 독점하고 있는 신안군청 출입기자실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자신들이 말하는 신안군 출입기자단 회원에 포함된 언론사는 광주일보, 전남매일, 전남일보, 광주매일, 광주타임스, 호남신문, 연합뉴스, KBS, MBC 출입기자들이다.

신안군 각 실과 책상에는 이들의 사진과 전화번호가 인쇄된 신안군출입기자단 명단이 있다. 반면에 신안군 출입기자단에 끼지 못하는 언론사를 보면 광주방송(지역민방), 호남일보, 호남매일, 무등일보, 목포일보, 전광일보, 지역주간신문 등이다.

창간된 지 얼마되지 않은 지방일간신문사 소속 기자들과 지역신문 기자들은 출입기자단에 제외시켜 놓은 셈이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지난 1월 초 신안부군수가 새로 부임했다. 부임 직후 부군수는 목포 시내 유관기관을 방문해 인사를 하는 동안 군청 부군수실에서 전부터 알고 지내는 한 언론사 기자가 기다리고 있었다(신안군청은 목포 시내에 있음).

점심 때가 돼 목포시내 식당에서 식사를 하려던 부군수는 군청직원으로부터 모 기자가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미 자리한 식당으로 오라고 해 식사를 같이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부군수와 식사를 한 기자는 출입기자단에 포함되지 않은 기자였다.

군청 기자실에서는 이 사실은 뒤늦게 알고 "출입기자단과 먼저 식사자리도 갖지 않고 다른 기자와 식사를 했다"며 불평했다고 한다.

또, 신안군의회가 지난 2월말부터 3월초까지 유럽 연수를 10일 동안 다녀왔는데 예산으로 책정돼 있지 않은 출입기자단 소속 기자 2명도 함께 외유를 다녀와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시민단체로부터 예산낭비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던 주민홍보용 신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군청출입기자단 소속 기자들끼리도 서로 자신들의 소속 신문부수를 많이 책정하기 위해 마찰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럴 경우 난감할 수밖에 없는 신안군 입장에서는 "기자님들끼리 신문부수 합의해서 통보해 달라"고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 결과 신안군 올 예산서를 보면, 주민 홍보용 신문 가운데 지방지만 927부에 총 7119만 2천원이다.

출입기자단에 소속된 일부 언론사 기자들끼리 나눠먹는 결과이다. 반면에 출입기자단에 소속되지 않은 어느 지역신문은 총 50부에 144만원에 불과하다.

신안군은 특히 기자실 업무보조를 위해 별도로 직원을 채용해 540여만원의 예산을 책정해 지급하고 있다. 따라서 군청 안팎에서는 신안군청 출입기자단 소속된 기자들이 마치 군청 기자실을 개인사무실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 김주희
인천공항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된 기자실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었다. 기자실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대초 지역의 대안언론을 표방하며 지역주간지들이 창간되면서부터이다.

지역민의 눈과 귀가 되겠다라는 소신을 갖고 지역주간신문에 뛰어든 젊은 기자들은 자치단체 등 일부 행정기관에 설치된 기자실 출입문제로 기존 지방일간신문 주재기자들과 마찰을 빚었다.

기자실을 마치 자신들의 개인사무실처럼 여기던 기자들은 지향점이 다른 젊은 기자들이 기웃거리자 장벽을 만들기 시작했다.

"주간지 기자는 출입기자단에 낄 수 없다. 한국기자협회에 가입이 안된 언론사는 안된다" 등등.

사실 행정자치부 등 관계기관에서도 기자실 설치의 법적 근거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단지 관공서를 찾은 언론인들을 위해 편의제공 수준에서 기자실의 유래는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언론인 편의시설이 촌지전달의 통로가 돼 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일부 기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유지행세를 하면서 각종 공사 등 이권개입과 공무원 인사간여 등 부패의 온상이 됐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경남 남해군과 전남 해남군은 말도 많은 기자실을 폐쇄했다. 관공서 입장에서는 한편으로 기자실을 두게 되면 기자들을 관리하기가 편해진다. 기자실이라는 통로를 이용해 어느 정도 보도통제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출입기자단에 포함되지 않은 기자, 다시 말하면 기자실을 정식으로 출입하지 못하는 언론사 기자들은 정보접근 등 여러 면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대가 변하고 있는 이상 언론인의 특권의 상징인 기자실은 완전 개방하든지 아니면 폐쇄하든지 결정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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