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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받는 사람들과 아픔을 함께 하지 않고서는 결코 세상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왕따와 학교폭력을 상습적으로 방관해 온 학생에게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수원청소년네트워크가 17일 주최한 '2000 청소년동아리 한마당'에서 진행된 모의 법정은 학교폭력을 방관해온 피고인에 대해 유죄를 인정된 것.

이날 모의재판에서는 그동안 학교폭력을 가해자와 피해자의 문제로만 바라보던 것과는 달리 피고인을 방관자로 설정하여 색다른 시각으로 왕따 문제에 접근하였다.

피고인 김방관은 강주먹군이 왕따식군을 폭행할 때 상습적으로 방관한 혐의를 받아 기소되었다.

검사는 "학교폭력을 방조한 범죄행위에 대해 형법과 양심법상의 학교폭력방조죄로 엄히 다스리기 위해 공소를 제기"했다고 밝히고, "피고인처럼 많은 청소년들이 폭력의 현장에서 팔짱 끼고 있기 때문에 학교폭력이 독버섯처럼 번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는 "피고인은 폭력의 현장에서 강주먹을 만류"했어야 하며, 설사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있더라고, "정의가 부당하게 침해받을 때 온몸을 던져 맞서"는 것이 "정의와 양심이 명하는 청소년들의 법"이라며, 피고 김방관군에게 "1년간 학교폭력의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는 형을 구형했다.

이에 맞서 변호인은 "피고인이 강주먹을 만류하지 못하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기 자신도 "왕따를 당하고 보복을 당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며, 학교폭력을 방치한 진정한 책임은 바로 "학교의 책임이고 정부의 책임이며, 학부모의 책임이자 모든 어른들의 책임"이라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재판에서 피고 김방관의 유죄 여부는 행사장에 있던 학생들 중 선정된 9명의 배심원의 평결로 이루어졌다. 배심원 중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한 사람은 모두 7명이었고, 무죄쪽은 2명뿐이었다.

유죄를 인정한 배심원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선 주위사람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잘못에 대한 지적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무죄측 배심원은 "피고인이 용기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죄는 아니며, 오히려 어른들은 왕따식은 물론 피고인에게도 사과하고 위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심원들의 평결에 따라 재판장은 피고 김방관군이 유죄이며, 앞으로 "1년간 학교폭력의 파수꾼이 될 것"을 명령했다.

모의재판의 판결에 대해 김칠준 변호사(다산인권센터)는 "사실 대본을 쓰면서도 피고에게 어떤 판결일 내려질지는 예측하지 못했다"며, "재판과정에서 보복의 두려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음에도, 학생들이 폭력에 대한 방관은 옳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은 참 대단하며, 희망이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또 "훨씬 많은 방관자들이 변할 때 폭력은 예방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불의의 현장, 인권이 침해되는 현장에서 방관하지 않는 정의와 양심이 있는 청소년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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