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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9일 윤락녀 5명의 목숨을 앗아간 군산 매춘업소 화재참사로부터 극적으로 구조된 유일한 생존자 김OO(28) 씨가 포주와 경찰의 상납·유착관계의 실상을 폭로했다.

10월 13일 오후 4시경 서울 서초동 배금자 변호사(유가족 대리인) 사무실에 모습을 나타낸 김씨는 "포주들이 명절 때마다 파출소 경찰들에게 줄 상납금을 매춘여성들로부터 수거했다"고 주장했다.

A4용지 4장으로 작성된 김씨의 진술서(아래 전문 참조)에 의하면 포주와 경찰의 상납고리는 매우 조직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저는 박△△(화재 업소 3층 포주)이 금년 추석 전날 파출소 경찰관에게 돈을 준다고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날 늦은 밤에 파출소 경찰관이 저의 업소에 방문해서 박△△과 5분간 얘기하고 나간 직후 (박씨가) 돈을 준비해 윤락업소에서 모두 수금해서 경찰관에게 갖다주는 다른 포주에게 맡겨 놓고 왔다고 했습니다. 그 경찰관의 특징은 통통하고 표준 키, 나이가 든 사람이었습니다."

김씨는 이러한 상납이 일회에 그치지 않았다고 말한다. 매년 추석, 설날에 포주들이 돈을 거둬 그 파출소에 상납한다는 것을 포주인 박△△씨에게 들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또 상납액에 대해서 "아가씨 한 명당 10만원씩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진술대로라면 그 동안 매춘업소 포주들이 경찰에 상납한 돈은 수천만원에 달하게 된다.

군산경찰서는 현재 화재가 발생한 '쉬파리 골목'의 매춘업소가 모두 7곳이며, 매춘에 종사하는 여성은 17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업소의 포주들은 한 번에 170만원씩, 설과 추석을 합쳐 일년에 340만원 정도를 인근 Y파출소에 상납한 셈이다.

김씨가 이 곳 대명동 윤락가에 온 것은 98년도, 3년만 계산해도 경찰에 건넨 상납액은 천여만원이 넘는다. 게다가 이 윤락가가 생긴 것은 10년 안팎이므로 그 액수는 더 늘어나게 된다.

이에 대해 Y파출소의 한 경찰은 "예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김씨는 또 명절에 상납하는 '떡값'과는 별도로 '상납계'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포주들이 계를 들어서 돈을 모아 경찰서에 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매달 계주를 맡고 있는 다른 포주가 곗돈을 걷으러 다녔습니다."

한편 지난 9월 29일 오마이뉴스가 단독 보도한 박**(29, 화재발생 업소의 2층 포주)씨의 장부에 의하면 박**씨는 '자야 아줌마' 계와 '제인 이불' 계를 들어 한 달에 각각 4백만원과 2백만원씩을 지출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자야 아줌마' 계의 계주는 대명동 윤락가에 있는 한 업소의 포주였다. 군산경찰은 이에 대해서 "그 계는 상납계가 아니다"라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

포주 박△△과 경찰의 유착관계에 대한 김씨의 진술은 '상납'에만 머물지 않았다.

"한◇◇(박씨의 선배, 조직 폭력배)가 군산 경찰서 형사들과 아주 친한 사이였으며 그 경찰은 박△△을 일부러 열흘 간 (시간을 주고) 잡지 않고 봐주었습니다."

김씨는 포주 박△△이 화재사고 직후 박씨의 친구 집에 자신을 피신시켰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박씨가 저를 경찰에 출석시켜 '감금당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게 강요했고 저는 경찰서에 가서 그들이 시키는 대로 감금당하지 않았다고 허위 진술을 하였습니다"라고 적었다.

특히, 김씨는 현재 군산경찰이 실제 포주로 지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박##(40)씨 뒤에 실제 포주로 이 □□(46)씨가 존재한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진술서에서 "박△△은 나를 감시하는 역할을 했는데 그 실제 우두머리 포주는 따로 있다...실제 포주는 이 □□이라고 들었다"며 "군산 손님들도 이 업소 실제주인은 이 □□이라고 많이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군산경찰은 화재가 발생한 업소의 전세 임대자만을 구속해 놓은 상태이며 정작 이씨는 '사문서위조'라고 하는 비교적 가벼운 죄목으로 검찰에 연행되어 있는 실정이다.

김OO 씨의 진술서는 포주와 경찰의 유착관계 뿐만 아니라 매춘업소 내에서 자행되고 있는 감금, 금품 갈취 등 인권유린의 실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저는 하루 (밤에) 적게는 4명, 많게는 5명을 받아 박△△이 (화대의) 50%를 가져가고, 저한테 방 값, 식대비, 옷값으로 한 달에 백만원 정도를 가져갔으며, 병원비, 약값 등으로 50만원 정도 가져가서 남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커튼으로 창문에 못을 박았으며 또 쇠창살로 봉해서 나가지 못하였으며, 또 문을 밖에서 자물통으로 잠가 버리고 2층 포주가 문을 열어 주어여야만 출입할 수 있는 감금상태로 되어 있었습니다."

김씨의 진술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번 화재참사는 누전으로 인한 단순화재로 보기 힘들게 됐다. 포주와 포주가 거느리고 있는 조직원들의 감금에 의한 인권유린이며 경찰과의 유착에 의한 결과라는 것이 여성단체의 주장이다.

새움터의 김현선(33) 대표는 "김씨의 진술대로라면 포주들의 행태는 단순한 윤락행위 알선을 넘어서 집단 살인행위다"라며 "상납관계에 있으면서 이를 용인한 모든 경찰과 공무원들이 다섯 명의 꽃다운 여성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분노했다.

배금자 변호사는 "앞으로 진행될 군산 윤락가 화재참사에 대한 국가를 상대로한 국가배상청구 절차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김씨의 진술이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 애완견 덕에 살아났다

지난 9월 19일 발생한 군산 대명동 윤락가 화재참사의 유일한 생존자인 김OO(28) 씨가 극적으로 구출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애완견 때문이었다.

화재가 난 시간은 오전 9시 15분 경, 새벽 5시까지 '손님'을 받은 매춘여성들에게는 막 깊은 잠에 빠져드는 시간이다. 따라서 웬만한 기척에는 잠을 깰 수 없는 상황.

2층에서 불이 나고 유독가스가 3층까지 새어 들어오자 김씨의 애완견이 김씨의 머리를 물어뜯으며 주인을 깨운 것이다.

김씨는 "눈을 떠보니 연기가 자욱하게 방에 들어와서 창문 쪽으로 다가가 구조를 요청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매춘업소의 오랜 감금생활 속에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그 애완견을 길러왔다고 한다. 구조될 당시 김씨는 애완견을 안고 나왔다. 하지만 현재 그 애완견은 다른 업소 포주에게 맡겨져 있다.

김씨와 함께 지내고 있는 한 상담원은 "김씨가 자신의 목숨을 살린 애완견을 애타게 찾고 있지만 애완견을 돌려 받을 길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포주' 박씨 검거 직후 인터뷰 "난 억울하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가 단독 입수한 김OO씨의 진술서 전문을 게재한다.
(문맥상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본 뜻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부분 수정했음-편집자주)

진술서

성명 김OO
주소 군산 개정동134

저는 1998년도에 군산시 대명동 감뚝 뒷골목 윤락가에 팔려왔습니다. 그 전에 광주에 충장로 거리 대인동에서 윤락을 강요당하다가 주인이 저를 군산업소로 팔아 넘겼습니다. 군산업소에 올 때 저한테 빚이 육백만원 정도 있다고 했습니다. 

군산시 대명동 138-18번지에 3층 건물 중 저는 3층에서 윤락행위를 강요받았습니다. 포주는 박△△으로 저를 감시하는 역할을 했는데, 실제 우두머리 포주는 따로 있다고 들었습니다. 실제 포주는 이□□이라고 들었습니다. 군산 손님들도 이 업소 실제 주인은 이□□이라고 많이 알고 있었습니다. 

박△△은 저를 계속 감시하며 그 빚을 갚을 때까지 윤락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하루 적게는 4명, 많게는 5명을 받아 박△△이 50%를 가져가고 저한테 방 값, 식대비, 옷값으로 백만 원 정도를 가져갔으며, 병원비, 약값 등으로 50만원 정도 가져가서 남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박△△이 적금을 들어준다고 했는데 통장을 보여달라고 하니까 보여주지도 않고 이빨 치료비로 해야했다며 저는 돈 한 푼 만져보지도 못했습니다. 

저는 밖에 외출도 거의 못했고 미장원 갈 때나 옷을 사러 갈 때도 박△△이 같이 나가 돈을 지불하곤 했습니다.
제가 도망가면 친구들을 시켜 저를 끝까지 찾아내고 흑산도로 팔아버릴거라고 늘 말했습니다. 박△△의 친구들은 윤락녀들이 도망가면 잡아오는 깡패 일당들이었습니다. 박△△의 친구들인 윤락녀 잡아주는 조직원 5∼6명이 이 업소에 자주 들락거렸습니다. 저는 박△△이 흑산도에 팔아버리겠다고 하는 말이 무시무시한 협박이었습니다. 흑산도에 들어가면 뱃사람 상대하고 죽어서 나올 수 있어도 살아서 나올 수 없다고 윤락녀 사이에 파다하게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우리 같은 사람에게 가장 무서운 협박이었습니다. 포주들은 전부 인신매매범들하고 결탁되어 있고, 윤락녀들은 도망가면 어떻게든 잡히게 되기 때문에 저는 이런 사정으로 도망갈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1년이 지난 뒤에 빚을 갚았지만 박△△은 저를 나가지 못하게 하여 윤락생활을 하며 지내야 했습니다. 박△△은 나를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고, 돈을 한푼도 주지 않아 수입을 전부 자기가 관리하였습니다. 매달 결산해주겠다고 하며 실제 돈을 한푼도 주지 않아 저는 밖에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박△△ 일당들이 들락거리기 때문에 제가 맘대로 나가면 제가 잡혀서 흑산도로 팔려간다는 두려움 때문에 정말 한 발짝도 그곳에서 벗어나올 수 없었습니다. 실제 윤락업소에 발을 들여놓으면 이런 상태로 포주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있던 업소의 2층에는 5명의 아가씨가 있었는데 저보다 더 심한 감금상태로 있는걸 알았습니다. 그 아가씨들도 외출할 때 항상 2층 포주 몇 명이 따라가서 감시하였으며, 커튼으로 창문에 못을 박았으며, 또 쇠창살로 봉해서 나가지 못하였으며, 또 문도 밖에서 자물통으로 잠가 버리고 2층 포주가 문을 열어주어야만 출입하는 감금상태로 되어 있었습니다. 2층에 아가씨들의 감시가 더 살벌했습니다.

2층에는 이□□이 장모하고 딸, 처남이 늘 감시하는 포주도 있었고 이□□은 들락날락했습니다. 이□□이가 2층, 3층 모든 업소의 실제 포주라고 2층에 아가씨들이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이□□한테 많은 행동대원들이 있었습니다. 이□□ 부인인 박▽▽도 저와 2층 아가씨들한테 이□□ 밑에 행동대원들이 많고 두목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박△△이가 금년 추석 전날 파출소 경찰관께 돈을 준다고 하는 것을 제가 보았습니다. 그날 늦은 밤에 파출소 경찰관이 저의 업소에 방문해서 박△△과 5분간 얘기하고 나간 직후 돈을 준비해서 경찰관을 따라 나가서 윤락업소에서 모두 수금해서 경찰관에게 갖다주는 다른 포주에게 맡겨놓고 왔다고 했습니다. 그 경찰관의 특징은 통통하고 표준 키, 나이가 든 사람이었습니다. 매년 추석, 명절, 설날에 포주들이 돈을 거두어 그 파출소에 돈을 상납한다고 박△△이가 직접 저한테 말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포주들끼리 계를 들어서 돈을 모아 경찰서에 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매달 계주를 맡고 있는 다른 포주가 곗돈을 거두러 다녔습니다. 

2000년 9월 19일 아침 아홉 시 경 불이 났을 때에 저는 자고 있었는데 제가 키우는 개가 제  머리를 물어뜯으며 저를 깨웠습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연기가 자욱하게 방에 들어와서 2층으로 내려가려고 했는데 도저히 내려갈 수가 없어서 창문 쪽으로 가서 살려달라고 소리쳤습니다. 마침 전기 공사하는 아저씨가 이 광경을 보고 구출하려고 했는데 창문이 쇠창살로 막혀있고 아주 두꺼운 창문 때문에 나갈 수가 없어서 포크레인 기계로 겨우 창문을 부수고 저를 구출하였습니다. 

2층 업소에 윤락녀 5명을 감시하는 포주들은 1층에 방을 절반으로 나누어 돌아가며 지내는데 화제가 났을 때 구출되어 밖에 나오니까 박**(이□□ 처남)이 잠을 자다가 뛰쳐나왔습니다. 박**은 자기만 피신하고 2층 방에 아가씨들은 깨우지 않고 잠근 문도 열어주지 않고 내버려둬 구출되지 않고 다 죽었습니다.

박△△이가 사고 직후 자기친구(깡패조직원) 집으로 (봉☆☆) 저를 피신시켰습니다. 이 집에서 하루 밤 자고 다음날 박△△의 선배(깡배 조직원=한◇◇) 집에 저를 또 피신시켰습니다. 박△△은 선배(패=한◇◇)를 통해서 경찰에다가 저를 출석시켜 감금당하지 않았다고 진술시킨 후에 박△△은 죄를 가볍게 하는 작업을 한 다음에 자수를 하였습니다. 한◇◇은 군산 경찰서 형사들과 아주 친한 사이였으며 그 경찰은 박△△을 일부러 열흘간 기회를 주어 잡지 않고 봐주었습니다. 한◇◇과 박△△이 저에게 경찰에 가서 감금당하지 않았다고 잘 말해달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경찰서에 가서 그들이 시키는 대로 감금당하지 않았다고 허위 진술을 하였습니다. 
이 사실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2000년 10월 13일 김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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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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