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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세대 - 사용하는 사람만 사용하던 시대

1세대는 전산 담당자만 사용하던 시대로 정의된다. 그 이전에 IBM의 대형 전산기를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PC가 등장하면서도 8비트 애플이 등장할 당시의 16비트 기종은 가격이 최고급 승용차 몇 대 값에 맞먹어 일반인이 구입하기도 거의 불가능했을 뿐더러 변변히 사용할 만한 응용 프로그램도 없어 전산 담당 프로그래머들이 직접 코볼 등의 사무용 프로그램을 이용해 필요한 것을 프로그래밍해 만들어 써야 했던 시절이다.

PC는 전산실이나 별도의 룸에 귀빈처럼 모셔져 사용 되었고 모든 보고서를 펜이나 타자기로 작성을 하던 시절이다. 중요한 보고서를 타자로 치려면 여직원에게 먹을 거라도 사주면서 잘 보여야 빨리 보고서를 작성해낼 수 있었고, 틀린 부분을 수정펜으로 지우고 고칠 것이냐 버리고 다시 칠 것이냐를 고민 해야 했고 그래서 메모리가 있는 전동 타자기는 최고의 고마운 기계로 대접을 받았다. 그 기계는 어느 정도의 분량을 기억 했다가 다시 자동으로 쳐주는 기능이 있는 것이었다.

즉, 이 당시는 PC룸에서 PC를 사용하는 한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은 전부 100% 컴맹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컴맹이라고 컴맹이라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전혀 없었다. 당시에는 PC가 문방구를 대신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해외 출장이라도 갔다올 때는 주위 동료들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볼펜 똥이 잘 생기지도 않고 글이 부드럽게 잘 써지는 미국산 Big 볼펜 하나만 주면 땡이었던 시절이다. 인류 역사상 석기 시대가 가장 길었던 시대였던 것처럼 PC 시대로 보면 이 시대가 석기 시대와 마찬가지로 PC 시대 역사 상 역시 가장 긴 기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제2세대 - 일반인들이 XT를 구입할 수 있게 된 시기

2 세대는 16비트 PC가 대중화된 시대로 정의된다. XT시대라고도 할 수 있고 도스 시대로 정의 될 수도 있다. 일반인이 사용하는 통신도 이 시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 데 시기적으로 보아 1980년대 후반이라고 할 수 있다.

XT의 CPU는 8메가헤르츠 혹은 10메가헤르츠 정도였으니 지금 나오고 있는 기가 헤르츠 속도에 비하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린 속도다. 현재 PC 제품의 주류가 되고 있는 700 메가 헤르츠의 속도로 보아도 무려 90 배 정도나 빨라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XT의 메모리는 1 메가가 안 되는 640k 정도였고 심지어는 하드 디스크 드라이버도 없이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버로만 부팅도 되고 응용프로그램도 사용했으니 그 때 시절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해서 PC를 쓸 수 있는 지 이해를 하지 못할 수도 있을 법하다. 당시는 XT에 20 메가 하드 드라이브를 장착하면 대단히 호사스러운 것이었다. 하드 디스크 없이도 보석글같은 워드프로세서로 글을 쓸 수 있었고 로터스1-2-3이라는 스프레드쉬트를 이용해 그래프도 프린트 할 수 있었다.

당시에 개인들이 사용하던 프린트는 9핀 도트 프린트였다. 한 번 프린팅을 시키면 '따다닥' 소리가 온 집안을 울리며 엄청 느린 속도로 출력을 했다. 하지만 출력 결과는 지금보아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그리고 페인트 브러쉬나 닥터할로 같은 그래픽 프로그램을 이용해 그림도 그리고 그림을 출력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핸드스캐너로 스캐닝을 하면 놀랍게도 스캐닝한 그림이 흑백이긴 하지만 화면에 그대로 나타났고 프린트도 그대로 되었다. 하드도 없는 XT지만 그것으로 크리스마스 카드도 만들 수 있을 정도니 기술 수준이나 할 수 있는 짓으로만 본다면 요즘 할 수 있는 것을 거의 모두 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이 시대에도 통신이 있었다는 것을 믿기 어려운 사람이 있을 지 모르지만 엄연히 존재했다. 비록 1200bps 보다 실감 나게 이야기해 1.2k짜리 모뎀을 가지고 통신을 했지만 텍스트 기반의 통신을 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1.2k짜리 모뎀을 사용하다가 2.4k짜리 모뎀으로 교체하고는 그 엄청나게 빨라진 속도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었다. 웃기는 얘기로 들리겠지만 사실이다. 모뎀은 9.6k, 14k, 28k, 56k로 발전을 거듭했다. 요즘 ADSL은 실제 속도야 어찌되었건 간에 무려 10메가라고 하니 1.2k 시절에는 꿈도 못 꾼 일이다. 앞으로 10년 후의 세월이 흐른 다음에는 오늘의 우리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10 메가가 분명 가소롭게 생각되어질 것이다.

PC는 XT에 이어 286으로 일컬어지는 AT가 나왔지만 운영체제는 여전히 도스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제3세대

3 세대는 386 PC와 윈도의 시대로 정의 된다.
386PC와 함께 윈도 3.0이 나왔지만 386이나 윈도 3.0은 시장에 잠시 나타났다가 486과 윈도 3.1에게 시장의 주도권을 급속히 이양해야만 했다. 486과 윈도 3.1이 물리자 비로소 쓸만한 수준의 윈도 시스템이 되었고 윈도 3.1과 486 PC는 기가 막히게 매칭이 되어 사용자들을 매료시켰다. 그러다가 펜티엄 PC가 나오고 윈도95가 출시되었다. 이 시기에 움트기 시작한 것이 인터넷이다.

윈도95가 네트워킹 시대를 예고하며 등장을 했지만 인터넷에로의 이전은 느리기만 했고, 한국에서는 천리안이나 하이텔 그리고 미국에서는 AOL 같은 전화접속 통신 기반의 서비스가 더 큰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인터넷 세상으로 전환되는 대폭발이 그 폭발의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4세대

4 세대는 인터넷 세상으로 정의된다.
3 세대에도 인터넷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1994년에는 FTP 서비스가 제공되는 정도였고, 1995년이 되어 비로소 천리안 같은 통신 회사가 아닌 엘림네트나 신비로같은 ISP(Internet Service Provider)가 생겨 각 가정에서 전화선을 통해 인터넷에 직접 접속하는 시대가 전개되었다.

하지만 1996년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으로 들어가기는 했어도 국내에는 별로 방문할만한 사이트가 없어 주로 외국의 영어 사이트나 전전하며 돌아다녔고 당시는 펜트하우스 같은 성인용 잡지사가 인터넷 서비스를 막 시작하면서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던 시절이라 보면 정말 속이 화끈거리는 그림을 그냥 무대책으로(?) 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국내에도 비로소 많은 사이트가 생기고 개인들도 홈페이지 제작 붐을 일으킨 것은 1997년을 거치면서 1998년까지의 일이다.

윈도 98과 펜티엄2의 등장 그리고 인터넷의 확산은 PC 사용자 환경을 급속히 바꾸어 버렸다. 전국적으로 홈페이지 열풍이 일고 아무도 예상 못한 초고속 인터넷으로의 초고속 변화가 일어났다.

개인들의 인터넷 사용 확산, 게임방으로 불리는 인터넷 플라자가 전국적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홈페이지 개설 붐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단순한 폭발의 정도가 아니라 가히 핵폭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9년부터 일기 시작한 초고속 인터넷 붐이 2000년이 되자 폭발적으로 확산이 되어 초고속 ADSL 서비스를 집에 설치하려면 보통 두 달 정도를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펜티엄2 이후에 펜티엄3가 나오고 기가 헤르츠 속도의 CPU가 나오고 있지만 이제는 하드웨어의 속도는 그리 큰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얼마나 빠른 인터넷이냐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PC호환이 아닌 일본 특유의 NEC 컴퓨터와 ISDN 기반의 인터넷으로 버벅 거리고 있을 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ADSL을 기반으로 한 초고속 인터넷 확산, 게임방 확산으로 단번에 디지털과 인터넷 세상에서 앞서가는 국가가 되었고 훌륭한 인프라가 구축이 되었다.

제5세대

지금이 4세대니 5새대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일 지 모른다. 하지만 무리수를 두어서라도 5세대를 예측해본다면 아마 무선 고속 인터넷 시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다.

한국에는 2000년 하반기에 출시된다는 윈도ME도 윈도98을 베이스로 그리 크게 달라진 것도 없는 것 같고, CPU가 계속 빨라지고 있다는 것 외에 새로이 선을 보이는 특별난 장비가 있는 것도 아니다. 기술적으로 새로운 것을 내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앞서 언급한 무선 인터넷이고, 그것은 휴대전화가 세상을 바꾼 것처럼 다른 형태의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 된다.

한국에 게임방이 이처럼 확산될 것을 아무도 예상 못했던 것처럼 보다 고속화된 인터넷 환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안목과 예지력을 갖춘 사람들이 만들어 갈 미래 세상이 어떤 것이 될지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맺음말

내 전공이나 하는 일은 PC와 관련된 일이 아니다. PC에 관한 한은 평범한 사용자고 사용 능력이나 수준은 아직도 초보다. 그래서 감히 PC 운운하며 세대 구분할 자격은 전혀 없다. 하지만 12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세월의 변화에 따라 여러 대의 PC를 사용하면서 몸으로 느끼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세대를 구분한 기준에는 이의가 있을 수 있으나 내용에 있어 허구나 거짓 같은 것은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세대 구분은 내가 좋아 내 멋대로 한 것이니 누가 뭐라 그럴 것도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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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현대자동차 연구소 엔지니어로, 캐나다에서 GM 그랜드 마스터 테크니션으로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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