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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선 유죄가 입증되기 전까진 무죄지만 왜 나는 무죄가 입증되기 전까지 유죄인가?"

힙합그룹 '드렁큰 타이거'의 멤버 서정권 씨가 향정신성 의약품 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출두하기 직전 영어로 남긴 랩이다. 힙합그룹의 랩퍼다운 표현을 넘어 의미심장하다.

사건의 개요는 지난달 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힙합그룹 `업타운' 멤버 김상욱(21. 스티브 김.구속)씨 등이 지난해 6월 히로뽕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강력부(문효남. 부장검사)는 지난 2일 히로뽕을 흡입한 혐의로 힙합그룹 `드렁큰 타이거' 멤버 서정권(25. 미국명 제이케이) 씨를 소환하게 된다.

이날 오후 5시께 검찰에 나온 서 씨는 "마약을 한 적이 없다. 억울함을 풀기 위해 나왔다"고 말하면서 수사에 응했지만, 이틀이 지난 4일 향정신성 의약품 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다.

검찰에 따르면 서 씨는 지난해 6월 서울 동숭동 자신의 숙소에서 힙합그룹 `업타운' 멤버 김상욱, 여대생 박모(23.구속) 씨 등과 함께 히로뽕을 흡입하는 등 4차례 마약을 사용한 혐의라고 하지만, 검찰이 밝혔듯이 서 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이후 일각에서 "서 씨의 소변검사 결과, 약물복용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등 물적 증거가 없는데도 검찰이 구속된 업타운 등 다른 가수의 진술만을 근거로 구속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소변검사가 음성반응을 나타낸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마약사범은 공범의 진술이 중요한 증거가 되므로 구속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조만간 모발검사가 완료되면 히로뽕 투여사실이 입증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서 간과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은 앞서 서정권 씨가 주장한 것과 같이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다시 말해 헌법이 지향하는 인권 보장을 위해 일반적인 법 집행의 원리로 존중돼 온 무죄추정의 원칙이 무시되어짐에 따라 보호되어야 할 형사피의자의 인권이 명백히 침해되고 있다.

나는 여기에서 그가 양심수라든가 하는 정치적인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한 개인이 - 그가 건전한 젊은이로 보이든 혹은 그렇지 않든 - 상당히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아주 의심스러운 행동을 했다 할지라도 법원의 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어느 혐의도 무죄로 추정해야 옳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이 국제사면위원회나 유엔 인권위 등으로부터 '고문 사례국'으로 분류되었다가 국제인권단체인 '프리덤 하우스'로부터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자유 양면에서 모두 자유로운 상황'이라고 평가를 받은 것이 아주 최근의 일이라는 점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인권의 문제는 '국가보안법 철폐'나 '사상전향제 폐지'와 같은 거대한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한 개인이 유죄로 입증되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되는 '사소한'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는 곳에서 시작되어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인권시계는 지금 몇 시를 가리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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