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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차기 총재 선출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간의 힘 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 의회의 한 위원회에서는 IMF와 세계은행에 대한 비판적인 연구 보고서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은행과 IMF는 그간 개발도상국들에게 발전보다는 피해를 입힌 바가 더 크며 따라서 이들 두 기구는 축소될 뿐만 아니라 전면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보고서는 이들 세계은행과 IMF가 외환위기 등으로 곤경에 처한 나라에 지원을 해나갈 때, 그 과정에서 그 나라의 국내정책에 너무 깊이 관여, 간섭하고 때로는 국내정치까지도 관장하려든다고 하면서, 결국에는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제안에서 작성까지 약 1년간 소요된 것으로 아시아 외환위기 기간중에 IMF에 1백80억달러를 내는 문제를 놓고 의회내에서 토론하는 과정에 공화당의 요구로 이루어진 것이다. IMF의 유지에 미국 경제가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게 된다고 본 공화당측이 IMF 유지및 강화에 보다 적극적인 민주당의 정책에 대한 비판과 도전의 성격이 강한 보고서 작성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보고서의 제출은 세계은행과 IMF의 문제를 둘러싸고 민주, 공화 양당의 격론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이러한 보고서의 결론에 대한 예상을 해온 미 재무부는 IMF의 구조개혁에 착수했고 이로써 비판에 의한 IMF의 위상 약화에 대응해왔다.
참고로 미 재무부는 IMF의 운용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미 공화당 향후 정책 보고서의 성격 지녀

이 두 기구의 출범은 제2차대전 이후의 세계경제의 운용과 관련하여 갑작스러운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단기적 긴급기구로서의 IMF와 제 3세계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 기능을 가진 세계은행으로 의미를 가졌었다. 이른바 브레튼 우즈 협상에 따른 세계경제체제의 위기대응용 축으로서 발족했던 것이 이제는 세계경제의 흐름을 좌우하는 정도의 기능과 역할을 감당함으로써 문제발생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와 함께 이 보고서는 IMF가 금융위기에 처한 나라에 돈을 빌려줄 때에 보다 강력한 기준에 따라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IMF의 자본금이 고갈될 것이며 그것은 역설적으로 IMF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의 경우에는 세계개발기구라는 이름으로 개편되고 돈을 빌려주는 일에서는 손을 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러한 일은 민간은행이나 사적 자본에게 맡길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미 의회의 보고서는 특히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에 세계경제의 운용과 관련하여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이 되는 바이다.

이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IMF와 세계은행의 기구 축소를 지향하면서 미국경제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미국 자본의 역할을 보다 강조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IMF가 돈을 빌려줄 때에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라는 것은 미국 자본의 활동공간을 충분히 허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돈을 빌려주지 말라는 것이다.

또한 세계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기능을 포기하고 사적 자본에게 이를 맡기라는 것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라고 하겠다. 여러 나라가 관여하는 국제기구에 의존하는 방식보다는 직접적으로 미국자본의 역할과 기능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세계경제를 끌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자본주의 체제 운용방식에 대한 논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에서 우리가 주목하게 되는 면모는 IMF와 세계은행이 그간 개발도상국들에게 도움을 주기보다는 피해를 입혔다는 비판과 이들 나라의 국내정치에 이 두 기구가 너무 깊이 관여, 개입했다는 대목이다.

이것은 그간 이 두 기구가 계속해서 비판받아왔던 측면이라는 점에서 새로울 것이 없으나 미국의 의회가 공식적으로 이러한 각도에서 문제를 다루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렇지만, 주의할 것은 이 보고서는 양날의 칼을 가진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외양적으로는 IMF와 세계은행의 축소, 그리고 개혁을 요구하면서 개발도상국들의 진정한 발전을 위하는 입장에 서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 내용에 들어가 보면 미국의 자본이 보다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는 직접적인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되는 것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이 두 기구에 대한 입장차이는 단지 어떤 방식과 통로를 통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운용을 보다 공고히 할 것인가에 있다. 따라서 이 보고서를 해독해나갈 때에 그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대응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미 의회를 중심으로 이러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과는 달리 한국의 총선은 정략적 지역주의가 횡행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어서 깊이 우려되는 바이다. 이런 식으로는 세계적 변화에 대응할 방법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보고서 하나 제대로 나오지 않는 정치풍토는 우리의 현실이 어떤 지경에 처해 있는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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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기자는 경희대 교수를 역임, 현재 조선학, 생태문명, 정치윤리, 세계문명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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