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마을 어귀마다 느티나무 한두 그루 있었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되어 준다 해서 사람들은 정자나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밤이 되면 소쩍 소쩍, 서글피 우는 소쩍새는 몸을 숨긴 채 느티나무 위에서 울어댔다.
▲ 소나무와 어울림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느티나무(2023.4.16) ⓒ 진재중
둥글고 소담스럽게 잎을 펼치고 있어 여름철이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부채 하나만 있으면 이 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었다. 나무를 벗삼아 아들 자랑도 하고 이웃 흉도 보면서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보낼 수 있는 편안한 휴식터였다. 지금으로 보면 노인정이다. 나무가지는 편안하고 낮은 자세로 어린아이들을 맞이했다. 종일토록 오르내려도 다치는 아이 하나 없는 친근한 놀이터가 되어 주었다. 추억의 나무다.
▲ 느티나무 가지 오르기 좋아서 어릴 적에 놀이터 삼아 놀았던 추억의 나무다(2023.4.16) ⓒ 진재중
이런 추억의 나무가 잘 정리된 채로 강릉시 연곡면 소재, 자그마한 사찰 한가운데 서 있다. 수령은 500~600년, 둘래는 어림잡아 5-6m, 높이는 10여m로 보인다. 여느 느티나무와는 다르다.
같이 동행했던 강릉원주대 환경조경학 김희석(61세) 박사는 "느티나무는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에서 자라지만 이렇게 정원수처럼 잘 가꾸어진 것은 처음 봅니다. 보호수종으로 지정해서 잘 가꾸었으면 합니다"라고 감탄했다.
▲ 느티나무 기와와 철쭉과 조화를 이룬 느티나무(2023.4.16) ⓒ 진재중
▲ 나무둘래 재는 교수 두팔 벌려 3번 정도가 되는 굵기다(2023.4.16) ⓒ 진재중
느티나무는 가지가 사방으로 고르게 퍼져서 위에서 보면 나무가 둥근 모양을 이루고, 잎이 많고 무성해서 넓은 나무 그늘을 만들기 때문에 정자나무로 많이 심었다.
느티나무는 가지치기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알아서 잘 자라기 때문이다. 사람의 손이 갈 여력도 없다. 느티나무는 산기슭이나 골짜기, 그늘진 땅에서 잘 자란다. 굵은 가지는 밑둥부터 갈라지고, 나무 껍질은 회백색이다. 늙은 나무에서는 비늘처럼 떨어진다. 어린 가지에 잔털이 빽빽이 있는게 특징이다.
잘 자란다면 1천 년 이상 사는 나무라 우리나라에서는 총 14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신라시대부터 느티나무를 신성시해 벌채를 금지해 온 나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 나무밑둥 편안히 자리를 내주는 나무(2023.4.16) ⓒ 진재중
▲ 나무껍질 오랜 연륜을 말해주는 회색빛 나무껍질 ⓒ 진재중
▲ 느티나무 잎 녹색을 띄고 아름다움을 뽐내는 잎(2023.4.16) ⓒ 진재중
▲ 철쭉과 어울림 막 피어나는 철쭉과 느티나무가 어울린다.(2023.4.16) ⓒ 진재중
초록으로 물든 산중에서 잘 정리된 느티나무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여행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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