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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군 어상천면 석교리의 버려진 배추밭
 단양군 어상천면 석교리의 버려진 배추밭
ⓒ 정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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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앞 큰길에서 보이는 배추밭들입니다. 한 포기도 건들지 않고 버려진 배추밭이 농사꾼의 현실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날이 추운 탓에 썩지도 못하고......

불가사의한 것은 배추농사를 지은 농사꾼들도, 밭떼기로 배추를 산 장사꾼도 아무도 밑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농사꾼들은 평당 5,500원씩 계약을 하며 선금을 받았고, 장사꾼은 또 다른 배추밭에서 충분한 이익을 남겼다고 합니다.

내가 사는 마을에만 2만 평 정도의 배추밭이 버려져 있습니다. 평당 10~15포기가 심어져 있으니 적어도 배추 20만 포기가 버려진 셈입니다. 혹독한 가뭄 속에 힘들게 키운 배추는 버려져 있는데 돈만 오고간 것입니다.

지난 7월 5일 대전에서 2018년 KREI리포터 연찬회가 있었습니다. KREI리포터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현장과 연구원 간 소통을 촉진하고 농촌현장 여론과 애로사항을 적시에 파악하여 적절한 정책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2009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는 조직입니다. 저는 2014년부터 참여해 5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가슴 뛰는 농업, 가슴 뛰는 삶'이라는 주제로 민승규 전 농식품부차관의 초청강연이 있었습니다. 4차산업혁명과 농업, 빅데이터, 스마트팜 등 현란한 말이 넘쳐나는 자리였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두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첫째, 농수산비서관으로 있을 때인 2008년에 적발된 28만 명의 직불금 부정수령자들을 왜 처벌하지 않았는가?

둘째, 36살에 귀농해 18년간 해마다 8천평이 넘는 밭을 부치며 신지식농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두 번의 간암 수술로 건강이 안 좋아진 내가 4차 산업혁명의 시기에 농민으로 살아갈 방법은 무엇인가?

돌아온 답변은 이렇습니다.

첫째 문제는 오래된 일이라 어떻게 처리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알아보겠다.

두 번째는 특색 있는 펜션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농촌에서 살면 좋겠다.

별다른 기대를 갖고 한 질문이 아니었기에 나는 땅도 없거니와 살고 있는 집이 온통 슬레이트 지붕에 둘러싸여 있어 펜션은 말도 안 된다며 일축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답을 내놓을까요?

제가 원하는 대답은 70년 된 적폐 중의 적폐인 부재지주를 일소하고, 지대 개혁에 나서겠다는 것과 20년 이상 3000평 이상을 농사지으면서 병이나 사고로 농사를 못 짓게 된 빈농과 임차농들에게 기초생활 수급자 수준 이상의 농민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잘사는 농업 농촌"

부농과 부재지주들과 '더불어'가 아닌 빈농과 임차농들과 '더불어'이기를 기대했습니다.
 
잡곡이 빠진 청와대 간담회
 잡곡이 빠진 청와대 간담회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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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 쌀과 감자 외의 식량작물은 보이지 않고 바나나와 메론이 자리를 차지한 농산물 전시대를 앞에 둔 청와대의 농업인 초청 간담회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농가 소득은 2017년 연소득 3,824만 원으로 2010년부터 7년 동안 612만 원밖에 오르지 않았습니다"며 안타까워하면서 스마트농업 추진 등을 제시했습니다.

같은 시기 농업소득은 1089만 원에서 1004만 원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공무원이 한 명도 없고, 전국 농지의 절반 이상이 임차 농지인데도 부재지주의 처벌을 요구하는 농업관계자가 한명도 없다는 현실에 절망을 느낍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사람 중심의 농정개혁은 부재지주 청산과 공무원법의 영리업무 금지 조항을 위반한 범죄자들의 퇴출없이는 실현될 수 없습니다.

태그:#부재지주 청산, #스마트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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