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서는 첫 얼음이 얼었다, 출근길 복장을 따뜻하게 하시라' 등 연일 추위를 알리는 뉴스들이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도 제주는 여전히 영상 20도 이상의 기온에 바람 한 점 없는 가을 날씨다. 특히 서귀포 같은 경우에는 햇살도 제법 따뜻한 것이 마치 봄 날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큰사진보기
|
▲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서우봉 산책길, 바람 한 점 없이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어 기분을 좋게 한다 |
ⓒ 이영섭 |
관련사진보기 |
그렇게 기온으로는 체감하지 못하는 계절의 변화를 우리는 다른 루트로 느끼고 있다. 제주에 겨울이 왔음을 알리는 감귤 축제와 방어 축제가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특히 방어 축제는 관광객보다는 제주 도민들이 더 기다릴 만큼 제주의 겨울을 상징하는 축제로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 때가 되면 행사장인 모슬포항 근처 도로는 축제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 차량들로 가득 차 주차장이 되어버릴 정도다.
한겨울 제철 방어 맛 보러 몰려드는 사람들
큰사진보기
|
▲ 모슬포항 주차장 일대 전체가 방어 축제의 메인 이벤트가 진행되는 광장으로 사용된다. |
ⓒ 이영섭 |
관련사진보기 |
최근 기후변화 등의 요인으로 방어가 남하하지 않고 동해에 머무는 탓에 예년에 비해 어획량이 다소 줄긴 했지만 누가 뭐래도 방어는 제주, 그 중에서도 마라도 근방에서 잡힌 것을 최고로 친다. 그때문에 한겨울 제철 방어 맛을 보려는 제주도민들과, 산지에서 직접 방어를 맛보기 위해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까지 겹쳐 모슬포항 근처 음식점들이 호황을 누리기도 한다.
큰사진보기
|
▲ 행사에 참여한 업체 및 단체에서는 판매용 방어를 손질하기에 여념이 없다 |
ⓒ 이영섭 |
관련사진보기 |
살이 오르고 기름이 차오른 겨울 방어는 기름지면서도 쫄깃한 특유의 식감을 선사한다. 방어를 회를 떠 놓으면 마치 참치 회와 비슷하기도 한데, 참치에 비해서는 훨씬 쫄깃하고 담백하다. 방어와 구별이 힘들어 거의 동일 어종으로 취급 받는 '히라스'(부시리) 역시 식감과 맛이 거의 비슷한데, 제주 분들에게 그 차이를 물어보니 방어의 사이즈가 대(大) 자로 넘어가면 방어가 더 맛있지만, 사이즈가 작을 경우에는 히라스가 더 맛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식당에 가서 방어를 시켰는데 히라스가 나온다 해도 화낼 필요가 없단 소리다. 사실 우리 같은 일반인은 그 두 어종을 구별할 방법 자체가 없지만.
큰사진보기
|
▲ 좌측 상단부터 맨손 방어잡기, 경매, 노래자랑, 선상낚시 체험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
ⓒ 이영섭 |
관련사진보기 |
지난 11월 17일부터 20일까지 4일간 열린 방어 축제에는 약 20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제주도 전체 인구가 65만 명 내외인 걸 생각하면 관광객을 감안한다 해도 엄청난 숫자가 축제를 즐긴 것이다.
사실 방어 축제라고 해서 꼭 방어를 먹기 위해 올 필요는 없는 듯하다. 방어야 겨울철이 되면 근처 식당가에서 언제든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것보다는 축제거리에 오픈하는 다양한 이동상점과 먹거리, 그리고 메인 행사장에서 진행되는 무료 시식과 낚시 체험, 맨손 잡기 체험, 경매 등을 구경하는 것이 더 흥미진진하다. 특히 어린이와 성인으로 각각 나뉘어 진행되는 방어 맨손 잡기 체험은 꽤나 박진감이 넘치니 기회가 된다면 꼭 구경하길 추천한다.
큰사진보기
|
▲ 방어회와 머리 구이, 소라, 통돼지 바비큐 등 제주를 상징하는 다양한 먹거리 장터가 펼쳐진다. |
ⓒ 이영섭 |
관련사진보기 |
이렇게 축제를 구경하고 방어회와 바비큐 맛까지 보고 난 후 기왕지사 서귀포까지 온 김에 근처 해변과 안덕 계곡까지 한 바퀴 산책을 즐겼다. 내일 모레면 12월인데 서귀포 햇살은 아직도 등을 따뜻하게 덥힌다. 역시나 제주에 겨울이 오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만 방금 전 토실토실 살이 오른 방어를 맛 보았으니 이를 부정하기도 힘들다.
큰사진보기
|
▲ 일주서로에서 평대리로 진입하는 길목에 위치한 안덕 계곡 산책로. 눈썰미가 있는 분이라면 어디선가 본 듯한 기억이 날 것이다. 드라마 구가의서의 촬영지다. |
ⓒ 이영섭 |
관련사진보기 |
아, 이제 얼마 후면 제주 칼 바람에 두터운 옷을 꺼내 입고 발을 동동 구르는 날이 오겠지. 그 날이 올 때까지라도 이 따뜻한 제주의 햇살을 좀 더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