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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2013년 정부 세제개편안의 평가와 개선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2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2013년 정부 세제개편안의 평가와 개선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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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비중이 높기 때문에 법인세율을 올리면 경제에 무리가 간다는 일각의 의견은 논리적으로 타당한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은 가족기업인데 개인소득세율보다 법인세율이 훨씬 낮기 때문에 법인으로 세금을 내는 사람이 많고 그래서 법인세 비중이 높은 것입니다."(김유찬 홍익대 교수)

세법관련 학자들이 지난 8일 발표된 정부 세법개정안 관련, 법인세를 인상하고 조세제도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박근혜 정부가 천명한 복지재원을 마련하고 조세형평성을 맞춘다는 취지에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7일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세제개편안의 평가와 개선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박근혜 정부가 내놨던 세법개정안 원안에 대해 대체로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낮은 수준의 법인세율, 일감 몰아주기 과세 기준 완화 방침, 낮은 세수 증대효과 등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비판했다.

추가 세수 규모 역부족... "법인세 실효부담 세율 올려야"

이날 토론회는 주제 설정부터 다소 이색적이었다. 다섯 명의 학자들은 이번 개정안 중 반드시 폐지해야 하는 사항, 부분적으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 바람직한 부분, 추가돼야 할 부분 등 각각의 주제에 대해 명확하게 날을 세우고 토론에 임했다.

가장 뜨거운 주제는 법인세 인상이었다. 대부분의 패널들은 법인세, 특히 법인세의 실효세율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제시된 추가세입 규모가 공약가계부에서 제시된 50조7000억 원의 2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성장 친화'를 추구하겠다는 이유로 법인·재산과세에 관대한 경향을 보인 바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인세 실효부담 세율과 최고 세율 22%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 사업자는 최고 35%의 세율을 부담하는데 법인기업의 경우 10%대 세금을 무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는 "정부에서는 큰일이 날 것으로 생각하지만 법인세율이 그보다 훨씬 높은 나라들도 우리나라 경제보다 훨신 더 잘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3개의 구간으로 나뉘어 징수되는 법인세 구간에 기업 규모별로 누진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획재정부가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서 법인세 구간 수를 줄여야 한다고 한 것과 정 반대의 주장이다.

홍헌호 시민경제연구소장은 "일본의 경우를 보면 대기업 제조업체와 중소기업 제조업체의 1인당 급여 비율이 100대 50인 반면 한국은 100대 30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세금 부담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그는 "한국은 선진국들에 기업 간 양극화도 매우 심하다"면서 "법인세율 누진성을 더 강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로 바꾼 것에 대해서는 패널 전원이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고소득자가 많은 혜택을 누리는 소득공제에 비해 세액공제가 더 조세 공평에 기여하는 제도라는 이유다.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지나친 수준의 소득공제 제도가 소득세의 재분배 기능을 막아왔다"고 설명했다. OECD 국가의 소득세 징수 이후 지니계수 개선율이 평균 30%를 상회하는 반면 한국은 8.7%에 불과하다.

종교인에 대한 과세는 잘했지만 추가 개선이 필요한 일로 꼽혔다. 몇십 년 만에 과세 방침 자체를 이끌어 낸 것은 긍정적이지만 실효세율이 4% 수준에 그치는 기타소득이 아니라 근로소득세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평가다. 지하경제 양성화 역시 방침 취지와는 달리 위반시 처벌 수위가 미약하다는 점이 개선점으로 지목됐다.

"중산층 부담 줄인 2차 개정안 보다는 원안 방향이 옳아"

패널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세 부담을 늘리는 한편 소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정한 세금 부담을 하게 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복지국가 달성을 위해서는 어차피 세금을 늘려야 하고 그럴수록 국민 개세주의, 소득 공평부담의 조세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논지다.

이같은 측면에서 '세금폭탄' 논란 이후 중산층 세 부담을 낮춘 수정 개정안보다는 첫 번째 나왔던 세법개정안이 나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홍헌호 소장은 "MB정부 부자감세와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현 정권은 방향을 잘 잡았다"면서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기술이 부족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홍헌호 소장의 분석에 따르면 연봉 4000~6000만 원을 받는 근로자는 MB정부에서 27만 원 감세된 반면 이번 1차 개정안에서는 세 부담이 16만 원 늘었다. 연봉 6000만 원을 받는 근로자는 65만 원 감세된 후 16만 원 세 부담이 늘어났다. 세수도 부족한 마당에 굳이 세 부담을 낮춰줄 이유가 없었다는 얘기다.

안창남 교수는 "1차 개정안은 방향성은 긍정적이고 거리감이 부족했다면 2차 개정안은 방향성과 거리감 모두 부족했다"고 혹평했다. 그는 "특히 중간계층 근로자의 조세저항에 놀라서 하루만에 재개정 한 것은 졸속 개정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강병구 인천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내부거래의 범위를 확대시킨 점을 문제삼았다. 강 교수는 "대체로 조세의 공평성보다는 효율성 측면을 중시한 개정안"이라면서 "법인세·금융거래세·재산세·부가가치세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세제개편을 했어야 했다"고 평했다.


태그:#경실련, #세법개정안, #세제개편안, #박근혜, #법인세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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