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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종합주가지수가 전 영업일보다 2.8% 빠진 1783.3에 마감됐다. 서울 여의도 D증권 객장에서 한 투자자가 전광판에 표시된 종가를 보고 있다.
 4일, 종합주가지수가 전 영업일보다 2.8% 빠진 1783.3에 마감됐다. 서울 여의도 D증권 객장에서 한 투자자가 전광판에 표시된 종가를 보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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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왼쪽에 앉은 사람은 오늘만 20억 잃었대."

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의 D증권사 객장. 객장 '단골 손님'인 박아무개씨에게 오늘 주식시장 상황을 묻자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작은 목소리로 귀띔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주말을 앞두고 터졌던 미국발 경기 악재로 장중 1770선까지 밀리며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바닥'인 줄 알고 샀다가 '피박' 썼네

6월 첫 월요일 코스피 지수는 전주 금요일보다 2.8%가 빠지며 51.38 포인트 내린 1783.13으로 마감됐다. 지난 5월 중순 유럽발 신용 문제로 1770선을 찍고 보름 동안 꾸준히 올랐던 지수가 한방에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날 D증권 객장에서 만난 투자자들은 대체로 허탈하다는 반응이었다. 마포구에서 왔다는 김종석(가명)씨는 그중에서도 특히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수가 점점 회복되길래 '바닥'을 찍은 줄 알고 지난 달 말에 주식을 샀는데 완전 '피박' 썼다"고 털어놨다. 김씨가 구입한 삼성중공업 주식은 5월 말, 3만 7000원대까지 회복됐다가 바로 하락 추세를 타며 4일에는 전날보다 5.74% 떨어진 3만 3650원에 마감됐다.

5월부터 반복된 '롤러코스터' 장세에 익숙해진 탓인지 비교적 폭락에 초연한 투자자들도 눈에 띄었다. 건물 임대업을 하고 있다는 강경희(가명)씨는 평균 단가 2만 5000원에 매입한 대우증권 주식과 평균 단가 4만 원에 매입한 한화케미칼 주식을 각각 1000주씩 보유중이다. 대우증권과 한화케미칼은 이날 각각 9930원과 1만9500원에 마감됐다.

강씨는 "2009년처럼 코스피가 900선까지 폭락할까봐 걱정은 된다"면서도 보유한 주식은 "절대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 주가가 폭락하길래 겁이 나서 손해를 많이 보면서 팔았더니 금방 다시 오르더라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으로는 돈 좀 벌었는데 원금 찾으면 주식은 하면 안 될 것 같다"며 손을 내저었다. 강씨는 "장기 투자 개념으로 무턱대고 접근하는 노인들도 있는데 그러다 회사가 상장폐지돼 한 푼도 못 건졌다는 얘기도 있더라"고 덧붙였다.

장중 '6월 중순경 경기 반등 가능성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번 폭락을 기회삼아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는 투자자도 있었다. 인근 여의도동에 거주한다는 박아무개씨는 객장 한복판에 앉아 전광판을 주시하다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코오롱생명이 장 초반 1000원 이상이었던 낙폭을 450원까지 줄이자 "주식을 더 사야겠다"며 일어섰다.

"미국, 중국 경기 악화가 증시 폭락 이끌어"
이날 폭락은 미국발 고용지표 악화에서 비롯됐다. 지난 1일 발표된 미국의 5월 중 전체 비농업 고용이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자 미국 다우지수는 올 들어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하며 글로벌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UBS와 골드만 삭스, JP모건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경기회복세의 둔화가 우려된다며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낮게 조정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늘 있던 유럽위기 속에서 글로벌 경제의 다른 한 축인 미국과 중국 경기가 괜찮은 편이라 완충 작용을 했었다"면서 "최근 나빠진 중국과 미국의 경제지표가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유럽에서 돈을 풀어서 봉합책이 나올 수 있지만 미국, 중국 경기 자체가 꺾인 상태여서 당장은 위험요소가 더 크다"고 말했다.

5월 중순 '팔자'로 일관하며 폭락을 주도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현물은 2645억 어치 팔면서 선물은 9951억 어치 매입했다. 이 때문에 일부 인터넷 주식 동호회의 개미 투자자들은 '바닥 신호'가 아닌가 하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들이 오늘 취한 포지션이 나쁜 의미는 아니지만 그런 포지션을 연속적으로 취하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그보다는 현재 코스피 가격이 장부가치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스페인 같은 나라들이 EU에서 떨어져나가지 않는다면 지금은 저가매수 기회"라고 조언했다.


태그:#코스피, #6월 4일,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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