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필수템으로 여겼던 물티슈. 집에 동나지 않도록 출산 무렵부터 꾸준하게 사다 날랐다. 이젠 아이가 훌쩍 자라 사용하는 일이 현저히 줄었지만 계속해서 써왔다. 그간의 사용 패턴을 보아하니 부끄럽게도 육아템이 아닌 청소템이었던 것. 식사 준비 중 싱크대에 흘린 김치 국물을 닦아내고, 식사가 끝난 뒤 식탁을 훔쳐낼 때도 가장 먼저 물티슈를 찾았다. 이 외에도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그저 편리하다는 이유로.
언젠가 외출을 마치고 아이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려진 플라스틱 용기를 보고 아이는 말했다. "엄마, 여기 누가 쓰레기를 버렸어.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잖아. 그렇지 엄마?" 똘똘하게 말을 잘하는 아이는 직접 플라스틱 용기를 주어 아파트 단지 내 분리수거장으로 갔다. 그러고는 펼쳐져 있던 분리수거함에 넣었다. 수북이 쌓인 쓰레기를 보며 아이는 한번 더 말했다. "엄마, 쓰레기가 많이 생기면 북극곰이 아프잖아."
기후위기 시대에 아이가 살아갈 미래가 걱정스럽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어보니 더욱 그렇다. 대단한 환경 운동가도 아닌 내가 무언가 거창한 일을 할 순 없더라도 가정에서부터 조금씩 바꾸자라는 생각을 줄곧 한다.
물티슈 대신 행주. 그 뒤 주방에서 행주를 쓰기 시작했다. 식탁 닦기, 식기 닦기, 손 닦기 등 용도를 구분하여 매일마다 두세 장 꺼내 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소독하고 관리하는 것이 번거로워 사용을 꺼렸다. 하지만 매번 삶지 않아도 과탄산소다와 함께 찬물에 오랜 시간 담가 두면 충분한 표백 효과를 볼 수 있다. 내게는 이 방법이 가장 잘 맞았다. 물론 필요에 따라 세제 없이 끓는 물에 삶기도 한다.
세탁을 마친 행주를 탈탈 털어 햇빛과 바람이 잘 드는 곳에 널어 둘 때, 보송보송 마른행주를 반듯하게 접을 때. 마치 주부 9단이 된 것처럼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생각하는 살림. 완벽하지 않더라도 조금 불편하더라도 제법 괜찮다.
덧붙이는 글 | https://brunch.co.kr/@merciu
브런치에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