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차가 없어 필요할 때는 택시를 이용한다. 월 평균 15회 정도니 적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솔직히 만족도가 높지 않다.
택시를 부를 때마다 친절하고 안전운전하시는 기사님을 기대한다. 그날은 더 그랬다. 필요 없는 강아지 이동장을 아는 분에게 가져다주기로 했는데, 부피가 커서 트렁크가 좁으면 그 자리에서 분해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분해 과정이 단순하지만, 왜 미리 해놓지 않았냐며 기사님이 불만을 토로할 수도 상황이었다.
카카오로 택시를 부르자 5분이 안 되어 옆 동을 끼고 택시가 들어왔다. 차 문에 카카오 택시보다 더 눈에 띄게 "waygo Blue"라고 쓰여 있었다. 뭐지? 산뜻하고 깔끔한 이미지에 궁금증이 일었다.
"트렁크 좀 열어주세요"라고 말씀드리니 예상치 않게 기사님이 내리셨다. 물건이 커서 차에 흠집이라도 낼까 그러나 조바심이 났는데, 남편이 이동장을 분해하는 걸 거들어주시더니 직접 트렁크에 실어주시는 게 아닌가.
'택시 인생' 처음으로 그런 서비스를 받았다. 운이 나빠서일지 모르지만, 무거운 여행 가방을 들어주는 건 고사하고, 심지어 아기를 안고 유모차를 트렁크에 실은 기억이 있다.
택시를 타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졌다. 남편이 기사님 옆에 타자마자 밝은 목소리로 감사하다고, 직접 실어주실 줄 몰랐다고 말했다. 기사님도 고맙다고 하시며 목적지가 00이냐고 물으셨다. 배차를 받을 때 승차 거부를 할 수 없도록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목적지를 알았고, 확인 차 손님에게 여쭤본다는 것이었다. 어디든 간다는 'waygo'라는 명칭은 그런 의미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이 새로운 택시에 호기심이 일었다. 웨이고 택시는 원래 콜비를 받는데, 우리가 일반 택시를 불렀음에도 웨이고 택시가 왔으므로 일반요금을 받는다고 하셨다.
"중국 이름 같네요"라고 말하니, "그건 웨이보고요"하시며 웃으셨다. 그즈음 특이하다고 느낀 건, 기사님이 묻는 말에는 친절히 설명하시는데 일부러 말씀을 자제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물어보니, 손님이 말을 걸지 않으면 먼저 대화를 시도하지 않도록 교육을 받으셨다고 했다. 기존 택시에 대한 고객의 불만은 일부 기사님이 대화에 끼어들거나, 인생 조언을 건네거나 그리고 정치 문제를 쟁점화하시는 것 등이 아니었던가. 우리는 또 다른 서비스가 있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웨이고 택시는 월급제라고 한다. 근로 시간이 8시간 40분이고, 추가로 일하면 수당이 주어진다. 어쩌면 당연한 노동 조건이지만, 현실에 비추어 혁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납금 제도라는 것 자체가 기사님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되지 않는가.
가는 내내 기사님은 안전하게 운전하셨고, 우리는 존중받는 느낌을 누렸다. 차 안도 청결했고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여성 기사님이 오시는 "waygo Lady" 서비스도 있다고 한다. 하루 전에 예약하면 된다고 한다. 단, 아직은 웨이고가 시작 단계라 택시 수 400-500대 정도로 적다고 한다. 곧 4000여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기사님은 택시 기사 일이 처음이라고 하셨다. 웨이고 택시 기사의 대다수가 그렇다고 했다. 기존의 타성에 젖지 않는 새로운 시도가, 새롭게 기사에 도전하시는 분들과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다.
그러나 씁쓸하기도 했다. 기존 택시도 자체적으로 좋은 서비스를 이루어가면 좋을 텐데, 고객 입장에서는 원래 있어야 할 서비스를 돈을 더 주고 받아야 하다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