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마침 갔던 날이 7월 14일.
내가 간 날은 프랑스 대혁명기념일이었다. 온 도시는 축제 분위기였다. 저녁 에펠탑을 배경으로 한 세느 강변에서는 그 유명한 대혁명 기념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에펠탑은 레이저 광선으로 시시각각 색이 바뀌고 그 배경으로 수백 발의 불꽃이 흐드러졌다.
아마도 모든 파리 시민이 죄다 세느 강변으로 쏟아져 나온 것처럼 보였다. 길이 막히면 오도 가도 못한데서 끝까지 보지 못하고 조금 일찍 서둘러서 거기를 빠져나왔지만 강변과 다리 다리마다 남녀노소 다들 나와서 환호성을 울리며 대혁명을 기념하고 즐기는 그들의 모습이 난 너무나도 부러웠다.
시민의 손으로 혁명을 일으켜 부패한 왕정을 뒤엎은 자랑스러운 전통을 가진 나라.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협력한 매국노들을 철저히 색출해서 단죄한 나라. 아마도 프랑스 사람들은 자기 자식들에게 대를 물려가며 자랑스러운 선조의 전통을 가르칠 것이다. 부패하고 시류에 영합해서 국민을 배신한 자들의 말로가 어떠한지 역사를 통해 배우라면서. 난 프랑스에 있는 내내 그들이 너무나 멋있어 보였다. (5년 전에 썼던 메모)
전에 그랬었다. 그러나 어제(5월 9일) 이후 그 위대한 프랑스가 하나도 안 부럽다. 수많은 시민이 희생된 유혈 혁명이 아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권을 바꾸게 만든 위대한 시민이 있는 나라, 이 대한민국의 국민인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
우리는 총칼 대신 밤마다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고 부모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 학생, 유모차를 끄는 젊은 부부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유쾌하고 즐겁게 우리의 의사를 표현했다. 서울에서부터 지방 곳곳까지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교민에서 유학생까지 자발적으로 모이고 움직였다.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내지 않은 역사적인 이 유쾌한 시민 혁명, 노벨 평화상에 추천한다는 말도 들린다.
요즘 젊은이를 보고 예전 세대의 어른들은 말한다. 외국에 나가서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예전 세대에게 외국이란 특히나 서양은 왠지 모를 주눅이 들게 만드는 존재였다. 단순히 영어 문제가 아니었다. 역사적인 문제가 암암리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원조받은 나라, 한참 우리보다 잘살고 모든 게 앞선 선진국"등의 이미지에 눌려서. 요즘 젊은이들의 당당함에 더해서 자랑스러운 역사를 우리 모두가 함께 썼다는 자부심에 가만히 있어도 기분이 좋다. 촛불 혁명은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전에 구글에 비아그라를 치면 곧바로 코리아 청와대가 검색되던 그 치욕스럽던 때에는 외국 나갈 일이 생길까 봐 겁이 날 정도였다. 부끄러운 나라 국민이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지금은 "나 코리아에서 왔다. 대한민국 사람이다."라고 마구마구 자랑하고 싶어 진다.
이젠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야. 그까짓 프랑스?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