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업축소와 성매매여성 인권보호를 위해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성매매 현장 경찰 단속의 문제와 왜 성 산업이 줄어들지 않고 여전히 신·변종 형태로 진화해 가는지에 대한 많은 논쟁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6일 발생한 경남 통영의 여성 사망 사건은 반성매매운동과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일해온 활동가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찰 단속팀은 길에서 발견한 성매매 알선 전단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여성을 불러냈다.
손님으로 가장한 경찰은 여성을 모텔로 유인한 뒤 성매매비용을 지불하고, 모텔 근처 동료 경찰에게 연락해 객실에 진입하게 했다.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하려 하자 여성이 "옷을 입겠다. 잠시 나가달라"고 했고 이후 6층 모텔 창문으로 뛰어내려 26일 새벽 사망했다.
대부분의 언론은 경찰의 무리한 함정단속 때문에 벌어진 이라고 지적했고, 경찰은 "적법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과연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함정수사 중 여성 사망... 안타깝다일단 성매매단속의 방식부터 살펴봐야 한다.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매매 행위와 장소, 건물 제공 및 성매매를 하도록 하는 알선하는 행위 등이 모두 금지되어 있다. 이를 광고, 홍보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그래서 성매매 알선자들은 길거리에 전단지를 뿌리거나 곽휴지에 전화번호로 적는 방법 등으로 성매수자들이 연락하게끔 한다. 또 익명이 보장된 인터넷이나 모바일앱을 통해 업소를 홍보하고 여성들을 전시하면서 성매수자들을 유인하기도 한다.
다방 업주는 속칭 '티켓 영업(불법행위)'을 위해 다방을 운영한다. 영업을 위해서는 여성들이 필요하다. 당장 돈이 필요하거나 다른 업소에서 넘겨진 여성들이 대부분 티켓 다방으로 유입된다. 이런 여성의 경우 티켓 영업을 나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티켓 영업도 불법이지만 티켓 영업이 성매매를 전제로 한 영업 행위라는 거다.
대체로 티켓 다방의 일명 티켓비(시간비)는 시간당 2만-3만 원으로 계산한다. 대부분 이를 업주와 5:5나 6:4로 배분한다. 그러나 현금결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미수금액수가 많다. 채워 넣지 못한 비용(하루 채워야 하는 금액, 일명 사납금)은 고스란히 여성들에게 빚이 된다.
문제는 티켓 영업의 목적이 성매매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방은 간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다방을 차려놓고 성매매 영업을 하는 이유는 뭘까. 업주들의 입장에서는 성매매 단속으로 적발되더라도 불법적인 티켓 영업에 대한 과태료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성매매 알선과 관련해서 '자신과는 상관없이 여성들이 돈을 벌려고 한 것이다'라고 잡아떼면 그만이다.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여성들에게 전가하고, 주변의 다른 업소로 이동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업주들이 많다.
성매매단속에서 여성을 전면에 내세워 성매수자나 성매매알선 업자를 잡는 방식은 문제가 많다. '여성은 성매매피해자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여성을 단속하고 처벌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 입장에서는 처벌 수위가 낮고 기소유예된다고 하지만 단속에 걸려 입건되는 과정 자체가 여성들에게는 처벌로 인식된다.
통영 여성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것은 경찰의 말대로 "성매매단속이 쉽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보다 성매매를 성매매행위 성립을 중심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생긴 일로 보인다. 현재 경찰의 성매매 단속은 행위 입증과 단속이 어렵다는 이유로 성매매알선 업자와 업소, 성구매자를 단속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번처럼 경찰 스스로 손님(성매수자)인 척하고 여성들을 밖으로 유인해 단속하는 방법을 쓴다. 경찰은 여성에게 돈까지 지불하고 행위 직전에 밖에서 대기 중인 경찰을 불러 여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방식으로 단속하고 있다.
손 쉬운 단속에도 성매매 검거 인원은 왜 줄까?
이른바 함정단속을 한 것인데, '성매매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경찰이 쉬운 수법을 써서 여성들을 '낚은' 것이다. 함정수사란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죄를 유발하게 하여 범인을 검거하는 수사방법(대법원 2007.7.26. 선고 2007도 4523)이다. 법원에서는 증거 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는 범의유발형(위법한 함정수사)과 그 반대인 기회제공형(적법한 함정수사)으로 나눠 판단하고 있다.
성매매 단속시 함정수사 논란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특히 성매매방지법 제정 초기인 2005년 3월에 대검찰청이 단속대상 업종과 단속요령 및 처벌법규 등의 내용을 담은 '음란·퇴폐사범 수사실무' 매뉴얼에는 '성매매 업소를 단속할 때 다른 손님이 없으면 직접 성행위를 해 증거를 확보하라'고 되어 있었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여성단체들의 항의로 삭제되었지만.
그 이후 이미 성매매 의사를 가진 청소년의 경우에도 (청소년에게) 성을 팔도록 권유하는 것이 처벌되는지를 다룬 대법원 판결이 2011년 11월 10일 나왔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2항에서는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기 위하여 아동·청소년을 유인하거나 성을 팔도록 권유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아동·청소년이 이미 성매매 의사를 가지고 있던 경우라 하더라도, 그러한 아동·청소년에게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 이익, 직무·편의제공 등 대가를 제공하거나 약속하는 등의 방법으로 성을 팔도록 권유하는 행위는, '성을 팔도록 권유하는 행위'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즉 함정수사 방식이 아니더라도 현행법상 충분히 수사 실무에서 성매매 단속을 통해 성매매알선 업자와 업주, 성매수자들을 처벌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성매매수요를 차단하는 방식에 접근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경찰은 부족한 인력 운운하며 손님으로 가장해 여성들을 유인하고 성매매사범으로 입건하는 것일까? 실제로 2004년 성매매방지법 제정과 시행 이후 경찰의 성매매사범 단속과 수사는 여성청소년계에서 담당하였다. 지금과 같은 방식이 아니었는데도 꾸준히 단속이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2010년부터 성매매 단속은 생활질서과에서, 수사는 지능범죄수사과로 이원화 되었다. 이처럼 단속과 수사가 이원화 되면서 성매매 대응 상황이 크게 변했다. 성매매에 대한 전문성과 여성들에 대한 이해가 전무해 성매매여성을 피해자가 아닌 성매매행위자로 모두 입건하게 된 것이다.
이에 성매매여성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와 상담소에서는 단속·수사의 일원화와 전문화, 여성인권보호를 중심으로 성매매 알선자와 성매수자들에 대한 처벌을 높이는 수사의 전문성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2011년도 성매매사건 단속 현황을 살펴보면, 성매매여성은 4969명으로 집계되고 있는 반면에 이들 가운데 성매매 피해자로 분류되는 인원은 전혀 파악이 되지 않는다. 반면 경찰의 성매매 검거 인원(경찰청 자료)이 5만1575(2008)→7만3008(2009)→3만1247(2010)→2만6136(2011)→2만1123(2012)명으로 크게 줄고 있다.
2012년 6월부터는 개별 경찰의 유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경찰청 단위 광역풍속단속수사전담팀을 구성하여 현재는 합동단속방식으로 성매매를 단속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문성 축적이 이뤄지지 않고, 성매매여성들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성매매여성을 표적으로 하는 손쉬운 카드를 관행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성매매단속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에서 발생한 통영 여성 사망 사건은 관행적으로 묵인해 온 성매매단속 방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중요한 사건이다. 단속 과정에서 여성이 투신하여 사망했음에도 경찰은 단속 과정의 적법성만을 주장하는 것도 문제다. 2010년 5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들며 "성매매 단속을 위한 일반적인 수사 기법으로 함정단속이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는 것.
경찰이 말하는 이 사건은 경찰이 손님으로 위장해 성매매 단속을 하는 과정에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여관의 사례다. 이에 여관 업주가 "위법한 함정 수사에 따른 처분은 부당하다"며 서울 강북구청을 상대로 영업정지 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냈지만,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범죄 의도를 가진 사람에게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주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함정 수사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성매매여성에게 범죄의 기회를 제공하고 범의(범죄 행위임을 알고서도 그 행위를 하려는 의사)를 유발하는 주체가 국가기관(성매수자로 위장한 경찰)이라는 점에서 과연 이것이 적법한가 또는 정의로운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더 나아가 현행법과의 괴리 문제도 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통영 여성 사망 사건의 경우, 국가 공권력이 적법하게 행사되었는가에 대한 시시비비도 따져 봐야겠지만,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과정에서의 경찰의 책임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성매매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양한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성매매 수사의 경우 수사관의 의지나 인식에 따라 처리 결과가 달라지는 만큼 전문성을 갖춘 전담팀 운영이 필수적이다. '함정수사'가 아닌 제대로 된 단속으로 성매수자들에 대한 확실한 처벌을 확보해야 한다. 또 성매매여성들의 인권을 위해서는 성매매 유인·알선업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동시에 성매매 여성들을 비범죄화하는 방향으로, 성산업 착취구조를 해체해 나가기 위한 우리 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미례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