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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칠맛에 대한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음식물이 입에 당기는 맛 또는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음식이든 듣기 좋은 노래든 구수한 입담이든 이 '감칠맛'이란 단어 하나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는 격찬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런 의미에서 김포시 월곶면 고정리에 위치한 간장게장 집 '한마당'을 이 '감칠맛'이란 단어 하나로 표현하고 싶다. 즉, 간장게장 집 '한마당'은 맛으로, 또 소리로 참 감칠맛 나는 집이다. 그런데 간장게장 집이니 맛의 감칠맛은 이해가 가는데 소리의 감칠맛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간장게장 정식 밥상이다. 간장게장을 제외하곤 여느 집 밥상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반찬들이다.
 간장게장 정식 밥상이다. 간장게장을 제외하곤 여느 집 밥상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반찬들이다.
ⓒ 김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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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속살과 노란 알 그리고 색색의 고명이 어우러진 큼지막한 간장게장 접시. 한 송이 화려한 꽃 같다. 거기다 호박 쌈, 호박볶음, 오이 노각, 가지 무침, 된장에 박은 고추, 고구마줄기 볶음, 두부조림, 젓갈, 데친 오징어에 김치까지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 마치 색색의 꽃들이 만개한 봄날의 꽃밭 같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보는 것만으로도 감칠맛 난다.

밥상을 마주했음에도 선뜻 젓가락을 들 수가 없다. 접시접시 마다 알록달록 앙증맞게 담겨진 갖가지 음식들이 입에 앞서 먼저 눈을 현혹시킨다. 그러나 아무리 눈여겨봐도 간장게장을 제외하곤 별반 특이한 음식들이 아니다. 여느 집 밥상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반찬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그 맛은 특별할 것 같은 이상한 호기심. 그저 보기 좋은 떡이라서 그럴까.

간장게장의 속살을 입으로 넣는 순간 아! 그 향긋함이라니. 달짝지근하고 새콤하고 짭조름한 것이 파릇파릇한 새봄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느낌이다.
 간장게장의 속살을 입으로 넣는 순간 아! 그 향긋함이라니. 달짝지근하고 새콤하고 짭조름한 것이 파릇파릇한 새봄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느낌이다.
ⓒ 김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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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게장의 속살을 입으로 넣는 순간 아! 그 향긋함이라니. 달짝지근하고 새콤하고 짭조름한 것이 파릇파릇한 새봄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느낌이다. 거기다 게딱지에 고슬고슬하게 갓 지은 기름기 잘잘 흐르는 밥을 비벼 한입가득 밀어 넣자니 만사 제쳐두고 그 순간은 그저 행복이란 말이 딱 안성맞춤이다.

호박잎쌈도 일품이다. 한마당 텃밭에서 금방 따 쪄낸 호박잎에 밥 한 숟가락 놓고 그 위에 토종된장을 얹어 조물락 조물락 여미어 만든 호박잎쌈은 간장게장 못지않은 밥도둑이다. 오이노각은 또 어떤가. 껍질 벗긴 오이의 속살을 채 썰어 절여 무친 이 오이노각은 맛도 맛이지만 씹을 때마다 아삭거리는 느낌이 맛을 앞지른다. 된장에 박은 고추역시 밭에서 금방 따와 된장만 살짝 묻힌 듯 고추 고유의 초록색이 그대로 살아 있어 싱싱함을 더한다. 그 외, 다른 반찬들 역시 구구절절 다른 말 필요 없이 '감칠맛'이라는 두 글자가 딱 안성맞춤이다.

‘한마당’ 한금호(57)대표에겐 음식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하나 있다. 어떤 음식이든 재료 고유의 맛이 제대로 살아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다.
 ‘한마당’ 한금호(57)대표에겐 음식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하나 있다. 어떤 음식이든 재료 고유의 맛이 제대로 살아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다.
ⓒ 김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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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어릴 적, 반찬 한가지로도 밥 한릇을 뚝딱 비울만큼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들은 모두 맛있었어요. 그 맛 그대로 음식 맛을 내고 싶었어요. 다행히 어머니 손맛을 이어 받은 건지 손님들마다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처럼 입에 딱 맞는다고들 하세요. 어릴 적 맛있게 먹었던 반찬들이 결국 저의 생계수단이 된 것이죠."

'한마당' 한금호(57) 대표에겐 음식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하나 있다. 물론 어머니로부터 터득한 것이다. 어떤 음식이든 재료 고유의 맛이 제대로 살아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재료와 양념의 궁합을 철두철미하게 따져 그 재료의 맛을 제대로 살려낼 수 있는 양념을 쓴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여러 가지음식이라도 음식 음식마다 들어가는 양념이 전부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호박잎쌈은 호박잎쌈대로, 호박볶음은 호박볶음대로, 오이노각은 오이노각대로, 가지 무침은 가지무침대로, 그저 재료 그 자체를 날것으로 먹는 것 같으면서도 무덤덤하지 않은 담백하고 깔끔하다.  반찬 하나하나에도 그런 투철한 음식철학이 스며있는데 간장게장이야 말해 무엇 하리. 보통의 간장게장에선 게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스며있기 마련인데 이 간장게장은 아무리 먹어보아도 그 비릿함을 전혀 느낄 수 없다. 물론 게를 고르는 것에서부터 손질하기, 담그기, 숙성시키기까지 한금호 대표 나름의 비법이 있다고 하는데 영업전략(?)상 밝힐 수는 없다고 한다.

간장게장 집 '한마당' 전경
 간장게장 집 '한마당' 전경
ⓒ 김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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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 밥값이 2만 원이면 요즘 같은 불경기가 아니더라도 사실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마당에서 식사를 하고 가는 모든 손님들은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고. 왜? 어릴 적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에, 부잣집 잔칫집에서나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입에 짝짝 달라붙는 간장게장을 배터지게 먹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손님들은 한 끼 2만 원이라는 비싼 밥값을 치르고도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금호 대표의 이런 음식철학과 또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손맛, 여기에 반찬 하나를 만드는데도 내 식구 먹인다는 정성까지 더해지니 음식마다 '참 감칠맛 난다'는 찬사는 어쩌면 당연하지 싶다. 여기다 귀를 호사 시키는 감칠맛이 하나 더 더해지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한금호대표의 노래 가락엔 한이 절로 묻어나 가만히 눈을 감고 그 가락을 음미해볼라치면 절로 가슴이 에인다.
 한금호대표의 노래 가락엔 한이 절로 묻어나 가만히 눈을 감고 그 가락을 음미해볼라치면 절로 가슴이 에인다.
ⓒ 김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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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 자체로도 애잔하기 그지없는 가야금 가락에 한금호 대표의 아리랑이 곁들여진다. 순간 불쑥 치받는 애달픔에 가슴이 싸해진다. '아리랑 아리랑 아리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 간다~~~'구구절절 한 서린 아이랑 가락에 어느새 가슴 한 켠으로 서늘한 바람 한줄기가 훑고 지나고, 그 서늘한 바람에 실려 오는 이유 모를 애달픔에 코끝이 찡해진다.

한금호 대표의 아리랑이 끝날 때쯤이면 절로 지그시 감긴 눈이 쉬이 떠지지 않는다. 아니 아쉬움에 그 여운을 좀더 맛보려 애써 눈을 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금호 대표의 노래 가락, 역시 '참 감칠맛 난다'는 말이 딱 안성맞춤이다. 간장게장 만큼이나 감칠맛 나는 한금호대표의 노래 가락은 한마당을 찾는 손님들에겐 뭐니 뭐니 해도 최상의 덤이다.

"어릴 적, 노래 부르는 저를 본 사람들은 나중에 크면 분명 가수가 될 거라고 다들 장담했어요. 그러나 험한 인생역정 앞에 가수의 꿈은 비록 이루지 못했지만 지금으로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제 노래 가락을 좋아하는 손님들에게 아리랑 한 자락을 들려 드릴 땐 이 세상 그 어느 유명한 가수 부럽지 않아요."

한금호 대표의 노래 가락엔 한이 절로 묻어나 가만히 눈을 감고 그 가락을 음미해볼라치면 절로 가슴이 에인다고들 한다. 이유가 뭘까. 굳이 그 이유를 따지자면 한 대표의 한 많은 인생역정 탓일지도 모르겠다. 첫 돌 때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에 장애를 가지게 되면서부터 일찌감치 상처란 것에 길들여진 한금호 대표. 그러나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리 궁핍하지도 않았던 가정환경, 그리고 부모님과 여섯 형제들의 넘치는 사랑은 그 상처를 보듬어 매사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넘치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었고 더불어 신체적 장애가 주는 상처에 무심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다른 모든 것들은 다 자신만만했지만 결혼만큼은 그게 안 되더군요. 성장기에도 그랬고 결혼적령기가 되어서도 그랬어요. 아예 결혼은 꿈도 꾸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게 기적이 일어났어요. 결혼을 하게 되고 떡두꺼비 같은 아들까지 낳고 보니 30년 넘게 가슴 한 켠에 옹이로 박혀있던 그 상처가 순식간에 삭아 버리고 그 생채기 자리에 행복이라는 것이 똬리를 틀더군요."

행복했던 결혼생활에 이어 한금호 대표는 웨딩사업체와 패션사업체를 운영, 사업가로서 또 한번 인생의 황금기를 맞는다. 당시, 운명의 여신은 자신에게 신체적 장애라는 상처를 준 대가로 평생 자신을 향해 미소 지을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好事多魔(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대한민국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갔던 IMF에 한금호 대표도 예외 없는 직격탄을 맞았고 더불어 절체절명의 경제위기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간장게장 집 '한마당' 내부모습
 간장게장 집 '한마당' 내부모습
ⓒ 김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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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금호 대표는 좌절하기보다 자신에게 닥친 시련에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다소 억지스러운 위안으로 현실과 맞서 정면 돌파하기를 작정, 고향인 김포(하성)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리곤 다 쓰러져 가는 허름한 식당을 사흘 밤낮을 주인에게 떼를 써 거의 공짜수준으로 임대, 간장게장 집을 시작하게 된다.

워낙 돈이 없다보니 큼지막한 종이에 '간장게장'이라고 쓴 종이간판을 식당 문에 붙이고 달랑 게 10마리로 만든 간장게장으로 식당 사장님으로서의 눈물겨운 첫 테이프를 끊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13년의 세월을 한금호 대표는 오로지 간장게장과 더불어 동고동락했음에 지금의 이 행복이 더욱 값지다며 기어이 눈물바람이다.

"그간의 고생이야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죠. 그 고생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 것인지 체감할 수 있는 것이, 세월이 갈수록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진다는 겁니다. 예전엔 잠자리에 들면 온몸이 산산조각 나는 것처럼 아팠어요. 그리곤 문득 두려움이 엄습하죠. 과연 내가 내일 아침에 눈을 뜰 수 있을까. 그러나 요즘엔 몸이 산산조각 나는 고통이 아닌 기분 좋은 노곤함에 몸서리를 치고, 내일 아침 눈을 뜰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아닌 어떤 반찬을 어떻게 맛있게 만들어 손님들에게 대접할까 하는 공상에 가슴이 뻐근해지곤 하죠."

“지금 저는 제게 주어진 능력보다 더 큰 것들을 누리고 살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참 과분한 삶이죠. 그러니 모든 것에 감사할 수밖에요.”
 “지금 저는 제게 주어진 능력보다 더 큰 것들을 누리고 살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참 과분한 삶이죠. 그러니 모든 것에 감사할 수밖에요.”
ⓒ 김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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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월, 뼈가 삭아 내리는 듯한 힘겨웠던 고통조차도 한금호 대표는 감사하단다. 그 고통은 고통으로써 시련만 준 것이 아니라 채워진 사람만이 겸손할줄 알고, 부족을 탓하지 않는 사람만이 감사할줄 안다는 인생의 진리를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라고. 겸손과 감사라는 인생의 교훈은 뼈가 삭아 내리는 듯한 그 힘겨웠던 고통의 세월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 순간도 운명의 여신이 평생 자신을 향해 미소 지을 것이라는 자만과 오만 속에 살고 있었을 것임에 문득문득 가슴이 서늘해진다고 한다.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타고난 손맛에 감사하고, 그 손맛을 밑천으로 즐거이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더불어 가야금 장단에 맞춘 자신의 노래 가락에 잠시나마 시름을 잊는다는 손님들의 고마운 인사에 감사하고….  한금호 대표가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그리 특별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 모두의 일상이 되고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한금호대표는 우리 모두가 소홀히 지나칠 모든 것들이 눈물겹게 감사하다고 한다. 어찌 그런 것일까.

"지금 저는 제게 주어진 능력보다 더 큰 것들을 누리고 살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참 과분한 삶이죠. 그러니 모든 것에 감사할 수밖에요."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손가락으로 꼽기보다 내가 가진 것들을 손가락으로 꼽았을 때 그 주먹 안에 든 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금호 대표의 행복은 두 손을 몇 번이나 오므렸다 펴야 할까?  


태그:#한마당, #간장게장, #한금호, #김포, #한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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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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