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오빠와 교회 가는 길에는 항상 다리를 건너기 전 버스에서 내려야 했습니다.
다리 건너 있는 정류장에서 내리면 훨씬 가깝긴 하지만 신호등 없는 차도를 건너가야 했거든요. (신호등 없는 차도를 건널만큼 대차고 빠릿빠릿하지 못했어요. 오빠나 저나 ^^)
그래서 다리를 건너기 전 순천중앙초등학교에서 내려 한참을 걷고 또 다리를 건너 교회에 가곤 했습니다.
풍덕교가 보일락말락 할 때부터 어린 오누이를 설레게 했던 아랫시장, 장날이야 아니야 내기해가며 열심히 다리까지 걸었었는데 언제부턴가 내기를 할 필요가 없어져 버렸죠.
마지막 숫자가 2와 7인 날이 장날, 이라고 어머니가 알려주셨거든요.
마지막 숫자가 2와 7인 일요일을 손꼽아 기다렸던 어린 저를 회상하며, 조잡한 똑딱이 하나 달랑 들고 아랫시장(정식명칭은 순천남부시장)을 찾았습니다.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줄줄이 꿰어놓은 혹은 동글동글 가지런히 뉘어놓은 하얗고 빨간 곶감들-
시장 한복판에 자리 잡은 이불집입니다. 여기도 극세사 바람이로군요. 유행하는 품목만 집중적으로 떼어오는 시장통 가판이불집 사장님의 센스!
30대의 엄마가 이불을 보는 동안 어린 저는 한쪽에서 자잘한 머리핀, 보조가방 등에 눈독을 들이곤 했었죠.
국밥, 팥죽 골목입구입니다.
말이 골목이지 짧은, 아주 짧은, 길이에요.
외려 남의 내장을 먹고 탈이 난 후론 이제 내장류를 봐도 전처럼 열광하지는 않습니다.
팥죽집 아들내미 둘이서 장난감수갑을 갖고 노느라 사진 찍히는 줄도 모르네요.
남도식 팥죽, 팥칼국수는 남부시장의 자랑거리입니다. 어릴 땐, 팥죽에 푹 담긴 칼국수를 꺼내 팥죽은 씻어내 버리고 멸치다시물에 넣어 먹고 싶다고 수도 없이 생각했지만, 배 부른 잔챙이의 멋 모르는 투정이었음을, 이제와 고백합니다.
아랫시장엔 어시장이 아주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만 정작 어시장은 제대로 찍지 못 했습니다. 생선 파시는 할머니들, 다른 할머니들 세네배의 포스를 지니고 계시거든요.
가격 여쭙자마자 갈치대가리 내려치기 스킬, 등등. 카메라를 들이대기가 겁났습니다.
정신없으신 틈을 타 냉큼 도촬. 그런데,,미꾸라지 미꾸라지네요.
개인적으로 저놈들의 몸부림이 너무 싫습니다.
그 옛날, 플라스틱바가지 안에서 엉킨 채 찌그럭대던 놈들에게 소금을 흩뿌리던 엄마의 무표정과 놈들의 미칠 듯한 퍼덕거림이 잊혀지지 않아요.
옹기전, 인가요?
반짝거리는 것이 확실히 예쁘고 새로 산 본도 나겠지만, 많지만 서억 소리가 날 것 같은, 처덕처덕 손으로 덧바른 듯한 그런 질감의 옹기를 좋아합니다.
구경꾼들 등쌀에 결국 아름다운 불꽃이 직방으로 튀는 맨앞에서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무섭다며 저를 앞으로 떠미신 50대 아저씨께 심심한 감사를 표합니다.
측문으로 나오면 강정을 만들어 파는 집이 있습니다. 항상 북적거려 통행을 방해하지만 방해받았다는 불쾌감도 잠시, 잠시 그 앞에 서 있다 보면 그 순박하고 얄미운 대열에 합류하게 되고 맙니다. 그 비결은 바로,
주인아저씨가 보여주시는 혼신의 주걱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