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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 겉그림.
<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 겉그림. ⓒ 그린비
촛불이 대한민국을 바꾸고 있다. 이전까지의 시위에서는 전혀 확인할 수 없던 방식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바탕으로 번식하고 변형을 겪는 촛불시위는 흡사 진화하는 생명체와 같다. 진화의 도구는 다름 아닌 '상상력'이다. 날 것의 상상력이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전체에 퍼지기 때문이 아닐까? 기존의 조직에선 각종 중간 단계를 거치며 걸러지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고, 또 그만큼 무거워진다.

현장의 모습은 이렇게 급변하는데 이에 딴지를 걸고 싶은 이들의 논리는 주말드라마의 공식처럼 고루하고 따분하다. 그 키워드는 보수와 진보 '편 가르기'. 대통령과 여당은 보수 결집의 움직임으로 위기 모면을 노린다. 뉴라이트 단체들은 유행어처럼 '친북좌파 세력'을 읊어댄다.

국민 기본권 보장을 얘기하는데 보수·진보 얘기가 나온다. 동문서답이다. '우리나라 보수가 사실은 수구이고 기득권만 지키려는 이들이다.' 이 얘기에 거부감 없이 쉽게 납득이 간다. 아무도 '이렇게 하는 게 진짜 보수야'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데, 균형이 안 맞아 허공을 빙빙 돈다. 도대체 건강한 보수란 게 뭐야? 우리 모두 <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을 통해 살펴보자.

관념을 넘어 구체적 인간으로 다가온 맹자

두꺼운 책을 하나 샀다. 재밌어 보여서. 다 읽고 나니 머릿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답답한 생각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였다. 맹자. 교과서 속에서 만난 사람, 고집세고 원칙만 강조하는 고리타분한 사람, 이름 뒤에 '왈' 짜 붙는 사람 등. 그를 잘 알지도 못하는데 이런 이미지가 가득하다. 외울 거 많은 사람. 인의예지,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 성선설, 덕치, 군자, 호연지기….

이 책을 읽고 든 생각. 그는 똥고집이 확실하다. 허나 그것은 '인간에 대한 신뢰'라는 고집이다. 그의 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것도 인간에 대한 신뢰다.

그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선함을 본성으로 가지고 있다고 본다(성선설). 그렇지 않다면 인간이 동물과 다를 바 없어진다. 긍지 높은 인간인 맹자는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인간은 그보다는 더 존엄한 것이어야 했다'.

실제로도 그의 눈에 인간은 그리 비춰졌다. 아이가 우물에 떨어지려는데 구하려고 뛰어가지 않을 이는 없다. 그 다급한 순간에 자신의 이익이나 남의 시선을 의식해 그런 행동을 했다고는 보기 힘들 것이다. 이것이 맹자가 얘기하는 '측은지심'이다. 이 측은지심으로부터 발현되는 것이 '인'이다. 그는 이런 식으로 '인의예지'라는 네 가지 덕을 설명하며, 이것들을 키워나갈 때 이상적인 사회가 도래할거라고 생각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 그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수많은 제후들이 통일된 국가의 황제가 되기 위한 전쟁을 벌이는, 그야말로 일상이 전쟁터인 시대였다. 때문에 맹자는 자신이 가진 사상을 수용할 제후를 찾기 위해 제후국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맹자는 아버지가 자식을 돌보고 자식이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느끼듯, 군주가 백성들을 돌보고, 백성들이 군주를 모신다면, '인'의 본성이 더욱 넓게 퍼져 천하를 통치할 수 있을 거라고 보았다. 유교에서 가부장제가 생겨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군사력을 키우고 이익을 극대화해 다른 나라를 침략해야지만 나라를 보존하고 천하를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제후들에게 군자의 덕을 갖추는 것이 천하를 평정하는 길이라고 말하는 맹자의 말이 들어올 리 없었다. 게다가 그와는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상가들이 난립하는 시대에 그는 자신의 사상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외로운 싸움도 계속해야 했다. 그제서야 그가 고집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이유를 알았다.

우리 시대에도 유효한 맹자

거리로 나가본다. TV를 시청한다. 대화를 나누고 술을 마신다. 이렇게 평범한 모든 과정들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동양인인데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은 서양으로부터 비롯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당연하게 접해왔던 것들에 이런 의문이 왜 생긴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사방이 서구문물 일색인 이 시대에 나는 전통을 갈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깨달은 건 정작 '전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과거에 유교국가였다고 해서 그 뿌리를 맹자까지 거슬러 올라가 탐구한다는 것은 약간 오버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살던 시대에서 좋은 전통을 추구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하나의 모범을 보여준다.

맹자는 과거 요순 시대와 같은 사회를 이상적인 사회로 보고, 공자와 같은 이를 군자의 모델로 잡았다. 현재의 인간은 과거 사람들에 의해 축적되어 온 전통 위에 섰을 때, 비로소 가치를 빛낼 수 있는 존재다. 춘추전국시대 이전에 주나라가 수많은 제후국들을 다스렸듯이 덕치를 펼치는 군자의 국가가 전국을 통일하고, 나머지가 그에 따르는 것이 그가 생각한 이상적인 형태다. 그는 과거의 경험을 토대 삼아 그가 살았던 당시의 사회가 추구해나갈 길을 제시했다(저자는 '좋은 사회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것들이 이 시대에 적용될 수 있을까? 이제 더 이상 왕권 국가도 존재하지 않고, 가정에서 아버지의 권위는 인정받지 못한다. 모두가 경쟁과 이익 창출 외치는 마당에 인의를 강조하고 사랑을 널리 실천하라는 얘기는 넌센스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

그러나 저자는 여전히 맹자의 얘기는 유효하다고 말한다. 적어도 개발과 경제 성장이 최우선 가치로 설정되어 경쟁이 미덕이 된 사회에서 맹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것에서만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은가? 여지껏 살아온 인생의 경험을 미래의 이정표로 삼곤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개인을 뛰어넘은 사람의 역사가 축적해온 경험은 두말할 것 없다.

보수란 없다

놀라운 건 맹자가 살았던 당시의 사상가들이 얘기하는 것들이 현재 정치 사상에서 얘기되는 것들과 유사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묵자가 노동을 중시하고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얘기했다는 부분은 사회주의와 너무나도 닮아있었으며, 한비자의 사상에서 제국주의를 엿볼 수 있었다. 흡사 비슷한 사상들이 시대에 따라 겉옷만 바꾸어 반복되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역사의 발전을 믿지 않는다는 보수주의란 것이 이런 단순한 발상에서 출발한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 기준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의 보수·진보는 그 개념이 오용되고 있다. 사실 보수 진영에서 기조로 삼고 있는 자유주의와 진보진영에서 얘기하는 사회주의는 모두 역사는 변화·발전한다는 '진보'의 개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보수라고 하면 부정·부패, 친일잔재, 친미 등의 이미지만이 떠오른다. 좋은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실세로서 영향력이 있다 정도?' 결국 보수와 진보가 아니라 기득권과 비기득권이라고도 볼 수 있다.

더욱이 분단 상황 속에서 냉전 이데올로기는 전통을 더욱 왜곡시켰다. 역사의 지혜를 알려주셔야 할 많은 노인 분들이 '반공 할아버지'로서 젊은이들을 빨갱이로 내모는 코미디는 우리에게 전통이란 무엇인지 한층 혼란스럽게 한다.

2008년 대한민국에서도 맹자가 우리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많지 않을까?

이 책은 읽으면 스스로 '내가 군자이고 내가 선비다'라는 꿈을 꾸게 한다. 하지만 책장을 덮으면 곧 '나는 선비가 아니라 민초일 뿐'이라는걸 깨닫고 만다. 그러나 어떠하리. 잠깐이라도 내가 온세상에 사랑(인)을 퍼뜨리는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달콤한 상상으로 잠깐이나마 행복해질 수 있었다. 전통을 갈구하는 목마른 이들이며. 맹자를 좋은 벗으로 삼으시라.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casto와 푸타파타의 세상바라보기'(http://blog.daum.net/casto)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

이혜경 지음, 그린비(2008)


#맹자#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진보#보수#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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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공주대학교에 재학 중인 4학년 학생입니다. 언론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만화를 그릴 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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