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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하기 좋은 날씨였다. 낮 최고 기온은 영상 13도. 젊음을 만끽할 이 3월 어느날, 대학생들은 연인의 손이 아니라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는 손팻말을 들고 서울 시청 광장에 자리를 잡았다.

 

3월 28일 참여연대,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원회 등 전국 54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등록금대책을위한시민사회단체전국네트워크(등록금넷)’는 시청 앞에서 '등록금 문제 완전 해결과 교육 공공성 실현을 위한 범국민 대행진'이란 이름으로 등록금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연 뒤 청계광장까지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등록금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이번 행사에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인 7000명이 모였다. 그만큼 등록금에 대한 각계각층의 우려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는 간접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등록금넷은 지난 20일, 각 정당에 ▲ 등록금을 동결 및 인하  ▲ 등록금 상한제, 후불제, 차등책정체 실시 ▲ 학자금 무이자, 저리 대출 전면확대 ▲ 투명하고 독립적인 등록금 책정제도 마련 ▲ GDP대비 교육재정 7% 확보 란 5개 요구사항이 담긴 질의서를 보냈다.

 

통합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 신당 모두 질의서에 대해서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긍정적 답변을 보냈으며 민노당의 천영세 대표와 진보신당의 이덕우 대표는 직접 현장으로 찾아와 요구사항을 지킬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한나라당만이 등록금넷이 요구한 답변 기한인 27일까지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아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 또한 등록금넷은 "강재섭 대표도 (28일 범국민 행진에) 초청했으나 다른 당과는 달리 일언지하에 참석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왜냐하면 사실, 파격적인 등록금 '반값'을 약속했던 것이 다름 아닌 한나라당이기 때문이다. 이 '반값 등록금 제도'는 지난해 2월 한나라당 제5정책조정위원장이었던 이주호 현 교육문화수석이 임시국회에서 추진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현재 한나라당은 반값 등록금에 대한 아무런 정책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11월, 2008년 예산을 정하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는 한나라당 주도로 학자금대출 및 빈곤층의 장학금 예산이 1천 1백억 원 삭감된 바 있다. 금리가 비싼 상황에서 그나마 대학생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밖에 없던 학자금 대출 규모마저 줄어버린 것이었다.

 

지난달 '대학 등록금 실태 보고서'를 냈던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의 김동언 간사는 "작년에 한나라당이 호언장담했던 '반값 등록금' 약속이, 정부정책이나 한나라당의 총선공약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정부와 한나라당의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최근 3년간 일부 학과에서 연간 등록금이 천만 원을 돌파하면서 생긴 신조어가 '등록금 천만 원 시대'다. 2007년도에 고려대 의대 학생 1인당 연간 등록금이 1,288만원에 달해 최고 액수를 기록한 것을 비롯, 2007년도 우리나라 사립 4년제 대학의 연간 등록금 평균액도 689만 3천원에 달했다.

 

이는 전국 가구의 월평균 수입이 326만원인 것(07년 3/4분기)을 감안하면 평균 두 달치 이상의 수입을 쓰지 않고 모아야 등록금 조달이 가능한 것을 의미하며, 많은 경우 네 달치 수입을 고스란히 등록금으로 지출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8년도에도 지금까지 확정된 사립대의 등록금 인상률은 6~10%대로 2007년도 물가상승률 2.5%에 비해 2~4배 이상 인상되고 있어 서민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8일 시청 앞에서 7000명이라는 인원이 '등록금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한 외침은 절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외침에 대해 집회 인원의 두 배에 이르는 14,000여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해 통제에만 주력했을 뿐 등록금에 대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태그:#등록금, #등록금네트워크, #등록금넷, #등록금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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