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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편 후 더 '쇼킹'한 문제적 차트를 표방하는 <재용이의 더 순결한 19>. 과연 나쁘기만 할까?
ⓒ 화면캡처
지난해 2월22일 첫 전파를 탄 <재용이의 순결한 19>(이하 <순결한 19>)는 출발부터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 외모지상주의 조장, 흥미유도에 중점을 둔 과감한 주제 선정으로 언론이나 해당 연예인의 팬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아왔으며, 지난 2일에는 프로그램 명을 <재용이의 더 순결한 19>로 변경했다.

케이블 방송의 특성상 지상파 방송에서는 공유할 수 없는 성격의 프로그램인 탓에 '국내 케이블 방송의 위기'로까지 몰아가는 분위기도 거셌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프로그램은 '어디서도 보지 못한 쇼킹하고 대담하며 섹시하고 솔직한 연예계의 문제적 차트쇼'를 표방하고 있다. 연예인에 대한 각종 추측과 '안습(안구에 습기가 찬다는 뜻, 즉 눈물이 난다는 뜻으로 주로 (대상이) 슬프거나 안타까움, 불쌍한 경우에 사용됨)사진, 얼굴 좌우대칭 사진, 엽기적인 캡처 사진을 소재로 삼아 웃음을 유발하거나 떠도는 소문을 나름대로 추측해 정해진 차트의 주제 아래 방송하는 식이다.

연예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탓에 방송 전 의미심장한 경고문구가 몇 초간 정지화면으로 등장한다. '심신이 허약한 시청자, 이미지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연예인께서 아직도 순결한 19를 시청하고 계신다면 TV를 과감하게 꺼 주십시오'가 바로 그것.

생각만큼 '쇼킹'하지는 않다, 그러나 재미는 있다

문제적 차트의 주제는 대강 이렇다. '스타 그들의 쇼킹 아이큐&학벌 베스트19', '얼굴 믿고 살아도 될 인기가수 베스트 19', '나도 스타의 얼굴을 갖고 싶다! 연예인 얼굴이 되려면? 성형 견적가 베스트 19' 등이다.

그러나 방송은 정작 생각했던 것보다 '순결'하다. 주제 자체는 쇼킹할 수 있지만 실제 편집이나 구성은 그리 충격적이지 않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연예인들의 이른바 '안습'한 사진들, 절묘한 타이밍을 잡아낸 어느 안티팬의 캡처 사진을 인터넷 용어가 뒤섞인 어수룩한 멘트와 함께 접하고 있자니 '저질 유머'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웃음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그러나 스타에 대한 각종 억측과 엽기 사진은 해당 연예인과 그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인터넷상에 퍼져있는 합성사진, 엽기 사진, 성형 의혹 등은 이미지를 생명으로 여기는 연예인들에게는 치명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연예인을 웃음거리의 소재로 삼는 것은 잇따른 연예인의 자살 사건이 있었던 요즘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반대로 '연예인도 인간인데 이미지 관리에만 치중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는 것을 거꾸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아 볼 수 있다.

불결해? 불결하면 TV꺼!

▲ 연예인의 '쌩얼'이나 엽기 사진, 연예계 뒷이야기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순결한 19>.
ⓒ 화면 갈무리
아직까지 <순결한 19>는 적정한 선을 지켜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연예인의 극성팬들의 비난여론을 감수해야 한다는 과제가 아직 남아있지만 방송 시작 전 경고 문고에 한 줄 추가한다면 조금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

'해당 연예인을 가족 이상으로 사랑하는 심신이 여린 팬 여러분들은 시청을 삼가주십시오.'

방송을 보지 않는 것만으로 불만이 잠식되지 않는다면 친절하게 마련된 <순결한 19> 홈페이지의 '폐지요청'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된다. '불결하면 TV를 끄고, 불만이면 순결하게 요구하라'는 식이다.

지난 2월 방송된 '한류의 모든 것 한류스타에 관한 진실' 편에서는 서태지의 한류활동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내보냈다는 이유로 팬들의 항의를 받아 해당 방송분을 삭제하고 공식적인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홈페이지를 통해 "본 프로그램은 사실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보도 프로그램이 아닌 오락 프로그램으로 연예인들을 둘러싼 각종 이야기들을 모아 전달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철저한 사전조사 거치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도 스타의 얼굴을 갖고 싶다! 연예인 얼굴이 되려면? 성형 견적가 베스트 19'가 방송으로 나간 후에는 성형 견적을 그대로 제시했다는 이유로 성형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인권침해, 허위사실 유포는 주의해야

앞서 언급된 일련의 사건들로 볼 때, 앞으로 우린 마냥 웃으면서 <순결한 19>를 볼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순결한 19>는 잘못된 정보 유포나 방송의 사회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큰 심각성을 띄고 있기 때문. 이 부분은 앞으로 <순결한 19>가 보완해 나가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예인을 미의 기준으로 삼고 따라하려는 성향이 강한 지금의 세태, 노래는 못해도 얼굴이 끝내주게 잘난 가수들, 국내에서는 한류 스타도 소문이 났지만 실제로 외부에서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스타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블랙코미디 형식을 띠며,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준다. 또 연예인들의 멋진 모습만 봐온 시청자들에게 충격과 동시에 '이 사람들도 나와 같은 사람이구나'하는 것을 깨닫게 하기도 한다.

바다 건너에서는 '사마'로 불리기까지 하는 연예인들. 그 신의 모습은 더 이상 '순결'하지만은 않다. 주변의 보통 사람들처럼 인간적이고(휴머니즘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멋진 모습만을 보이기 위한 이미지 관리에 집중하며, 살짝 웃기기도 하다는 점을 시청자들은 느끼고 있다.

그들을 완벽하지 않은 한 인간으로 봤을 때 그들의 부족한 부분이나 행동에 대한 마녀사냥식 비난도 조금씩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TV리뷰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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