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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지방세법 개정안 처리를 미루는 데 대한 납세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지방세법은 재산세와 취·등록세 인하를 뼈대로 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지방자치 단체 세수 결손을 우려한다며 이 법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앞서 한나라당의 강재섭 원내대표는 "취·등록세 인하는 한나라당이 요구해서 이룬 것"이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지난 25일 한나라당은 "세율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부족분을 국세로 보전하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개정안 통과에 협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단 3주만에 180도 입장을 바꾼 것이다.

3주만에 입장은 180도 바뀌었다

26일에는 당 정책위가 성명을 내고 "취득·등록세율을 더욱 낮춰드리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데 참여 정부가 취·등록세 인하로 줄어든 지방정부 세수 부족을 방치해 지방정부 활동을 마비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도소득세나 부가가치세를 지방세로 전환하거나 지방교부세율을 높여서 안정적으로 보전하는 방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8월 임시국회 중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안 되면) 늦어도 9월 중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한나라당의 행태를 보면서 유감을 넘어, 몇 가지 '쓸데없을 지 모르는' 걱정이 든다.

지난 6월 중순, 당시 한나라당 수석 정조위원장이었던 윤건영 의원은 공적자금 상환예산을 양극화해소 재원으로 돌리겠다는 정부를 겨냥, "실패한 경제정책을 답습하기 위해 혈세를 쏟아넣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또 지난 13일 신임 국세청장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종부세와 양도세 부담이 임대주택 시장을 위축시켜 결국 서민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했다. 현재 윤 의원은 당내 조세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세가 지방세되면 저절로 깎이나

한나라당이 지자체 재정 보전을 이유로 누구나 공감하는 부동산 거래세율 인하 법안의 처리를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 이유가 단순히 지자체 권력을 장약하고 있기 때문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선 납세자 다수에게 예산 낭비의 복마전으로 인식되고 있는 지자체의 정책은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답습돼야 할 대상인가. 또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양도세가 국세에서 지방세로 전환되면 저절로 큰 폭으로 경감되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물론 불합리하게도 감사원이 국회가 아닌 행정부 통제를 받으면서, 유독 지자체 감시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자체 권력에서 소외된 참여정부의 현 지자체에 대한 다소 특수한 이해관계가 반영돼 있으므로, 당정을 향한 한나라당의 공격은 일부 명분이 인정된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대해 조세 논리상 다른 잣대를 적용, 결과적으로 납세자를 실망시키는 것이 제1야당의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한나라당이 지자체 권력을 넘어 국가권력을 거머쥐었을 경우, 지자체 아닌 중앙정부의 세수보전을 명분으로 납세자들의 합리적인 감세 시도를 묵살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기우였음을 입증해달라

납세자운동NGO는 개별 납세자의 가처분소득을 크기를 놓고 정부와 항상 대립하지만, 계급투쟁처럼 적대적이거나 헌법을 포함한 법령체계를 벗어나 저항하지는 않는다.

적극 문제제기를 하되, 일단 확정된 입법에 대해 순응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극렬한 저항은 가산세를 각오한 개별적인 세금 체납 밖에 없다. 그나마 여론형성을 위한 납세자NGO의 소극적인 문제제기가 본격화 된 것도 '국민의 정부' 이후의 일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이런 소극적 문제제기조차 봉쇄될 것 같다는 걱정은 왜 드는 것일까.

과거 권위주의정권 당시에는 세금에 대한 이런 종류의 소극적 문제제기조차 어려웠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한나라당의 이미지가 아직도 일부 중첩되는 면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 포퓰리즘을 싫어한다고 했으니 특정 이익집단의 자잘한 문제제기는 '좌고우면' 할 것도 없이 아예 뉴스거리가 안 되도록 옥죄지나 않을까.

소시민의 이런 걱정이 역시 '기우'였음을, 한나라당은 어떤 식으로든 입증해 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한국납세자연맹 정책위원입니다. 하지만 이 글은 연맹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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