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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광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정치권, 특히 집권 여당이 '완전국민경선제'를 위한 입법을 시도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의 성패 논쟁으로부터 국민적 관심을 분산시키는 측면이 있지만, 그것 자체를 문제삼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완전국민경선제 그 자체다. 결론적으로 이 제도는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인 '정당정치'와 '책임정치'의 뿌리로부터 사뭇 많이 벗어나 있다.

모든 국민이 당원은 아니다

보편적인 의미에서 정당은 집권을 위한 결사체다. 특수한 정치 강령과 정책을 갖고 선거를 통해서 국민으로부터 집권 여부를 심판받는 조직이다.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정당들, 특히 한국의 정당들이 이런 보편 특수한 정의에 조응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한국정치에는 '절름발이'라는 표현이 자주 따라붙었다.

'집권을 위한 특정인들의 결사체'인 정당은 적어도 국가권력 운영권을 갖기 전에는 국민의 세금을 써서는 안 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특정 정당의 당내 경선에 대해 간여한다. 지금도 일부 국민세금이 정당을 위해 쓰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세금은 '사전선거운동 감시'라는 소극적(Negative) 개념에서만 쓰여야 한다.

따라서 법안을 발의한 여당 국회의원의 설명대로 선관위의 '전자투표관리시스템'을 쓰려면, 그 정당에서 사용료를 내야 할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만든 것을 집권 목적의 특정 정당인들이 빌려쓰는 것이고, 모든 국민이 그 정당의 당원은 아니기 때문이다.

진성당원 만들어놓고 비당원 끌어들이는 이유

완전국민경선제는 왜 정당정치 및 책임정치에 어긋나는 것일까. 우선 현 집권여당이 결성초기 그토록 강조했던 '진성당원제도'를 스스로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성당원제도는 당의 정강정책에 동의하면서 당비를 내는 당원만이 당의 공직후보를 선출할 자격을 갖는 명쾌한 제도다. 그런데 자꾸 비당원까지 끌어들여 자신들의 대선후보를 뽑으려는 이유가 뭘까.

진성당원이 없거나 터무니없이 적어서 이런 시도를 한다면, 대선후보를 낼 자격이 없다고 본다. 진성당원은 많지만 국민들의 의견도 듣고 싶어서 그런다면, 국민세금을 한 푼도 건드리지 말고 해야 한다. 혹시 정당 차원에서 내세울 만한 정강정책이 없어서 그런다면 각기 흩어져 무소속 대선후보로 나서야 할 것이다.

당내 공직후보예비선거에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결국 '인물 고르기' 밖에 안 된다. 국민들이 정당의 정강정책을 보고 투표할 수 있는 묘수를 만들어 법제화해야 마당에 어떤 후보 더 예쁜 지 결정해 달라는 선거 아닌가.

그것도 세금까지 들여서 치르도록 법제화하는 것은 다분히 반(反)민주주의적이다. 당원의 결사체인 정당이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집권 여부를 심판받는 '정당정치', 집권당이 집권 성적표로 다음 선거에서 당당하게 국민의 평가를 기다리는 '책임정치'. 이런 덕목들로부터 자꾸 도망치고 있는 것이다. 이벤트정치·이미지정치에 다름 아니며,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재촉하는 시도다.

게다가 비당원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의 '완전국민경선'에 참여한 사람은 참여에 제한을 두겠다는 발상은 또 뭔가. 소위 '역(逆)선택'을 통해 다른 정당의 당원들이 자기 당의 후보선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비당원이되 다른 정당의 당원이 아니거나 다른 정당의 완전국민경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추려야 한다. 십중팔구 자신들의 잠재적 지지 세력이다. 결국 완전국민경선제는 잠재적 지지세력을 대상으로 한 '후보선호도 여론조사'에 가깝다.

특정 정당이 잠재적 지지세력을 대상으로 당의 공직후보 선호도를 조사하는 일에, 왜 다른 불특정 국민들이 낸 세금을 써야 하는가.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납세자운동단체인 한국납세자연맹의 정책위원입니다. 그러나 연맹의 입장과는 무관한 사견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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