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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군위군 부계면 한밤마을의 돌담길
ⓒ 서태영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중

걷고 싶은 길을 찾아갔습니다. 경북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 한밤마을은 부림홍씨 집성촌이었습니다. 지정되지 않은 전통마을이었습니다. 지금은 250가구 중 75여 가구만 남았습니다. 지난 4월 17일, 문화재청이 한밤마을 돌담길을 문화재로 지정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그러자 재산권침해를 우려하는 일부 주민들이 반대를 한다고 합니다.

한밤마을의 돌담길은 1930년에 일어난 산사태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1930년 산사태로 굴러온 돌들을 담으로 쌓은 것일 겁니다. 돌담 군데군데 박혀 있는 바윗돌들은 산사태의 규모를 증거하고 있었습니다.

한밤마을을 10년 넘게 연구해 온 한 조경학자는 팔공산이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비 오는 날 팔공산행을 삼가라고 당부합니다. 산사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 돌담길의 큰 바윗돌은 어디서 굴러온 돌일까?
ⓒ 서태영
▲ 담장은 풀빛 생명체가 사는 집이다.
ⓒ 서태영
한밤마을의 돌담은 막돌을 그대로 쌓아올린 방식입니다. 일제 소화 6년 1930 경오년 대홍수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이 준 참변을 이겨낸 인간문화의 승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밤마을 돌담은 큰 희생을 당한 어르신들의 넋을 달래는 위령탑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움이 더합니다. 갖은 돌들을 잇고 쌓아 어깨 높이로 담장을 만들었습니다. 돌담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거석문화의 유풍이었습니다. 군위 부계 한밤마을의 돌담은 현대판 고인돌입니다.

돌담 속에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초록색 싹을 틔우고 있었습니다. 돌담길은 인간의 힘으로 꽃피운 담입니다. 꽃이 없어도 꽃길입니다. 문화재 가운데 문화재입니다.

그런데 담장 너머로, 군위군이 문화재청에 한밤마을 돌담길의 문화재 등록 반대 의견을 통보했다는 서글픈 소식이 들립니다. 군청은 문화와 담을 쌓나 봅니다.

▲ 차곡차곡 쌓아올린 돌담은 문화재로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 서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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