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캐나다 초등학생을 위한 읽기 도서들
ⓒ 조성주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저에게도 영어는 난제중의 하나입니다. 필수적인 의사소통 수단이고, 이런 수단을 이용해서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영어로 친구에게 메일을 보내 안부를 물을 땐 그래도 엉터리 영어(broken English)라도 의사가 통합니다. 인터넷 메신저와 같은 실시간 대화에서도 제 엉터리 영어는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깨진 영어지만 사람들과 대화하고 업무를 추진하는 데는 그렇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영어를 배우려고 학교에 가면서부터 제 영어는 참 부끄럽기 그지없는 엉터리임을 느꼈습니다.

지난 가을부터 영어를 현지 고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지도를 받고 있습니다. 문법,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시험을 거치는 동안 현지의 고등학교 선생님은 문법시험, 읽기, 듣기에 정말이지 후한 점수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제 의견을 수필형태로 적어보라는 시험에선 엉터리 영어의 한계를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틀린 부분을 지적한 영어선생님의 붉은 볼펜은 저의 작문노트를 붉게 물들여 버렸습니다.

중학교에서 대학까지 그 동안 뭘 어떻게 배웠기에 내 작문노트는 이렇게 붉게 틀린 부분을 수정한 볼펜으로 물들어 버렸을까?

영어 선생님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컴퓨터에 입력하듯 듣기와 읽기는 입력 수단이고, 말하기와 작문은 일종의 출력수단이다. 그 동안 너의 영어가 입력만을 중심으로 한 것이라면, 지금부턴 그 입력된 내용을 바탕으로 좋은 출력을 만들어 내면 되지 않겠는가? “

영어 선생님의 대답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그 동안 교육여건에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부분이었습니다.

그 이후 영어선생님은 저에게 초등학생들의 읽기 도서를 읽기자료가 아닌 쓰기를 위한 견본으로 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 있는 여러 가지 영어식 표현을 읽고 저의 글쓰기를 만들어 보라는 권유였습니다. 저는 초등학생들에게 맞는 책을 읽고, 그와 유사한 내용의 글을 문법과 영어표현에 맞는 형태로 다시 재구성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내용을 제 생각을 넣어 재구성하는 것은 참 유익한 공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작문에 대한 글쓰기가 늘어나고 문장과 문장 그리고 문단과 문단이 어느 정도씩 형성되어 가고 있는 이때, 왜 그 동안 우리 교육은 출력을 중시하는 여건이 안 되었을까하고 생각해 봅니다.

토익이나 토플 고득점 학생이 제대로 된 글쓰기와 말하기를 하지 못한다는 현실이 오늘의 우리 학생들이 그 동안 받은 입력중심의 교육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이라도 균형 잡힌 영어교육이 되었으면 하고 생각해 봅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