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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충석 여수시장 당선자. ⓒ 오마이뉴스 안현주

'무소속 불패신화'를 기록하던 무소속 주승용(49) 후보와 민주당 김충석(61)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며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었던 여수시장 선거가 결국 민주당 김충석 후보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김충석 여수시장 당선자는 여수시장 연임에 도전한 주승용 후보를 1만5390표 앞섬으로써 민주당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아직 남아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여수 시민들은 김충석 당선자를 민주당 후보가 아니라 '여수지역발전협의회' 소장으로서 오랫동안 여수지역 현안을 고민해 온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김 당선자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또 특히 올해는 여수시민의 숙원사업인 '국제 박람회' 유치 도시가 오는 12월에 결정된 예정인데다 '에이즈 여성문제' 등을 비롯한 여러가지 악재가 겹쳐있어 새로 취임한 여수 시장의 어깨가 무겁다는 게 주위의 반응이다. 심지어 한 시민은 올해 취임하는 김충석 당선자를 IMF사태를 앞두고 취임했던 김대중 대통령에 비유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전남동부>는 20일, 여수시장 김충석 당선자와의 인터뷰를 갖고 여수시장 취임을 앞둔 김 당선자가 생각하는 여수시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김 당선자는 인터뷰 내내 "사심없는 깨끗한 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하면서 "아름다운 한반도 남단의 도시 여수의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당선자는 또 요즘 한참 문제가 되고 있는 여수 지역 에이즈 사건에 대해 "보건소 등에 문제 여성의 사진을 공개해 시민들이 개인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당선자는 이어 해마다 3천명씩 줄어드는 여수의 인구 감소에 대해 우려하면서 "여수를 관광의 도시, 역사의 도시로 만들어 인구증가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박람회 유치 문제, 여수지역 산업단지 문제, 노점상 문제 등에 대해 김 당선자는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차분히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다음은 김 당선자와의 일문일답.

- 지난 4년간 여수시정에 대한 평가와 아울러 여수 시장으로서 포부를 밝힌다면.
"주승용 전 시장이 젊고 여천군수를 지냈기 때문에 잘했다. 주 시장이 잘한 부분이 있지만 내가 보기에 잘못하는 부분도 있어 출마를 결심했던 것이다. 시장을 하면서 지방자치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주민발의에 의해 삼려통합을 이룩해냈던 화합과 협동의 정신을 되살리겠다."

- 김 당선자는 여수시의 가장 큰 장점과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더불어 김 당선자의 여수시정 중장기 발전 계획을 듣고 싶다.
"여수는 한반도 최남단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으며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또 많은 섬들과 가막만, 여자만 등으로 이뤄진 수산자원의 보고이다. 여수는 지금도 살기 좋지만 옛날부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었다. 여수에서 발견된 1300여개의 고인돌이 그것을 입증해주지 않는가?

여수에 문제점이라고 하면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개발이란 미명하에 훼손한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개발이라는 것이 원래 가지고 있는 특성을 잘 살려 보존하면서 진행돼야 하는데 여수 지역 개발은 그러지 못했다. 또 삼려통합을 통해 한지붕 세가족이 뭉쳤는데 그 때의 화합과 통합의 분위기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열기가 식어가고 에너지가 사장되고 있다. 수산업 침체도 큰 문제다. 또 아직까지는 대형사고가 없었지만 여수산단은 대규모 산단임에도 안전장치가 확실하게 완비돼 있지 않아 산단지역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작년에 주승용 전 시장이 중장기발전계획을 만들었다. 계획을 수립할 때는 각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서 현상을 분석하고 평가해야 하는데 주 시장의 발전계획은 다른 지역에서 했던 것을 조합해서 수립한 것이었다. 그래서 공청회를 통해 계획을 발표했을 때 시민들이 반발했던 것 아닌가? 나는 정확한 진단 아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또 임기내 업적으로 만들기 위해 성급하게 서두르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 지난 6일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에이즈 여성과 관련, 민주당은 8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주승용 후보의 사퇴를 촉구한 적이 있다. 이제 시장으로서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계획인가.
"그 사건은 참 가슴 아픈 일이다. 지난번 뉴스를 듣고 나 역시 쇼크를 받았고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공포에 떨고 있다. '구아무개 여인이 여수에 많은 남성을 상대했다' '고등학생들까지 상당수 접촉을 가졌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데 병의 확산이 가져올 파장을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한다.

이 문제는 정부 당국에도 큰 책임이 있고 여수 당국 역시 구아무개 여인이 2년간 여수에 있었는데도 검사 한번 안했다는 것을 볼 때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민주당에서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다.

에이즈 환자는 인권보호를 위해 초상을 공개하지 않는데 나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구아무개 여인의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사진을 모든 곳에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보건소나 믿을 만한 장소에 두고 의심이 나는 사람들이 그 곳을 찾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 각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에이즈 문제여성 사진, 보건소 등에 공개해야…"

- 여수 시민이 올해 시장에게 바라는 첫 번째는 박람회 유치일 것이다. 강력한 경쟁후보로 꼽히는 중국을 제쳐야 하는데 현재 여수시에는 에이즈 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방해 요소가 많다. 김 당선자는 국제 박람회를 여수시에 유치할 자신이 있는가.
"20일 모 일간지에 '중국과 러시아가 2강, 우리나라와 멕시코가 2중, 폴란드가 1약'이라는 BIE 실사결과가 발표됐다. 에이즈 문제는 어쩔 수 없다. 중앙방송에 보도됐으니 세계가 다 안다고 보고 중국을 비롯한 라이벌 국가들에 대한 대책을 세울 것이다. 사실 여수 지역은 다른 후보 도시들에 비해 인구, 면적, 시설 면에서 다 부족하다. 하지만 우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민족이다. 정주영도 빈손으로 가서 조선소도 짓고 하지 않았나? 지금 어렵지만 일단 유치만 되면 정말 잘할 수 있다.

또 유치를 위해 정부 중앙유치회도 맹렬히 활동하고 있고 나는 알제리의 부타씨를 만나 아프리카와 아랍 국가들이 한국을 찬성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부타씨는 알제리는 당연히 찬성할 것이고 알제리의 우호국가들 역시 한국을 찬성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장으로서 유치위원회, 정부, 민주당과 함께 국제 박람회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 여수 산단 환경오염 문제나 이주 문제는 해마다 제기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여수시민단체들은 산단 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환경감독권을 기초단체로 재위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당선자의 의견과 산단 문제 해결책을 듣고 싶다.
"나도 NGO 활동을 해와서 시민단체와 생각이 같다. 여수산단은 규모가 너무 크고 공장사이 완충지대로 없으며 파이프라인이 거미줄처럼 묻혀 있는 아주 위험한 곳이다. 나는 여수산단 문제를 총량규제를 통해 해결하고 대기와 폐수 문제 역시 시민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 조사를 해 보고 공장을 더 지어도 된다면 짓고 안된다면 노후된 시설부터 없애겠다. 우리가 꼭 해야 할 일만 하겠다. 그리고 나머지는 후손들이 하도록 남겨 두겠다."

"박람회만 유치되면 천지가 개벽하는 건데…"

- 김 당선자는 여수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무소속 시장 때문에 여수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그렇다면 민주당 시장으로서 여수시 인구 증가를 위해 획기적인 방안을 가지고 있는가.
"인구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수산업이 침체되고 여수산단의 지역 기여도 낮은 데 있다. 여수산단 지역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게 잘 안됐다. 여수 지역 인구를 늘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다. 먼저 대규모 민자유치를 통해 콘도를 만들어 여수에 학생들이 2, 3일씩 머무르면서 수산업, 제철, 산단의 모습을 볼수 있도록 하겠다. 여수에는 흥국사라는 유명한 절도 있지 않은가? 흥국사는 의승수군(임진왜란 때 국가를 위해 싸운 스님들을 의미)의 요람이기도 하다. 이렇게 볼 것도 많고 역사적으로 배울 것도 많기 때문에 수학여행단 등이 머무를 이유는 충분하다.

박람회만 유치되면 천지가 개벽하는 건데(웃음). 골프장도 건설하고 신항도 개발하고 법원, 검찰청의 유치문제를 해결하면 여수 인구는 금방 늘 것으로 본다."

- 김 당선자는 여수시 노점상들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가지고 있는데 취임 후 노점상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계획인가.
"지금 현재 살기 어려워지니까 노점상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솔직히 누가 자기 점포에서 장사하고 싶지 땅바닥에 앉아 고생하고 싶겠나?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노점상 문제 해결하겠다. 노점상 한사람당 반평이상 소유하게 하고 국동 어항단지 쪽을 개발해 나머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 어항단지 쪽은 사장되고 있는 땅인데 쾌적한 환경 속에서 물건을 사고 팔 수 있게 하고 버스노선을 연결해 접근이 용이하도록 한다면 노점상 문제는 2, 3년이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어항단지를 잘 활용해 여수산단 사람들이 조금만 더 돈을 쓴다면 산단의 지역 기여도도 높아지고 산단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도 넉넉해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오마이뉴스 안현주
- 김 당선자는 서초등학교 합동연설회 당시 '시장이 되면 월급 한푼 내 손으로 가져가지 않고 모두 장애우들을 위해 쓰겠다'며 무보수 시장을 선언해 시민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았다. 김 당선자는 4년간 그 약속을 지킬 자신이 있는가.
"무보수 시장 약속은 당연히 지킬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살아왔다. 이제 자식들도 다 커서 직장 잡고 살기 때문에 내가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이제는 봉사를 하면서 살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여수시민들이 내 살아온 발자취를 보고 나를 지지해줬다. 그 무서운 시민들이 내 뒤에 버티고 있는데 어떻게 약속을 저버릴 수 있겠는가?"

- 김 당선자는 열린 시정 평가를 위해 인터넷 시정제도 등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어떤 것인가.
"가능한 모든 것을 오픈해 시민들의 예측이 가능한 시정을 하겠다.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지만 노인분들을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 무소속 주승용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벌였는데 주 후보에 대해 평가한다면.
"주 후보는 나보다 12살 젊기 때문에 패기가 있다. 나는 완숙하고 오랜 경험을 통해 경륜이 있고. 주 후보는 전라도에서 노란 옷만 입히면 다 된다는 시절에 무소속으로 여러번 당선돼 '불패신화'를 기록했기 때문에 모두들 아무도 경쟁할 수 없는 상대라고 생각했다."

"우리 국민들 냄비 근성 버려야…"

- 이번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승리 민주당의 참패로 끝이 났다.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불리는 전라도에서도 무소속 후보가 선전하는 등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크게 하락했다. 이번 선거 결과가 민주당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덧붙여 이번 대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지금 우리 국민들에게는 냄비 근성이 있다. 국민의 정부 탄생 이후 IMF를 3년만에 극복하고 외환보유고 세계 5위에 실업률이 크게 낮아진 것, 그리고 구조조정 잘하고 햇볕정책으로 금강산을 유유히 오가게 된 것을 국민들은 벌써 잊어버렸다. 솔직히 민주당 정부가 엄청난 일을 이룩한 것이다. 몇 사람 때문에 민주당 인기가 바닥을 달리고 있긴 하지만 난 그래도 우리 나라가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1953년 부산피난시절부터 삼선개헌·반독재에 반대해온 집단이기 때문에 앞으로 잘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또 대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전라도에서 무소속 후보가 선전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제는 지역정당을 극복해야 한다. 전라도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고 경상도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시대가 돼야 한다."

-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이번에 여수 시민들이 위대한 결심을 해서 용단을 내렸다. 아주 혁명적인 사건이다. 이번 선거에서 김충석을 시장으로 만든 시민들의 용기와 결단이 여수 발전에 큰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시민들이 지금 마음 그대로 격려하고 지켜봐 주면 2∼3년 후 시장 잘 뽑았다는 말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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