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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정말 세계 경찰국가라면 이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오늘(2월 7일)부터 미대사관 앞 1인 시위에 나선 전민수(26) 씨가 오는 19일 방한을 앞둔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전하는 말이다. 전 씨의 아버지 전동록 씨는 지난해 7월 파주의 한 건물 공사장에서 일하던 중 주한미군의 고압 전기선에 감전돼 사지를 절단하고 현재 집에서 요양중이다.

전신 4도 화상을 입고 두 차례 절단 수술 끝에 사지를 모두 잘라낸 전씨는 사고후유증으로 청력까지 잃어가는 상태다. 작년 말부터는 혈관이 막혀 다리가 심하게 붓고 있지만 의료진은 수술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집에서 요양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인이 한국 땅에서 전신화상이 아니라 조그마한 상처만 났어도 미국 정부는 군대를 보내려 했을 겁니다"라는 민수 씨의 말에는 미국 정부뿐 아니라 한국 정부에 대한 짙은 배신감이 실려 있었다. 사건이 발행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한국 정부의 태도는 '일단 무시하고 보자는 식'이라는 것이다.

사고 후 "주한미군 고압선 피해자 전동록 씨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http://www.kndic.com/antiusarmy/)"가 꾸려지면서 건축주와 국가를 상대로 치료비 지급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청구액에 훨씬 못미치는 2천만 원만 인정했다. 국가보다는 본인의 과실이 훨씬 크다는 이유였다.

전씨가 사고를 당하기 전 수차례 주한미군에 고압선을 옮겨달라고 했지만 미군은 '괜찮다'며 공사를 시작하라고 했고 결국 전씨는 22900볼트짜리 미군 고압선에 감전사고를 당했다.

사건 당사자인 주한미군은 위로금 60만 원과 배상 서류만 전달한 채 나몰라라하고 있다.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에 따르면 미군 시설물의 하자에 의한 손해에 대해서도 '우선' 대한민국 정부가 배상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건해결과 전씨 병간호를 위해 생계를 팽개친 가족들은 카드빚과 사채를 얻어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아버지의 팔, 다리를 돌려달라'는 영문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던 민수 씨는 1시간만에 시위를 끝냈다. 사고 200여 일 만에 파주시청에서 병문안을 오겠다고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라질 건 별로 없어 보인다. 파주시는 배상의 의무가 없을 뿐더러 국가를 상대로 한 배상 본안소송의 결과가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공대위는 서울 지역에서 모금을 통해 이미 두 차례 성금을 전달했고 공대위 파주대책위는 별도로 피해 보상을 촉구하는 농성과 서명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파주대책위는 항의집회를 16일까지 가질 예정이며 3월 초에는 파주 현장사진연구소에서 전씨의 병상투쟁을 담은 사진전을 열 계획이다.

전주가 고향이라는 전동록 씨 가족은 예년과는 달리 집에서 도움을 주는 분들과 조촐하게 설날을 맞기로 했다. 30분 이상을 앉아 있기조차 힘든 전씨에게 고향 방문은 아무래도 무리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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