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정의당이 숫자 '9' 때문에 빚어진 MBC '복면가왕' 9주년 특집방송 결방을 두고 "문제의 본질은 선거기호 자체"라며 거대 양당이 상위 순번을 사실상 독점한 후보자 배치 방식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김수영 선임대변인은 8일 "MBC가 복면가왕 9주년 특집 방송을 결방하기로 했다. '기호 9번' 조국혁신당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며 "미세먼지 '1'로 시작된(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며 MBC를 징계 – 기자 주) 이 낯뜨거운 다툼이 이제 복면가왕도 못 보게 한다"고 논평했다. 그는 "권력의 압박이 있었던 것인지 언론사가 알아서 심기 경호에 나선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낯 뜨거운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김 선임대변인은 "투표용지에 기호를 넣는 것은 잘한 것도 없이 늘상 1번과 2번을 차지하는 거대 양당에만 유리한 제도"라며 "미국, 영국, 일본 모두 투표용지에 기호가 없다"고 했다. 특히 "미국은 거대 정당에만 유리한 후보자 배치 방식이 위헌이라 결정했다"며 "이들 선진국처럼 기호 대신 가나다순, 순환배정, 추첨 등 다양한 방식을 충분히 도입할 수 있다. 사실 우리 국민들은 저 국가들보다 훨씬 높은 정치적 수준을 보여왔다"고 강조했다.
김 선임대변인은 "선거에서 숫자 기호를 없애자"며 "복면가왕 같은 낯 뜨거운 논란 자체를 더는 만들지 말자"고 주장했다. 그는 "죄 없는 방송에 징계니 과징금이니 하는 권력의 압박이 이어질수록 그 폐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차제에 투표용지의 불평등성을 바로잡자. 거대 정당에만 유리한 구래의 정치적 산물, 이제 유권자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녹색정의당은 국민의 정치적 선호가 평등하고 공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2년 펴낸 <투표용지 양식의 불평등성 논란과 쟁점 : 정당 특권과 기호순번제 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제헌의회 선거부터는 추첨방식을 사용했으나 1969년부터 의석수 순에 따라 일부 정당에 전국 통일 기호를 배정하기 시작, 1987년 민주화 이후 현재 방식이 자리잡았다. 그런데 의석수가 많을수록 앞순번에 배정되는 것은 큰 정당에 매우 유리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면서 헌법소원이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헌법재판소는 꾸준히 '합헌'으로 봤다.
입법조사처는 "하지만 선거 결과의 왜곡 가능성과 관련하여 평등선거 및 선거운동 기회 균등의 헌법적 가치에 대해 보다 면밀한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며 "미국의 판례들을 분석한 결과, 현직자나 다수 의석 정당 우선 배정방식이 초래하는 차별적 결과에 대해 위헌 결정한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짚었다. 또 유권자의 선호를 최대한 의석에 반영하는 데에는 "투표용지 구성과 후보자 게재순위 개편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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