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정부·여당이 경제 위기를 수습할 능력이 있습니까? 지금 (시민들이) 손사래 치시는데, 전국에서 다 똑같이 그렇게 하십니다."
4·10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 중인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6일, 갈라진 목소리로 유세 차량에 올라섰다. 이날 오기형 서울 도봉을 후보, 김남근 서울 성북을 후보 등 지원 유세에 나선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 실책을 집중 질타했다.
이날 서울 성북구 북서울꿈의숲 인근에서 김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이 의원은 "제가 강원 춘천, 경북, 대구, 경남, 부산도 한 바퀴 돌고, 다시 인천, 경기 고양, 서울을 돌고 있다"며 "전국에서 많은 시민들을 만났는데, 이번 선거처럼 한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보수적인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에서도 시민들이 모두 다 한 가지를 말씀한다"며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대해 이번에는 내가 한마디 해야 겠다', '여기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국민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는 최고의 재외국민 투표율을 기록했다"며 "해외 정상들 모인 데서 대통령이 욕설하고, 영부인이 수행원 끌고 명품 가방 사러 가고, 시민들 입을 막아 끌어내리고, 급기야 우리나라가 무역수지 적자국이 됐다"고 했다.
또 "그래서 역사상 최고의 총선 투표율로 사전투표가 이뤄지고 있다"며 "온 국민이 하나로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투표율은 29.67%로 집계됐다. 직전 총선 동시간대 투표율보다 4.7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입틀막', 무역적자에 역사상 최고 투표율...온 국민 하나로 모여"
그러면서 이 의원은 물가 폭등 등 윤석열 정부의 경제 실책 비판에 집중했다. 그는 "성북에선 사과 하나에 얼마씩 하나. 사과값이 (2년 전보다) 2배, 3배가 됐다"며 "김밥 한 줄에 4000~5000원 하고, 식비가 너무 올라 청년들이 편의점으로 가고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경제가 이정도로 어려우면 과거엔 보수 정부라 하더라도 중산층·서민 살리기에 신경 쓰는 척이라도 했다"며 "그런데 지금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부자 감세하다 나라 곳간 비었다며 지출 줄인다고 중산층·서민에게 돌아갈 돈부터 깎아내린다"고 덧붙였다. 공공임대주택 예산 5조원, 연구·개발(R&D) 예산 5조원 등을 삭감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로 정부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것.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이 경제 위기를 수습할 능력이 없다"며 "무엇을 보면 알 수 있나.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학생이고, 정치인이고, 의사고 전부 다 입을 틀어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을 상기하면서 '정권 심판'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의원의 말이다.
"제가 3일 전에 포항도 다녀왔습니다. 20살 채수근은 포병이었습니다. 포병은 물에 들어가 사람 수색할 일이 없습니다. 그런 아이를 급류에 내보냈습니다. 바로 전날 장갑차도 못 버티고 나오는 급류였습니다. 애초에 이런 급류에 집어 넣은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걸 상식대로 하자고 주장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워 구속영장을 청구합니다. 이대로 둬서는 대한민국 다 죽겠다, 이렇게 제가 말씀드립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우리가 지난 민주화된 35년 동안 봐온, 진보·보수 그런 정부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의 비극"이라며 "이제는 이 비극을 끝내야 하지 않겠나.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윤석열 정부, 대한민국 정치의 비극...비극 끝내달라"
더불어 이날 이 의원은 김 후보와 오 후보의 강점을 부각하면서 지지를 당부했다. 김 후보에 대해 이 의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동산 투기 사건을 밝혀낸 후보"라며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당시 민주당 정부 때였다. 중산층과 서민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분, 그것이 정치의 목적이고 본질이라는 확실한 철학이 있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런 사람을 국회에 안 보내면 어떤 사람을 국회로 보내겠나"라며 "이번 선거 때는 여러분이 나서 달라"라면서 쉰 목소리를 힘껏 높였다.
또 앞서 서울 도봉구 도깨비시장에서 열린 오 후보 지원 유세에선 "당에서 경제·민생 관련 여러 조직들을 만드는데, 모일 때마다 항상 앞장서서 일하는 분"이라며 "정말로 사람 살리는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금의 정치적 암흑기가 오래된 것 같아도, 불과 2~3년이다. 대한민국 80년 역사에선 먼지 같은 시간"이라며 "뜻을 하나로 모아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면, 대한민국 발전의 역사를 다시 이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위해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 의원은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 지난달 28일부터 지원 유세를 시작했다. 3월 29일 천안 등 충청권을 찾은 그는 같은 달 31일 강원과 대구, 4월 1~2일 경북, 3~5일 부산과 경남, 5일 인천, 6일 서울, 7일 제주·호남 등을 거쳐 수도권에서 일정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