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교훈 후보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가 패배를 인정했다. 11일 오후 11시 40분 개표율이 70% 남짓인 시점이었다. 아직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희망을 걸어보기엔 너무나 큰 격차(23.52%p)였다.
진교훈 13만 7065표(56.52%) - 김태우 9만 5492표(39.37%)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최종 결과는 12일 오전 0시 42분 나왔다. 4만 1574표, 17.15%p 차이였다.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압승이었다.
오후 8시 53분께 개표가 시작됐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대방건설빌딩 8층에 마련된 '국민의힘 선거 상황실'에 모인 70여 명의 지지자들은 "무조건 이긴다" "완전 확정이다"며 김 후보의 승리를 자신했다. 하지만 이철규 사무총장을 제외하곤 국민의힘 지도부 가운데 누구도 상황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김기현·나경원·안철수 등 당의 간판이 나서서 총력을 쏟아부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아직 모른다" 희망에서 "기권표 많다" 음모론까지
2시간가량 지난 오후 10시 40분께 장내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개표율이 22.88% 정도에 그쳤지만 김 후보와 진 후보의 득표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1만 8053표(32.52%)를 얻은 김 후보와 3만 5247표(63.49%)를 얻은 진 후보의 차이는 1만 7194표(30.97%p)였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지지자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아직 모른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사전 투표함이 먼저 열린 탓에 진 후보에게 먼저 표가 몰렸을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0분 정도 뒤에도 득표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 점차 '음모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권표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일부 지지자는 "기권표가 이렇게 많은 게 말이 되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는 기권표의 의미를 몰라서 나온 착각이었다. 기권표는 전체 유권자 가운데 투표수를 뺀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의 표'다. 이번 보궐선거 최종 투표율은 48.70%, 전체 유권자 50만 603명 가운데 투표를 한 24만 3659명을 뺀 25만 6944표가 기권표인 셈이다.
오후 11시, 패색이 짙어진 상황이었지만 상황실에 있던 지지자 일부는 "역전 가자"라고 응원의 말을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 상황실에 있던 지지자들은 패배를 직감했는지 점차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오후 11시 30분 무렵 남은 지지자는 개표 시작 당시에 절반도 안 되는 30여 명 정도에 불과했다.
개표 종료 1시간 전 패배 인정한 김태우
그 시각, 김 후보 캠프는 '입장 발표' 공지를 띄웠다. 이어 오후 11시 40분, 별도의 사무실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김 후보는 상황실로 들어왔다. 손에는 패배를 인정하는 입장문을 든 채였다. 어두운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선 김 후보는 준비해 온 입장문을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저를 지지해 준 분들의 성원에 화답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저의 재개발 약속을 믿고 성원해주신 강서구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신 우리 캠프 식구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 전국에서 올라와 주신 국민의힘 당원동지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강서구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더욱 겸손하게 낮은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아울러 진교훈 후보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며, 부디 강서구의 발전을 위해 민생을 잘 챙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도 강서구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발언을 마친 김 후보는 상황실 내 지지자들의 손을 잡으며 인사를 건넸다. 몇몇 지지자는 박수를 쳤고, 몇몇은 망연자실한 듯 늘어진 자세로 의자에 몸을 기댔다. 또 몇몇은 '에휴'라고 큰 한숨을 내쉬었고, 몇몇은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외쳤다. 한 지지자는 "안 도와준 국힘당들 신나겠다 이 XX들"이라며 김 후보 선거 운동에 뛰어들지 않은 당내 세력에게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후보는 취재진에게 "또 뵙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별도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후 대부분 지지자들은 귀가했다. 마지막 남은 8명의 지지자는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 두 후보 사이의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하자 한 지지자는 "김태우 구청장님 나와보세요. 줄어들고 있어요"라고 김 후보를 찾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0시 42분, 남은 지지자들은 "수고했다"며 서로에게 인사를 건넨 뒤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