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해병대예비역연대 예비역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채상병 특검 국민의힘 참여 촉구'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석자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은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을 즉각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이정민
변사수사를 하다가 사망에 영향을 미친 범죄혐의가 인지되면 혐의자, 죄명, 사유를 적시한 '범죄인지통보서'와 범죄인지의 근거가 되는 변사수사기록을 범죄수사권이 있는 민간 경찰에 이첩하는 것이 개정 군사법원법의 정확한 해석이다.
그뿐만 아니라 '범죄 혐의'란 것은 당연히 범행의 주체, 내용은 물론이고 그것이 어떤 죄목에 해당하는지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헌법에 따라 죄형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법에 써있는 것만 죄라는 뜻이다. 절차에 따라 범죄인지통보를 하면서 어떤 법률에 써있는 무슨 죄를 범했는지 특정할 수 없다면 그건 '범죄'를 인지했다고 표현할 수가 없다. 혐의자와 죄명을 특정하지 말고 사건을 민간에 이첩하라던 이종섭 전 장관의 지시는 애초에 법체계상 말이 안되는 궤변이다.
해병대수사단은 정해진 법 절차에 따라 변사수사를 성실히 진행하던 중, 임성근 사단장 등 8명의 범죄혐의를 포착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것이다. 물론 해병대수사단 범죄 인지 행위와는 별개로 검찰 송치 여부는 범죄수사권을 가진 경북경찰청이 판단할 몫이고, 해병대수사단은 이첩 이후 변사수사를 잘 마무리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이 이첩 과정에 압력이 들어가면서 모든 게 어그러져 버렸다. 군사법원법 개정 당시 변사수사권과 범죄수사권의 관할을 분리하면 군 지휘부가 변사수사권을 이용해 사건을 은폐, 축소할 수 있게 된다는 우려가 현실화 된 것이다. 다만 은폐, 축소의 주체가 군 지휘부가 아니라 대통령실이고, 수사를 맡았던 군 수사기관은 양심에 따라 정직했다는 점이 조금 다를 뿐이다.
이종섭 전 장관의 법무참모로 외압 의혹에 깊게 관여된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개정 군사법원법이 만들어질 때에도 법무관리관이었다. 유 법무관리관이 바로 변사수사권과 범죄수사권을 나누는 법안을 성안한 국방부 실무자였다.
그런 그가 이 법의 구조를 몰라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다느니, 수사가 아니라 조사라느니, 혐의자와 범죄를 적시하지 말고 이첩하라는 둥의 해괴한 조언을 장관에게 갖다바쳤을 리 없다. 다 알면서도 대통령의 수사외압이란 중대범죄를 가리기 위해 법 기술자로서 국민을 미혹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는 것이다.
유상범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자기들이 국방부를 위해 군사법개혁을 방해하며 변사수사권을 군에 남겨줘 놓고 이제 와서 군에는 사망사건 수사권이 없다고 우겨대니 집단으로 기억이 상실된 건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에서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 대통령과 참모들, 전 국방부 장관과 그 참모, 여당 국회의원들이 한통속이 되어 똑같은 논리로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두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 우연일 리 없다.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다는 외압 세력의 주장은 법 해석 논란의 영역이 아니다. 진실과 거짓의 영역일 뿐이다. 그러므로 다 같이 똑같은 거짓말을 한다는 건, 이들이 모두 공범이라는 뜻일 것이다. 성역 없는 특검 수사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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