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도연 코미디언(자료사진).
MBN-LG헬로비전
최근에는 방송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배우들이 영화나 드라마를 홍보하는 채널로 <살롱드립>을 선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배우 김서형 편이 기억에 남았다. 할 말이 없는 단톡방에서는 나가버리고, 자주 소통하지 않는 사람과는 SNS를 끊는다는 김서형에게 장도연은 대체 왜 그러냐고 묻는 대신 이렇게 반응한다.
"되게 상대로 하여금 집착하게 만들 것 같아요. 옭아매고 싶게 만드네. 자극하네."
타인이 갖고 있는 성격이나 특징을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상대방을 조롱하지 않으면서 재미 요소를 만들어내는 것. 나는 이렇게 토크를 풀어내는 사람을 한 사람 더 알고 있다. 바로 개그맨 신동엽이다. 장도연이 '개버지(개그 아버지)'라고 부르는 신동엽은 <살롱드립> 게스트로 출연해 장도연이 훌륭한 인터뷰어가 될 것 같다고 말한다. 계속 질문할 수 있는 내공이 장도연에게 있다고.
방송에서 김서형과 장도연은 번아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장도연은 김서형과 눈을 마주 보면서 정말로 공감해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번아웃 속에서도 루틴을 지키며 회복의 시간을 보냈다"는 김서형에게 다행이라고 말해준다. 그러자 김서형도 장도연에게 "괜찮으세요?"라고 묻는다.
장도연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예전에는 들어오는 일은 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모두 했는데 몸이 힘들더라고. 그럼에도 다들 이렇게 힘들게 일하며 살 거라 생각했다고. 지금은 그게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고, 내가 뭘 잘할 수 있고 뭘 했을 때 덜 스트레스를 받는지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이번에는 장도연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김서형을 보면서 '대화'라는 말의 의미를 떠올렸다.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 김서형 편에는 "카메라 신경 안 쓰고 둘이 눈 마주치면서 진짜 인생 얘기하는 느낌이라 더 푹 빠져봤어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전적으로 공감했다. 오랜만에 어른의 대화를 봤다.
대화를 이끌어가는 장도연의 내공은 삶에 대한 고민과 통찰에서 나온다. 매일 신문을 보고, 일기를 쓰고, 하루 10분이라도 책을 읽는다는 장도연은 자신이 읽은 것, 경험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겸손하고 위트 있게 들려준다. 본인이 충분히 곱씹고 소화한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장도연의 말은 공허하지 않다.
장도연은 신동엽에게 "신문을 읽다가 '긴 시간을 버틴 것에는 부드러운 힘이 있다'라는 글귀를 읽으면서 신동엽이 떠올랐다"고 말해준다. 읽고 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을 떠올리고 이해하려는 마음. 방송을 보면서 장도연과 대화를 하면 참 따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는 말할 것도 없고.
가수 정재형은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요정식탁>에서 "장도연이 한 시상식에서 시간을 끌기 위해 3분 동안 수상 소감을 하는 영상을 보면서, 거기 누구 하나 괴롭히고 누구 하나 잡아서 이런 게 아니라, 자기도 우아하게 지키며, 자기도 우아하게 무너지며, 그런 걸 해내기 때문에 장도연을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우아한 무너짐'이라니. 이보다 장도연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자신을 낮추고 기꺼이 무너지지만 결코 초라하거나 약해 보이지 않을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요정식탁>에서 장도연은 이제는 "나로 일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나는 내가 웃긴 사람이고, 내가 재밌으면 좋겠는데, 가짜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민망했던 시기'를 지나 장도연은 비로소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이 무엇인지 찾은 것 같다. MC 장도연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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