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브' 장원영아이브(IVE. 안유진, 가을, 레이, 장원영, 리즈, 이서)의 장원영(자료사진).
이정민
2022년 평균 연령 17세로 데뷔한 뉴진스는 밝고 무해한 콘셉트로 큰 사랑을 받았다. 뉴진스의 리더이자 가장 연장자인 민지는 영어를 잘하고 똑부러지는 캐릭터로 알려졌지만 그 똑똑함이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데 활용되자 문제가 됐다. 아이돌에게 기대되는 똑똑함은 공격성이 소거된 똑똑함이다. 설사 부당함을 토로하더라도 친절함과 다정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의 없다', '건방지다'라는 소리를 듣는다.
민지가 사과문을 올린 다음 날인 17일, 또 다른 걸그룹인 '아이브'의 장원영이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를 상대로 낸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탈덕수용소는 연예인들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과 허위 사실을 유포해 수익을 얻은 대표적인 '사이버 렉카' 채널이다. 사이버 렉카는 부정적인 이슈를 보고 달려드는 '레커차'처럼 연예인에 대한 악성 루머를 생산해 조회수를 올리는 유튜버를 뜻한다.
중학생이었던 2018년에 데뷔한 이래로 장원영은 유명세만큼이나 수많은 억지 논란에 휩싸였다. 탈덕수용소의 악의성과 허위성의 강도가 심각했을 뿐, SNS에서 조금만 검색해 봐도 장원영의 찰나의 표정이나 말투, 행동을 편집해 자극적인 썸네일과 함께 조회수를 올리는 콘텐츠를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이돌의 인성과 태도에 대해 맥락이 제거된 논란을 만들어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관심을 유도해 돈을 버는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에서는 윤리도 진실도 중요하지 않다.
애초에 '칼국수 논란'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란이 1년간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가십성 콘텐츠를 무비판적으로 소비한 평범한 사람들이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올라온 아이돌 논란 영상을 가볍게 클릭하면서 '얘 뭐야?', '얘는 그럴 것 같았어'라고 즉각적인 판단을 내렸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나의 논란이 사그라지면 또 다른 논란이 생겼고, 가십을 소비할수록 도파민이 분비됐다. 하지만 영상을 직접 제작하거나 댓글을 달지 않았기에 나는 이 모든 논란과 무관하다고 믿었다. 나는 무해하다고.
데뷔 후 6년간 온갖 논란을 견디다 악성 유튜버와의 소송에서 승소한 장원영에게는 '멘탈갑'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사실 장원영의 승소는 사이버 렉카에 대한 소속사 스타쉽의 집요한 추적과 강경한 대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모든 소속사가 스타쉽처럼 아티스트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아이돌이 장원영처럼 자신을 둘러싼 비방을 오랜 기간 참을 수 있는 것도, 참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장원영에게 보내는 '멘탈갑'이라는 찬사가 씁쓸한 이유다. 민지도 장원영도 2004년생으로 지난해 성인이 됐다.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는 '뉴진스 권익 보호 관련 안내문'을 공지하면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뉴진스 멤버들과 관련한 악성 댓글, 악의적 비방, 모욕,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행위에 대해 상시적으로 법적 대응 중에 있다"라고 했다. 이어 "비단 이러한 법적 대응 공지로 인해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더 이상의 무분별한 억측과 악의적 비방은 삼가 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아이돌 논란 뒤에는 사람이 있다. 나처럼, 당신처럼 인격을 가진 사람이. 이 글은 나의 반성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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