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의 지롱드주 청사 앞에서 열린 농민시위에서 한 시위자가 불타는 건초더미 옆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 일간지 <피가로>에 따르면, 이번 농민들의 봉기는 국민 89%의 지지를 받고 있다. 처음부터 격한 모습으로 시작된 이들의 행동에 국민적 지지가 모이는 것은 농민들의 주장이 옳을 뿐 아니라, 그들의 요구가 관철되어야만 시민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꾸준히 공급받고 식량 주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농민들에게 요구되는 농작물 재배 기준을 수입 농산물에도 똑같이 요구해야 한다'는데 정치 성향과 세대를 막론하고 시민 94%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 추위를 뚫고 나온 농민들의 절규는 팬데믹 이후 이어진 고통스러운 인플레이션 속에서 경제적 불안을 겪고 있는 대다수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도 한다. 그들의 투쟁이 곧 우리 모두의 투쟁이며, 그들의 승리는 모두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많은 시민들이 믿는 분위기다. 프랑스공산당 파비앙 루셀 대표는 농민들의 투쟁을 100% 지지하고 정부를 향한 모든 분노가 집결되어야 할 것이라 밝혔다. 그의 말대로 화물차 노조에 이어 어민과 택시노조가 연대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는 소식이 연일 전해지고 있다.
온 나라를 뒤흔드는 농민들의 저항에 모두가 충격을 받고 잠에서 깨어난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활발하게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굴종하지 않는 프랑스'당 프랑수아 뤼팡 의원은 "자유 무역의 이름으로 우리의 모든 공장을 외국으로 쫓아냈던 정부가 이제는 농업을 우리 땅에서 뿌리 뽑으려 하는 것이냐"고 정부를 향해 꾸짖으며 프랑스가 자유무역협정에서 '문화적 예외'를 주장해 프랑스 영화산업을 비롯 다른 나라들도 자국 문화를 지킬 수 있는 원칙을 관철시켰듯 농업에 있어서도 '농업적 예외'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어나라 프랑스'당 뒤뽕 애냥 의원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최대한 지역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이라며 환경 보호를 목표로 내세우면서 반생태적, 반윤리적인 자유 무역을 부추기는 이중적 태도의 EU 집행부를 맹비난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다국적 기업들의 이익 극대화에 봉사하는 EU를 탈퇴해 전쟁 직후 드골이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식량주권, 환경주권, 경제주권을 지킬 수 있는 길을 찾자고 제안했다.
취임한 지 보름도 안 된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여러 농민 단체 대표들을 총리실에서 차례로 만나 논의했지만 아직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좌우 농민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답은 쉽게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U가 모든 회원국에게 같은 씨앗을 뿌려왔기에 유럽 동시다발 농민 저항이라는 열매를 거두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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