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레드그레이브의 <버려진 자>(1851)
Richard Redgrave
분명 헌트가 그리는 '타락한 여성'은 시대적 전형에서 벗어난다. 같은 시기에 그려진 리처드 레드그레이브의 <버려진 자>(1851)는 부정한 여자를 추방의 대상으로 묘사한다. 미혼모가 된 딸을 눈길로 쫓아내는 아버지와 용서를 구하는 나머지 가족들이 대조를 이루는 반면 헌트의 그림은 구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의 그림 속 여인은 물질적 가치만을 중시하는 세속적 세상을 뒤로하고 영적 삶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이다. 실제로 헌트는 구약성서의 잠언 25장 "마음이 상한 사람 앞에서 흥겹게 노래를 부르는 것은, 추운 날에 겉옷을 벗기는 것과 같고, 상처 난 살갗에 초를 붓는 것과 같다"에서 영감을 받아 이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다.
1854년 이 작품이 왕립예술원에서 첫 선을 보였을 때의 평가는 갈렸다. 문인이자 예술비평가로 라파엘전파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던 존 러스킨(John Ruskin)은 특유의 세부 묘사에 찬사를 보냈던 반면, 다분히 대중적인 주제 선택에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경우도 많았다.
최첨단 과학 기술 도시에서 중세적 세계관과 문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헌트의 그림은 왕립예술원의 규범에 도전한 혁신적인 그림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가 그린 '타락한 여성'이 긍정적인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로 그려졌을지라도, 빅토리아 시대의 엄격한 도덕주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형적 여성상을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라파엘전파는 1854년에 이르러 해산하게 되지만 작가들의 개별활동은 지속되었고, 이후 이들이 그린 매혹적인 여인들은 교훈적 내용을 떠나 형식 미학을 추구하는 유미주의 운동의 기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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