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미상, <첨리스 자매와 포대기로 감싼 아이들>
한편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의 자매>가 소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17세기 초 영국에서는 <첨리스 자매들(The Cholmondeley Ladies)>이 그려졌다. 이 그림은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의 자매>와 너무나 흡사해 퐁텐블로파의 영향권을 짐작하게 한다.
화면의 하단부에는 같은 날 세상에 태어나서, 같은 날 결혼했고, 같은 날 출산한 쌍둥이 자매의 초상이라는 소개글이 덧붙여져 있다. 자매들은 똑 닮아 보이지만 왼쪽의 인물은 파란 눈동자를, 오른쪽의 인물은 짙은 갈색의 눈동자를 가졌다. 이들이 안고 있는 아이들의 눈동자에서도 이러한 표현은 반복된다. 게다가 자매의 옷 표현과 공간 표현은 퐁텐블로파의 그림보다 훨씬 장식적이고 평면적이다. 이러한 미세한 차이는 영국 미술 고유의 특징을 드러낸다.
레즈비언 커플의 에로스
위와 같은 맥락에서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의 자매>는 오랜시간 '자매'와 '임신과 출산'을 주제로 한 그림으로 해석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들은 이를 해체하는 시도를 제안한다.
관객을 향한 자매의 대담한 시선 처리,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된 자매의 몸, 볼록하게 솟아있는 유두, 금발과 브라운 헤어가 한쌍을 이루는 표현은 이 그림이 에로스를 주제로 삼은 작품으로 보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16세기 프랑스의 저술가 피에르 드 브랑톰(Pierre de Brantôme)이 "프랑스, 이탈리아, 터키, 그리스 등지에 레즈비언 커플이 많고, 특히 프랑스에서는 이런 여성들은 꽤나 일반적이다"고 남긴 기록을 근거로 삼는다.
그의 글을 객관적인 사실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보다 촘촘한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의 자매>를 둘러싼 최근의 논의는 시대를 보는 눈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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