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병적으로 몸무게에 집착하는, ‘건강치 못한 여자'가 돼 있었다.
픽셀스
그래서 주말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서 요거트볼(요거트, 오트밀, 각종 씨앗과 과일을 버무린 음식)을 먹고 수영장에 갔다. 내 삶이 건강 그 자체라는 생각에 약간 도취될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인사하며 지내던 한 할머니가 '너무 마른 것 같으니까 살을 그만 빼라'고 경고했다.
여기서 체중을 더 줄였다가는 비난받을 일만 남았다. 망상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미 먹은 걸 토하거나 사과 반 조각으로 식사하는 나를 상상하는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병적으로 몸무게에 집착하는, '건강치 못한 여자'가 돼 있었다.
허탈한 사실은 내가 건강해지려고 노력하는 동안에도 건강의 여부는 이미 보는 사람의 잣대에 따라 결정돼 있다는 거다. 우리는 항상 건강을 말한다. 그러나 건강 상태가 좋아서, 건강의 결과물로써 어떤 몸이 도출되는 게 아니라, 특정한 몸을 통해서 그 사람의 건강 상태를 짐작할 뿐이다. 엄밀히 말해 실제 건강은 누구의 관심사도 아니다.
건강한 몸이라는 것 또한 불특정한 이미지의 산물이자 허상이다. 대표적인 예로 걸그룹 멤버들은 청소년에게까지 무리한 다이어트를 유행시켜서 문제가 된다. 누구도 그들의 몸을, 예쁘다고 할지언정 건강하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명 피겨 선수나 체조 선수의 경우 똑같이 저체중임에도 운동선수라는 이유로 대중에게 건강한 이미지로 각인된다. 실제 운동선수들이 체급을 낮추기 위해서 감량하는 과정을 보면 그야말로 병적이지만 누구도 이러한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첫 번째 책 <운동하는 여자>가 세상에 나왔을 때 엄마는 "네 몸이 그래서 책이 잘 팔리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때 나는 '전형적인 몸과 운동을 결부시키지 않는 게 이 책의 존재 의의'라고 받아쳤다. 지금도 엄마의 말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대중적인 잣대를 그대로 반영한 충고인 건 분명하다.
운동성과 관련된 이미지로 타인에게 어필하고 싶다면 하나의 노선을 선택해야 한다. 인플루언서처럼 철저하게 '관리한 몸'에 속하든가 그게 아니면 전형성에서 벗어난, 운동선수 같은 육체성을 갖춰야 한다. 한마디로 철저한 관리도, 근육으로 만든 육체성도, 심지어 몸을 그냥 방치하는 것도 전부 몸으로써 표현된다. 이 냉정한 기준으로 볼 때 이전 내 몸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고 그 결과 엄마 같은 사람에게 운동의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근래 섭외된 인터뷰집에 사진이 실릴 거라는 말을 들었다. 나도 모르게 감량한 몸이 준비돼 있음에 안도했다. 그리고 되뇌었다. '조금만 더 유지하자. 촬영이 끝날 때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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