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에서 총리를 대상으로 확산되는 빈대의 문제에 대하여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는 LFI당의 마틸드 파노 의원
france Info 보도 캡처
9월 한달간, 빈대를 둘러싸고 지치지 않고 울려대던 언론의 경보음은 10월에 들어서면서는 냉정한 현실 진단으로 바뀌어 가는 모습이다.
10월 8일, 교육부는 '5만 9천개에 달하는 전국의 학교 수에 비해 빈대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된 학교는 10개 미만'으로 극히 미미한 숫자임을 밝혔다. 빈대가 발견된 학교들에 대해선 전문 방역이 이뤄진 상태며, 현재로서는 빈대 예방을 위해 전체 학교에 방역을 실시하려는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대표적 학부모 단체 FCPE와 PEEP도 현재로서는 이 문제와 관련해서 특별히 문제 제기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그들이 진단한 현실 또한, 한 달간 언론이 떠들었던 것에 비해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교통부 장관 클레망 본(Clément Beaune)도 빈대와 관련해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과장된 뉴스에 대해 직접 경고했다. "최근 몇 주 동안 파리교통공사에 신고된 사례는 10건 정도였고, 그중 실제로 빈대가 입증된 사례는 0건이었다. 프랑스철도공사(SNCF)에도 최근 몇 주 동안 37건의 사례가 신고되었으나 확인 결과, 빈대가 발견된 사례는 전혀 없었다"라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신고가 있을 때마다 지속적으로 사태를 감시하고 있으나, 확산의 징후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영화관에서 빈대가 나오는 것은 보도가 안 됐을 뿐, 전에도 종종 있었던 일이며, 그때마다 업체를 불러 방역해 왔다는 영화관 직원의 증언도 보도되었다.
해충제의 남용이 빈대의 저항력을 키웠고, 급증한 관광객의 수는 빈대가 창궐할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을 서서히 키워왔다. 이 모든 것은 차분히 체계적으로 대처해야 할 일이지 예기치 못한 갑작스러운 사태는 아니므로,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현실적 진단들이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문제를 방치해 온 정부의 무책임함을 추궁하는 정치권의 공세도 이어졌다. 특히, LFI 당의 마틸드 파노(Mathilde Panot)의원은 이미 2017년부터 이 문제에 국가가 개입해야 함을 역설해 온 인물이다. 빈대가 "더 이상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문제이며, 이렇게 계속 방치하다간, 대응할 능력이 없는 시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피해가 갈 것이 우려된다"라고 정부의 개입을 촉구했다.
빈대는 인간의 피를 빨아먹지만, 특별한 전염병의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러나, 1주일간 몹시 가렵기 때문에 불면과 불안의 초래하고 장기간 문제가 지속될 경우 심각한 심리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도 있다.
호들갑스런 언론과 진화에 나선 정부, 그리고 현실 사이엔 크고 작은 온도 차가 존재한다. 프랑스인들은 그 사이에서 자신들이 취해야 할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 빈대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한 서로의 팁을 전하면서도 파리지앵들은 전과 다름없이 일상을 이어갔다. 영화관, 카페, 레스토랑은 물론 지하철이나 철도에도 빈대 창궐의 여파로 인적이 줄어든 특별한 흔적은 찾기 힘들다.
이 기회에 정부 당국과 2024년 올림픽을 치러야 할 파리시가 공공 장소의 보건 위생에 좀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파리시가 좀 더 깨끗한 도시가 될 수 있다면, 파리시민들과 이 도시를 방문하는 모든 여행객들에게 큰 수확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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