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6월 22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바닥에 가로세로 1미터 크기의 철판을 붙여 만든 공간 안에서 농성하고 있다.
금속노조
그러나 아쉽게도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그리 곱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흔히 선진국이라 하는 OECD 국가들에서도 노동시장 탈규제화로 비정규직이 양산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불평등이 증가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정규직 중심의 노조가 비정규직을 끌어안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질타받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나 한국처럼 복잡한 하청구조가 만연한 나라에서, 그리고 세계 제1위의 생산 자동화로 그 어떤 산업국가보다 더 빨리 노동자들을 기계로 대체해온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연대의식을 가지고 노동 약자를 끌어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한국의 군부독재는 노조가 유럽처럼 정치세력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산업별 노조를 불법화하고 기업별 노조만을 허용했다. 이 유산은 아직까지도 한국의 노조들이 내 작업장 또는 내 회사를 넘어 더 넓게, 더 멀리 보며 노동자 연대의식을 형성하는 것을 너무나도 어렵게 하는 걸림돌로 남아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노조가 이를 극복하고 연대의식을 공고히 할 수 있을까? 그 핵심은 노조가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본과 정부와 한 테이블에 앉아 협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과 기업 단위의 파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사이에는 결과물의 크기에서도, 더 나아가서는 질에서도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
나에 대한 결정을 남이 내리는 현실
지금 한국의 조선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바라보면 과거 영국과 현재 중국의 조선산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한때 영국도 조선업 강국이었으나 한국과 같은 신흥공업국과의 경쟁에 밀려 쇠퇴했다. 과거의 영국처럼 현재의 한국은 중국의 부상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하고 동시에 고용과 임금을 위협받는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런 산업이 어디 조선업뿐이겠는가. 이런 큰 난제는 일개 작업장이나 회사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가장 높은 수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절실한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 사회적 대화 기구에 전면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산업별 노조 수준에서라도 업종별 위원회에 참여하여 이러한 난제들의 해결을 위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 실제로 산업 전환을 대비하기 위해 업종별 위원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노조 내부에서도 커지는 상황 아닌가.
당장 비정규직이나 영세기업 노동자를 대변하는 큰 걸음은 아니라 할지라도, 개별 기업을 넘어서 산업 수준에서 바라보는 넓고 먼 시야를 길러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노동자 전체를 대변하는 더 큰 시야를 기르는 데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되리라는 게 나의 전망이다.
대화를 거부하고 장외 투쟁만 추구할수록 대화의 기술과 협상력은 줄어든다. 나에게 영향을 미칠 결정을 남들이 내리고, 나는 이 결정에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이런 깨달음이 노조 지도부에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이수현 / 영국 킹스컬리지 런던 대학교 부교수(소셜 코리아 운영위원)
이수현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이수현은 영국 킹스컬리지 런던 대학교(King's College London)에서 부교수로 정치경제학을 연구하며 가르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동아시아와 유럽이라는 굉장히 다른 근대화의 길을 걸어온 두 지역의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당면한 복지국가와 노동시장 과제들을 어떻게 다르게 또는 비슷하게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는지를 비교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셜 코리아> 운영위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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